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결국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여 만에 ‘스케치북’을 떠난다. 지난 13년 동안 진행자로 자리를 지켜온 유희열이었지만,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유희열은 18일 소속사 안테나를 통해서 직접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떠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19일, 600회 녹화를 끝으로 MC로서 자리를 마무리 짓고,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남은 책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먼저 유희열은 “긴 시간 동안 저와 관련된 논란으로 피로감을 안겨드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전한다”라며, “방송 활동에 대한 결정은 함께 하고 있는 제작진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던 부분인 만큼 늦어졌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희열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600회를 끝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13년 3개월이라는 긴 시간 아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린다. 끝까지 애써주신 제작진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며, “프로그램과 제작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주까지 마지막 녹화를 진행하려 한다.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남은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희열은 여러 차례 불거진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저는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다. 다만 이런 논란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제 자신을 더 엄격히 살피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희열은 표절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 사과하며, “제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저의 남은 몫이 무엇인지 시간을 가지고 심사숙고하며 외면하지 않겠다”라고 전했다.
결국 유희열은 표절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하게 됐다. 이름을 걸고 오랜 시간 고정으로 지켜온 MC 자리지만 이번 의혹으로 타격이 컸던 것. 앞서 지난 달 14일 표절 의혹이 불거진 후 입장을 밝혔을 때부터 프로그램 하차에 대한 여론이 일었지만, 갑작스러운 이슈로 제작진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는 유희열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떠나기 쉽지 않았을테지만, 더 이상 프로그램에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이기도 했다.

앞서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 두 번째 트랙인 ‘아주 사적인 밤’이 작곡가 겸 피아노 연주자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유희열 측은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동의하게 됐다.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고,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유희열의 표절 의혹이 언급되자 류이치 사카모토 측은 “두 곡의 유사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음악적인 분석의 과정에서 볼 때 멜로디와 코드 진행은 표절이라는 논점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라며, “유희열 씨의 곡은 어떠한 표절에 대한 법적 조치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류이치 사카모토 측에서 더 이상 이 이슈가 지속 확산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류이치 사카모토 측이 입장을 밝혔음에도 표절 의혹으로 13년 3개월을 함께 한 ‘스케치북’을 떠나게 된 유희열, 그가 진심 어린 입장문을 통해 음악 팬들의 마음을 돌려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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