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정호근이 출연해 의지와 달리 배우가 아닌 무속인 삶을 살아야했던 아픔을부터 눈물로 떠나보낸 자녀들을 떠올려 모두를 먹먹하게 했다. 특히나 여전히 배우를 향한 꿈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15일 방송된 채널 A 예능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배우에서 무속인이 된 정호근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게스트에 대해 "촉 좋은 베테랑 배우"라고 소개, 바로 2014년 무속인의 길로 전향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정호근이었다. 상담계 신들의 역대급 만남에 모두가 기대한 가운데 정호근과 오은영은 어색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정호근은 갑자기 하늘을 한 번 쳐다보더니 오은영도 빤히 쳐다봤다. 신기가 찾아온 듯 정호근은 "실물과 화면이 전혀 다르게 나온다"며 언급, "실물의 눈은 굉장히 고혹적,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눈이 보물이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집 장만 혹은 병원 증축하려는 거 같은데 해당사항이 있나"고 기습질문, 오은영은 "있을 것 같은데요"라며 애매한 대답을 전했다.

정형돈은 "냄새로 후배의 과거를 맞힌 적 있다고 하더라"고 하자 정호근은 "여러 연기자가 다니는 대기실, 갑자기 포르말린 냄새가 나더라"며 "혹시 돌아가실 분과 돌아가신 분이 있는지 묻자 형 어떻게 알았냐고 해, 할머니가 3일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고 했다.
또 신기는 9세쯤부터 나타났다는 정호근은 "어릴 때부터 신기가 있던 것 신병 통증이 심해, 허리를 못 펼 정도로 배가 아파 내림굿을 받았는데도 계속 아팠다"며 "근데 어느날 갑자기 통증이 사라졌고 힘든 과정이 지나니 능수능란하게 말을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신내림을 어떻게 보는지 묻자 오은영은 "빙의는 분명한 현상 중 하나, 질병진단 분류에 속하지 않는다"며 "환청 혹은 환시로 보고 조현병의 초기증상과 혼동을 가져오지만 조현병은 사고장애, 빙의와는 다른 증상이다, 사회적 역할수행에 문제가 생기는 조현병과 달리 신내림은 문제가 생기지 않더라. 현재는 어느 분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무속인 상담 경험도 있었다는 오은영은 "신내림 과정 혹은 신병 중 이유 모를 아픔으로 방문을 하긴 한다"고 전했다. 반대로 정호근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상담을 받으러 오는지 물었다. 정호근은 "백발의 의사가 온 적 있다"며 떠올렸다.

정호근이 '금쪽 상담소'를 찾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내가 몸이 너무 피곤하다. 이러다 제명대로 살겠어? 싶다"고 했다. 심한 피로감에 식사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정호근은 "아픈 사람 다 느끼기 때문, 토할 정도로 역한 기운을 느낄 때도 있다"며 무속인들만의 남모를 고충을 전했다. 때로는 겁날 때도 있다고. 약해진 몸으로 받아들이기 고통스러운 나날을 전했다.
이에 상담을 업으로 하는 오은영도 공감했다. 특히나 무속인은 초자연적인 현상이기에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6kg감량했다는 정호근은 "사망 당시의 고통이 생생히 느껴져,암환자의 고통도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며 "누가 약을 먹었는지 역한 통증에 구역질까지 나, 알고보니 할어버지가 농약드셨다더라"며 지칠대로 지친 무속인의 숙명을 전했다.
정호근은 "들어주는 직업이다보니 스트레스 분출할 수 없는 것도 스트레스, 고통을 참고 상담을 끝내면 하나도 못 맞힌다고, 사기꾼 같다는 말도 듣는다"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직업이라고 했다.오은영에게 진단과 충고에 화내는 환자가 있는지 묻자 오은영은 "나도 있다"며 "의사라 환자, 가족까지 함께 하게 된다"고 했다. 환자와 가족들이 주도적이 된다는 것. 반면, 정호근은 해결책을 주도적으로 주는 입장이기에 더 큰 부담과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은영은 "안쓰러운 부분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처럼 보여, 난 30분간 모든 소리 차단 후 가만히 있을 때 있다"며 정호근은 어떻게 에너지를 재충전하는지 물었다. 그는 조용히 클래식을 듣는다고. 하루 대부분을 신당에서 보낸다는 정호근은 "이러다 죽을 것 같아,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취미로 타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에너지 회복은 충분하지 않다는 정호근은 "쉬는 날에도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며 온전한 휴식도 보장받지 못하는 삶을 전했다.
오은영은 "매우 책임감으로 가득한 삶으로 사시는 것"이라 바라봤다. 이어 사전에 멘탈검사를 한 결과를 전했다.정호근에 대해 "민감하고 예술, 창의적인 사람,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도움을 주려는 성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호근에 대해 오은영은 "무속인의 역할, 책임감,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결합이 되어 과도한 책임감으로 변화한 것, 선한 마음으로 출발했으나 도움이 안 될지 걱정하는 과한 책임감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본인이 뱉은 말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불안하다는 정호근은 "제말에 책임질 수 있게 도와달라며 매일 기도한다"고 했다. 오은영은 "스스로 개척하고 책임지는 자신의 운명, 다른 사람의 운명을 정호근이 지고 있다"고 했다. 정호근은 "타인의 운명을 정하기도 하기에 남의 운명을 함께 지고 사는 건 더 무겁다"며 "남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다"고 말해 안타깝게 했다.
이에 오은영은 "인간 정호근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해야 역할을 다 한다고 생각해, 도움이 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신다"며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강박적 도움을 주려는 특성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움을 주는건 물론 좋지만 지나치면 나를 돌보지 않고 시간과 육체, 정신, 건강이 고갈될 수 있다 과도한 피로감으로 더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정호근이 신내림 받게 된 건지 사연을 물었다. 정호근은 "어느 날 촬영장에서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해 장군이 보이고, 장신구를 단 여자가 쳐다보고 있어 도저히 연기를 집중할 수 없어 덜덜 떨게 됐다, 주변인들이 너 왜그러냐고 물을 정도"라며 회상했다. 그러면서 "내가 잘 못하면 잘릴 것 같아 가족들을 먹여살려야하잖아, 이를 악물고 다시는 티내지 말아야지, 싶었다"며 일이 끊길까 티내지 않았고 참았던 세월을 떠올렸다.
꾹 참다가 신내림 받은 이유에 대해 정호근은 "내가 거부하면 나는 신한테 발길이 차이고 밑으로 내려간다고 해 내 자식이 신을 받아야한다면 내가 모시겠다고 했다, '잘 못 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엎드리며 신내림 받았고 오늘까지 오게됐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신내림을 받은 이유는 자식을 지키기 위한 부모의 마음이었던 것. 정호근은 "제 의무라 생각한다 신이 보이는 순간, 자아가 사라져 버린다, 내 팔자가 무당 팔자구나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더 신내림을 자식들에게 물림할 수 없었다"며 아버지이기에 혼자 감내해야했던 고통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호근은 어려운 자식 얘기도 꺼냈다. 그는 "원래 첫째, 막내를 잃어버려첫째 딸과 막내 아들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냈다"며 "미숙아로 태어나 폐동맥 고혈압을 앓았던 딸, 생후 27개월 만에 하늘로 가, 막내는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미성숙아로 3일만에 내 품에서 떠났다, 수술도 회복하지 않아 아기가 각혈하는 모습을 다 봤다"며 눈물로 지새웠던 세월을 전했다.

