역시는 역시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면 박찬욱 감독이 왜 전세계적으로 거장 소리를 듣는지 그 이유를 명징하게 알 수 있다.
올해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 감독은 ‘아가씨’(2016) 이후 6년 만에 스크린 복귀했음에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연출력을 보여줬다. 그는 57회 칸영화제(2004)에서 영화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62회 칸영화제(2009)에서 영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었는데 13년 만에 세 번째상을 거머쥔 것이다. 위트와 스릴러가 가미된 독특한 로맨스에 감탄하며 극찬을 보낸 것이다.

수사 로맨스를 표방한 ‘헤어질 결심’(배급 CJ ENM, 제작 모호필름)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장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송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국내 취재진은 물론이고, 해외 기자들 및 평단은 최고점을 주며 “역시 박찬욱 감독”이라고 호평했다. 공개되기 며칠 전부터 ‘헤어질 결심’이 올해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들 중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 손꼽혔었는데, 베일을 벗고 나서도 그 기대감을 충족시킨 것이다.

영화 평론 리뷰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헤어질 결심’은 94%를 받았으며 외신들로부터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깊이 즐겼다”(아만다), “‘헤어질 결심’은 확실이 올해 칸에서 가장 재미있고 매끄러운 장르 영화였다”(켄트 터너), “전설적인 거장 박찬욱의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헤어질 결심’을 보세요. 매혹되는 러브 스토리입니다”(제이슨 고버), “모든 프레임은 그림과 같다. 캐릭터들의 동기 부여와 반전을 암시한다”(피터 하웰) 등 대체적으로 좋은 리뷰를 남겼다.
사실 ‘헤어질 결심’을 안 본 관객은 있어도 한 번만 본 관객은 없을 것 같다. 한 번 더 보면 앞서 안 보였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다시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박찬욱표 로맨스 영화의 힘이라고 할까.
이에 신규 관객보다 재관람, 일명 ‘N차 관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평점 사이트 등 온라인에서 뜨거운 해석 열풍을 일으키며 N차 관람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극장 CGV가 개봉 첫 주에 5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든 ‘올해의 한국영화 5편’(2022년 1월~6월)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29일 극장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두 번 본 관객이 2.9%에 달한다.
톱 5에 든 영화 리스트를 보면 ‘헤어질 결심’을 비롯해 ‘마녀2’(감독 박훈정),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이 자리했다.
이 가운데 2회차 관람한 관객은 2.9%를 차지한 ‘헤어질 결심’이 1위이며 뒤를 이어 ‘범죄도시2’ 2.1%, ‘브로커’ 1.9%, ‘해적: 도깨비 깃발’이 2.0%, ‘마녀2’ 1.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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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