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없던 영화"…'외계+인' 최동훈 감독, 1부와 2부 나눈 기준(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7.15 18: 52

 외계행성의 죄수들을 관리하는 가드(김우빈 분)는 지구에서 인간처럼 살아가며, 우주에서 온 죄수들을 사람들의 몸속에 가둔다. 인간의 뇌 안에 파묻혀 다른 데로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고 신체의 노화로 인한 자연발생적 죽음이라는 형벌을 내린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큰 문제 없이 외계에서 온 죄수들을 관리해 온 가드이지만, ‘설계자’로 불리는 최악의 죄수가 인간의 몸속에 갇히면서 큰 갈등이 시작된다. 그가 다른 사람들의 몸에 갇힌 외계인들까지 깨워 지구를 전복시키고자 반란을 주도한 것.
설계자와 죄수들이 강력한 힘을 가진 신검을 노리자, 가드와 썬더(김대명 분)는 2022년 현재와 공존하는 고려시대로 갈 수 있는 포털을 연다.

외계 죄수들을 피하기 위해 가드와 썬더가 시간의 문을 건너 고려로 넘어간 가운데, 어리바리하지만 잔망스러운 도사 무륵(류준열 분)과 총을 다룰 줄 아는 의문의 여자 이안(김태리 분)도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외계인에 맞선다.
최동훈(52) 감독의 신작 ‘외계+인’(배급 CJ ENM, 제작 케이퍼필름)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판타지 액션 영화다.
최동훈 감독은 15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지 말고 욕심을 버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운명처럼 만나서 (임무가) 끝나면 헤어지는 얘기다. 스토리가 우연처럼 발생해 시작하는데 이 인물들이 우연히 만나 인연이 시작되길 바랐다”고 영화를 설명했다.
이번 영화는 류준열(37), 김태리(33), 김우빈(34) 등 30대 젊은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아 활력을 안긴다. 최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 “시작은 류준열, 김우빈이었다. 영화가 무륵과 가드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우빈은 이전에 하려고 했던 인연이 있었는데 그 작품이 안 된 다음에 ‘그럼 다른 작품이라도 같이 하자’고 의기투합이 됐다”고 설명했다.
류준열에 대해서는 “다른 영화의 뒤풀이 자리에서 처음 봤는데 말투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같이 하고 싶었다. 무륵이란 캐릭터를 쓰자마자 류준열과 함께 하고 싶어서 제안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며 무륵 캐릭터의 사전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김태리는 이안 역을 맡아 무협 액션을 소화했다. “제가 총 쏘는 여자를 좋아한다.(웃음) ‘타짜’의 김혜수, ‘암살’의 전지현도 그랬다. 김태리는 기계체조를 배우며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을 했다”고 배우들이 캐릭터에 빠져 준비한 과정을 밝혔다. “제가 배우들에게 주문한 사항은 많지 않다. 시나리오에 적힌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러분 마음대로 하셔도 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고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며 영화를 만들어나갔다고 회상했다.
무륵이 완벽하지 않은 도사로서 생기는 위기와 그렇기 때문에 발휘되는 또 다른 능력이 꽤나 설득력 있는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무륵에게 시련을 주는 빌런 캐릭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외계+인’은 2020년 첫 촬영을 시작해 지난해 4월 크랭크업했다. 무려 13개월간 촬영한 것. “저는 영화를 만들 때마다 매번 두려움에서 출발하지만 (흥행에 성공했던) 범죄 영화를 연달아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한국에서 안 만들어지는 영화라면, 제가 해보고 싶은 영화라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물론 제가 보고 싶고 좋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에 ‘외계+인’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한국에 이런 영화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근데 시대가 달라진 만큼 이제는 관객들이 그 어떤 영화도 보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한 번도 보지 않은 영화라면, 그게 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무엇이든 도전적인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외계+인’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고 인간을 공격한다는 이야기로 두려움을 안기기도 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유쾌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중간중간 최동훈 감독만의 유머코드가 담겼기 때문이다.
“SF는 저런 일이 벌어지면 꽤나 무서울 거 같다고 하는 장르이고, 판타지는 저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데 벌어진다면 꼭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 장르다. 두 세계는 리얼리즘의 정반대 이야기다. 물론 SF에 리얼리즘이 섞여 있기도 하지만. 저는 전작 ‘암살’과 멀리 떨어진 얘기를 하고 싶었다. ‘서울 상공에서 우주선이 목격된다면?’ ‘현재와 과거가 맞닿아있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관의 키워드는 호기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캐릭터들을 일상에서 볼 순 없지만 다른 세계에서 만나볼 수 있을 거 같은 매력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1~2부를 동시에 촬영했지만 1부는 이달 7월 20일에, 2부는 내년에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은 1부의 엔딩과 2부의 오프닝과 관련, “이 스토리가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1부, 2부로 나누었다. (OTT로 인해)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 영화가 나누어져 있어도 관객들이 보실 거 같았다. 영화도 드라마적 구성을 갖고 간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1부의 끝이 연작의 중간이지만, 1부만 봐도 한 편의 영화를 본 거 같은 느낌을 주어야 했다. 그래서 1부의 시나리오 쓰는 데 시간 할애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1부와 2부를 어디에서 나눠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을 거 같다’고 하자, 최동훈 감독은 “1부의 엔딩을 어디에서 끊어야 2부에 대한 궁금증을 심어줄 수 있을까 싶었다. 저는 1부의 엔딩컷을 정할 때 마치 시간이 탁 멈추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1부의 엔딩을 놓고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지만 저는 본능적으로 거기에서 끝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킹덤’을 5시간 동안 본 경험이 있다. 언젠가 ‘외계+인’ 1부와 2부를 한꺼번에 상영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영광스러울 거 같다”고 답했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 ‘도둑들’(2012)로 1298만 3976명(영진위 제공·이하 동일)의 관객을, 영화 ‘암살’(2015)로 1270만 6819명의 관객을 각각 동원하며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은 바.
그러나 그는 “전작이 잘됐다고 해서 이번 작품도 잘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걸 저도 안다. 모든 감독은 흥행에 대한 부담이 있다. 흥행 감독에게 따라다니는 훈장과 멍에가 있다. 근데 제가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지’라는 결심이 섰을 때는 흥행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걱정한다. 시각적인 부분부터 다양한 캐릭터들까지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만들지 고민한다”고 흥행에 대한 부담은 제작할 땐 제쳐둔다고 했다.
이에 그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신은 영화에 쓰지 않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한 장면들은 다 제가 좋아한다. 제가 느끼기엔 이번에도 고민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며 “제가 상상한 부분이 너무 익숙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이상해도 안 된다고 본다. 제가 대중영화를 찍는 감독이기에 저만의 상상력과 대중의 상상력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본다”고 연출 과정을 전했다.
“저는 ‘유치한 게 뭐가 무섭지? 가끔 세상은 유치하게 돌아가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은 (도술 액션 장면을) 촬영하면서 민망해하기도 했지만 의미있는 시도였다. 관객이 ‘외계+인’을 보고 어떤 얘기를 해줄지 궁금하다. 저는 한국 관객들이 SF를 굉장히 재미있게 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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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케이퍼필름, 영화 스틸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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