그렇기에 같은 경험이 있는 사연자들도 만나, 더욱 공감한다고. 그는 "같은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훨씬 더 마음에 와닿는 모습도 봤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라고 온갖 시련을 하늘에서 주신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며 덧붙였다.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것도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정호근은 "물론이다"며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내면 집안이 난장판, 슬픔이 넘쳐 부부가 책임 전가를 하게 된다, 맨날 싸웠다"며 슬픔을 잊기 위해 싸움과 술을 반복했다고 했다.
정호근은 "어느 날 큰 딸이 너무 그리워 나도 죽어야겠다 이대로 못 살겠다 싶은 적도 있다"며 눈물, 정호근은 "차가 달리던 도로에서 죽어야지 싶어 온갖 신을 다 찾으며 딸 살려달라고 빌었는데 결국은 죽네 싶었다"며 "도로에 뛰어들려는 순간, 울고있는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집에 가니 진짜 아내가 울고 있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고 울고 있었다, 사람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며 덤덤하게 아픔을 전했다.
정호근은 "아버지지만 아내보다 담대하지 못 해 ,아이들이 아프다고 하면 걱정부터 앞선다"며 오히려 아내가 자신을 다독이고 감쌌다고 했다. 오은영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면 누구나 죄책감과 후회를 한다"며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 의학적 관점에선 어쩔 수 없던 일, 그건 정호근씨 탓이 아니라고 말씀 드린다"고 위로했다.

현재 첫째 아들과 둘째 딸에 대해 물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내와 세 자녀에 대해 언급, 20년 째 기러기 생활 중이라고 했다.
가족들이 미국에 간 이유도 신내림과 관련이 있는지 묻자 정호근은 "그렇다"며 "신병은 엄청난 고통을 동반, 피폐해진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며 혹시나 아이들에게 신내림이 옮겨갈까 미국으로 보냈다고 했다. 하필 아이들 출국날 방송 녹화 중이었다는 그는 "눈물이 나서 녹화가 안 됐다"며 아픔을 전했다.
신내림 받을 때도 아팠는지 묻자 그는 "그때도 가족들이 미국에 있어, 이미 신내림을 받은 후 전화가 어긋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내림굿 받았다고 하니 가족들이 한참 말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정호근은 "무당이 됐다고 가족들을 이해시키려 설명해, 2주 뒤 아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했고, 지금 이렇게 같이 살아간다"며 비로소 가족들이 이해를 해줬다고 했다.
이어 자식들에게 미안한 점은 있는지 묻자 정호근은 "어느 날 아들이, '내 친구가 너네 아버지가 무당이냐'고 물어 그런 얘기 듣는게 아들이 기분이 나쁘지만 아버지를 원망하기 보다 괜찮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상처를 받지 않는 듯 늠름한 모습이 감사했지만 하지만 가슴은 아팠다"며 남모른 아픔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이 움츠러들까봐 내가 당당해야한다는 생각 속에서 더 가슴펴고 살았다"며 아이들이 당당하도록 더욱 당당하게 살았다고 했다.

