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냉정한 스토리 전개라서 더 따뜻한 이상한 드라마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7.14 10: 03

[OSEN=김재동 객원기자] 3화에서 타인의 편견으로부터 좌절을 겪었던 우영우가 13일 방영된 5화에선 진실을 외면한 자기 자신에 대한 좌절을 경험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5화 ‘우당탕탕 vs 권모술수’에서 호승심에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방관하는 우영우의 모습을 그려냈다.
한바다 로펌의 계약직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와 권민우(주종혁 분)는 이화 ATM의 경쟁 회사 금강을 상대로 한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맡는다.

우영우는 권민우의 농간으로 자신에게 이 사건이 배당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의뢰인을 만나기 직전에야 사건을 검토, 준비부족으로 질책을 받는다.
최수연(하윤경)으로부터 권민우의 로스쿨 시절 별명이 ‘권모술수 권민우’였음을 전해 들은 우영우는 설욕을 다짐한다. 그런 와중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의뢰인을 추궁하던 우영우는 권민우로부터 “우영우 변호사는 조용히 해결하는 사건이 없다. ‘우당탕탕’ 우영우도 아니고”라는 핀잔을 받고 “우당탕탕 우영우요? 이 권모술수 권민우가!”라고 맞받아치며 전의를 불태운다.
이준호(강태오 분)와 함께 이화 ATM까지 실사를 나가 개발팀장을 면담하던 우영우는 개발팀장의 모습에서 이준호로부터 들었던 거짓 진술자의 전형적인 몸짓을 발견한다. 개발팀장은 엉거주춤 앉은 채 손으로 연신 허벅지를 문지르고 그를 못하게 하자 코를 만지는 행위를 반복한다. 우영우는 그의 그런 행동들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지적하며 증인석에서는 과거 연극을 했던 경험을 되살려보라는 조언까지 곁들인다. 그리고 우영우의 코치를 받은 개발팀장이 증언한 재판에서 결국 금강의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다.
개운치않은 승리에 찜찜해하던 우영우에게 금강 사장의 편지가 도착한다. 소송만을 이기는 유능한 변호사가 되고 싶은 지, 진실을 밝히는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싶은 지를 묻는 질문이 담긴.
뒤늦게 정신을 차린 우영우가 권민우를 찾아 진실을 위해 뭔가 해야 되지 않겠냐고 재촉하지만 “권모술수는 우영우 변호사가 쓴 것 아니냐. 참고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냐”는 냉소만 받고 만다.
금강 측은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증거까지 찾아내 사실관계를 밝혀내지만 이화 측은 아무런 유감이 없다. 가처분 기간 중 이미 시중 은행들과의 계약을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래처를 잃은 금강은 퇴출될 것이고 이화의 독점시대가 열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 우영우는 이준호(강태오) 앞에서 “결국 저는 이화 ATM이 법을 이용하도록 도와준 셈입니다. 저는 그 거짓된 행동을 말리지 못하고 오히려 도왔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저 자신을 속였던 것입니다. 이기고 싶어서요. 부끄럽습니다”라고 고백한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는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진실을 은폐하거나 허위의 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변호사윤리규칙에서는 ‘변호사는 위증을 교사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게 하거나 이러한 의심을 받을 언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3화에서 세상의 편견을 넘지 못해 의뢰인을 도울수 없는 변호사라서 사직서를 냈던 우영우는 5화에선 변호사법은 몰라도 변호사 윤리만큼은 외면한 변호사가 되고 만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참 따뜻한 드라마로 느껴지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냉정한 스토리 전개 때문인 듯 하다. “자폐인과 사는 건 참 외로운 일”이라는 아버지 우광호(전배수 분)의 독백이나 “우변이 자폐인이니 자폐인의 심정을 더 잘 알 것”이라는 정명석(강기영 분)의 말 등은 온정주의를 벗어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나와 너로 이뤄진 세계에 사는데, 자폐인은 나로만 이뤄진 세계에 살고 있다”는 우영우의 자가진단도 냉철하다.
‘기본적 인권의 옹호’로부터 시작해 ‘세계평화에 기여’까지를 포함한 7개 항의 변호사 윤리강령이 내려지고 돈을 상징하는 꽃그림이 걸린다던지, 다시 꽃그림이 내려지고 공허한 윤리강령 대신 금강사장의 편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모습도 그렇고, 3화에서 세상 편견의 피해자였던 우영우가 5화에서 영세기업을 퇴출시키는 가해자역을 맡는 모습 등도 그렇다.
러시아 형식주의의 주요한 문학적 수법인 ‘낯설게 하기’도 끼어든 것 같다. 빅토르 시클롭스키(Shklovsky, V.)가 주장한 이 수법은 일상화돼 친숙하거나 반복돼 참신하지 않은 사물이나 관념을 특수화하고 낯설게 하여 새로운 느낌을 갖도록 표현하는 방식이다.
같은 자폐아를 다룬 영화 ‘증인’ 속에서 변호사 정우성은 “자폐인들은 거짓말을 못합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우영우조차 “자폐인은 남의 말에 잘 속고 거짓말을 못 하기로 유명합니다. 남에게 속아 넘어가는 대회가 있다면 자폐인이 1등할 겁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결국 우영우는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거짓에 동참했다. 증언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거짓을 부추기기도 했다. 통념적인 자폐인답지 않았고 4화까지 보여진 우영우답지도 않았다.
자폐인은 정말 거짓말을 안하나? 그렇지 않다. 다만 낯설뿐이다. 자폐인으로 콜로라도주립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75)은 그녀의 자서전 ‘어느 자폐인 이야기’에서 자신의 거짓말을 고백했다.
자폐증 환자 본인에 의해 쓰여진 세계 최초의 이 자서전에서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선생님의 장미정원을 망가트린 후 선생님에게 그 아이들이 근처에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던 사실을 밝혔다.
나만의 세계에 살아 남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져 아버지마저 외롭게 만드는 우영우가 금강 사장의 편지와 그 쓸쓸한 뒷 모습에 자극받는 것도 낯설다.
하지만 자폐는 스펙트럼이다. 통념은 스펙트럼을 대변할 수 없으므로 드라마의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우영우는 사랑스럽다. “이 권모술수 권민우가!”라고 발끈하는 우영우도, “이준호는 우영우를 좋아합니다” 참참참 게임하는 우영우도, 무엇보다 승소만에 방점을 찍은 정상인 권민우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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