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극장 가는 게 너무 좋았다. 불이 꺼지고 스크린이 켜지면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영화감독이 돼 그런 감정을 관객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저는 이번에 '어벤져스'만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재미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웃음)”
최동훈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외계+인’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조금 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한국의 고전을, 저는 국문과를 나와서 좋아하는데, 다른 분들은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삼국유사에 정말 많은 도술이 나오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런 류의 영화를)또 해보고 싶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는 20일 극장 개봉하는 ‘외계+인’(제공배급 CJ ENM, 제작 케이퍼필름)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최 감독은 “(캐릭터들이) 시공간을 왔다갔다 한다는 게 시나리오 쓰기 어려웠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2년 반 정도 썼다. 어떤 대사는 50~60번 바꿨다. 관객들이 드라마를 예측하면서 보시기를 바란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런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 다 반대한다. ‘한국에서 그런 영화가 되겠어?’라고 한다. 그러면 저는 반항심이 생긴다. (캐릭터부터 스토리 등) 공들여 열심히 만든다면 관객들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기획의도와 함께 영화를 완성한 소감을 전했다.
최 감독은 조선과 현대를 넘나들며 선보인 도사와 요괴의 이야기 ‘전우치’(2009)로 606만 명(영진위 제공)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바.
‘전우치’와 차이에 대해 “그때 ‘타짜’ 이후라 아이들 영화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근데 외국에 가면 ‘전우치’ DVD를 가져와서 거기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신다. 그럴 때 기분이 좋다. 1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이종교합을 보여준다면 그게 한국영화의 변화와 맞는다고 생각했다.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고 싶었다”고 독특한 소재의 영화를 만든 이유를 말했다.

이날 최동훈 감독은 다양한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이 인물들이 더 스산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무륵은 전후좌우를 알 수 없게, 이안은 꾹 누르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무술감독과 ‘옛날 사람처럼 보이게 하고 싶은데 쇼트를 자주 나누지 말자’는 얘기도 나눴었다”고 촬영 중 지향점을 설명했다.
신검을 손에 넣으려는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분)은 어설프게 남의 도술을 흉내내는 허술함을 보이다가도, 갖가지 도술 액션을 선보이며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이날 류준열은 “홍콩 무협 영화를 보며 감독님과 액션 연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들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연구를 했다. 그들은 배우이면서 무술가셨다. 저는 6개월 가량 기계체조 연습을 많이 했다. 와이어 액션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제가 몸을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 연구했다”고 액션 준비과정에 대해 전했다.

최근 배우 톰 크루즈를 만났다는 그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어릴 때 봤던 배우를 만나 액션에 대해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는 여담을 들려줬다. 이어 그는 “김태리는 촬영 이외에 종종 만나 마음을 나눴고 어려운 점이나 고민거리를 털어놓았었다. 저는 현장에서 많이 떨지 않는 스타일인데 김태리는 많이 떠는 스타일이다. 현장에서 ‘오빠가 있어서 의지가 됐다’는 말을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나에게 의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고 김태리와의 친분을 전했다.
한편 ‘진짜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대처할 거 같냐’는 가벼운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그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외계인에 친숙해졌다. 만약에 진짜 나타난다면 3부 출연을 제안해 보고 싶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가드는 냉철한 판단력과 카리스마로 극에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가드 역의 김우빈은 “없는 걸 상상하면서 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현장에서 어려웠는데 감독님과 현장 무술팀이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액션에 대해 전했다.

한편 일명 ‘천둥’을 다루는 여자 이안(김태리 분)과 외계인에게 쫓기는 형사 문도석은 총기부터 맨몸까지 다양한 액션을 선보인다. 이날 김태리는 “힘을 주는 것과 빼는 것 사이에서 고통을 받았다. 무륵은 흐르는 액션이라면, 저는 탁 (힘 있게 떨어지는 액션을 해야) 되는 거라 어려웠다. 초반에 어려워서 헤맸다. 감독님 말에 신경 쓰면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소지섭도 액션에 대해 “저도 김우빈처럼 현장에서 감독님과 스태프의 도움을 받았다. 오늘 완성본을 보니 마음에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태리는 예비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이 영화에는 아이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는 거 같다. 순수함과 따뜻함이 녹아있는 거 같아서 꼭 보시길 바란다”고 극장 관람을 추천했다.
형사를 맡은 소지섭도 “저는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마치 놀이동산에 온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시면서 신나고 유쾌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각선의 두 신선 흑설과 청운, 그리고 신검을 차지하려는 가면 속의 인물 자장은 독보적인 개성으로 극을 풍성히 채운다. 자장 역의 김의성은 “중요한 액션은 항아리 속에 들어가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 영화가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그 밖에 여러 영화들이 (여름시장에 출격해) 싸우는데,(웃음) 각각의 영화 관계자들은 피를 철철 흘리겠지만, 관객들은 그 사이에서 즐기셨으면 좋겠다. 그래도 저는 저희 영화가 1등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2015) 등으로 흥행한 최동훈 감독이 각본 및 연출을 맡으면서 기대감이 높게 형성됐다. 그는 시나리오 쓰기부터 후반작업까지 5년을 쏟아 완성했다고 한다.
이날 감독은 “CG를 잘 몰라서 공부하면서 했다. 저는 너무 이상하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은 경계를 찾으려고 했다. 예를 들면 주차장신도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서 찍었다”고 자신했다.
올 여름엔 ‘외계+인’을 비롯해 ‘한산’(감독 김한민),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헌트’(감독 이정재)가 관객들을 만난다. 이에 바라는 관객수가 있느냐는 물음에 “남의 영화는 90% 정도 맞히는데 제 영화는 정말 모르겠다”고 답하며 웃었다.
러닝타임 1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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