오은영은 "자녀들을 위한 희생, 아버지 심정이 아니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바라봤다. 그러면서 '아틀라스 증후군'에 대해 언급, 제대로 된 휴식없이 고충을 떠안은 채, 완벽한 부모의 역할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아빠 정호근이 아닌 인간 정호근에 대해 물었다. 배우 정호근의 삶도 본인을 위한 삶이었는지 묻자 그는 "그때는 날아다녔지, 그때 연기를 보면 너무 똑부러졌다고 싶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광개토대왕'을 꼽았고 명연기를 펼친 영상도 그려졌다. 하지만 악역에만 섭외돼 아쉽기도 했다는 그는 "그래도 잘해내려 최선을 다했다"며 전쟁터에 나서는 각오로 매번 연기를 임했다고 했다. 배우 생활은 그에게 아련한 추억이 됐다는 것. 정호근은 "더 인생을 녹여낸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배우와 무속인의 삶에서 선택을 묻자 그는 "어려운 질문, 다시 태어난다면 많은 사람들의 삶을 전하는 배우로 살아보고 싶다"며 꿈을 전했다. 이어 그는 "나 연기 잘 하는데..그냥 내 푸념이다. 배우 생활 30년 넘게 하다가 어느날 신내림받고 무당이 되라는데 기가막힌 일, 무속인 삶 이후 드라마가 내 인생에서 삭제됐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그러면서 드라마에서 자신을 안 부른 이유가 직업 때문이라며 "무속인은 드라마에 출연금지라는 조항이 있다더라 앞으로 드라마에선 연기하긴 힘들거란 얘길 들었다"며 "바람은 연기하고 싶다"며 업적 이유라기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지만 "할 수 없지 뭐 그러고 말았다"며 체념하게 됐다고 전했다.

오은영은 조심스럽게 무속인이 되고 배우 동료들과 관계는 어떤지 묻자 그는 "종교적인 것이 인간관계에 영향이 끼친 걸 알아, 어느 날 갑자기 인간관계가 끊겨, 전화를 해도 동료들이 받지 않더라"며 "어떤 사람은 진짜 신내림 받았냐고, 무당 맞냐고도 물어, 자연스럽게 홍해 갈라지 듯 지인들이 사라졌고 허허벌판에 홀로 남았다"며 외로움을 전했다.
존경받는 명품배우에서 한순간에 손가락질 받는 무당이 됐다는 정호근은"내 직업이 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아야하냐"며 토로했다. 오은영은 "다수와 다른 소수는 비이상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 다른 행동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무속인 집단이 소수이기에 편견일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정호근은 "우리 할머니기 만신, 무당이었다, 이것을 어머니도 속였다"며 집안에서 무속인의 존재를 흠이라 느꼈다고 했다. 과거로부터 배척이 된 대상이 됐다고. 그럼에도 나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한 삶을 살았던 정호근은 "내가 어떻게 저 아이들을 먹여살릴까 싶었다"며 홀로 이를 감내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오은영은 "너무나 외롭고 고립된 삶인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가슴 시리도록 외로운 적이 많았지만 스스로 감내해야겠다고 생각, 내 젊은날의 초상, 내 인생이 없었구나 싶다"고 했다.급기야 어린 시절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그는 "내 마음이 편한 적 없어, 나를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단 생각도 했다"며 답해 먹먹하게 했다.

분위기를 바꿔서, 오은영은 인간 정호근으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세가지가 있는지 물었다. 정호근은 타인이 아닌 나에 대한 생각을 하며 "카메라 좋은 것 사고 싶어"라며 웃음, 이어 "우리 아내에게 더 잘해주고 싶어, 나 만나서 고생 많이 했기 때문"이라 말하면서 "세번째는 "나도 좀 한 번편안한 마음으로 모든 것 다 내려놓고 한 달 동안만 즐겼으면 좋겠다, 근데 우리 아내만 옆에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필요없다,그 동안 고생한 아내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다"고 말해 뭉클하게 했다. 올 가을 아내가 한국으로 귀국한다는 정호근은 "아내 만나야죠"라며 미소지었다.
이때,이윤지는 "선배님 다시 작품 속에서 배우로 뵙고 싶다"고 하자, 정호근은 "그 얘기는 하고 싶어도 속보이는 것 같아 내 직업 때문에 캐스팅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다"며 "바람은 하고 싶다, 왜 하기 싫겠어요?"라며 식지 않은 연기열정을 보였다. 이에 오은영과 패널들도 "배우 정호근의 명연기를 기억하는 분들이 연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 이라며 배우 정호근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그의 꿈과 소망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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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