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김우빈, '외계+인'으로 지킨 최동훈 감독과의 약속[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7.19 17: 50

 “저는 아직 안 보여드린 게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가 나온 작품은 잘 안 보는 편인데 쉬면서 OTT를 찾아봤다. 항상 바쁘게 살았는데 생각보다 제 작품이 없더라. OTT에 뜬 작품이 많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김우빈(34)은 19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OSEN 과 영화 ‘외계+인’으로 인터뷰 자리를 갖고 “나의 젊은 날을 이렇게 남길 수 있는 게 행운이지 않나.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들의 블루스’는 기존의 모습과 달랐는데 반겨주셨다. 좋아해주셔서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에서 그는 선장 박정준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시청자들을 만나 예열한 그는 내일 극장 개봉하는 ‘외계+인’으로 관객들 앞에 선다.

김우빈의 ‘외계+인’(감독 최동훈, 배급 CJ ENM, 제작 케이퍼필름)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액션 영화.
2020년 크랭크인했고 작년 4월에 촬영을 마친 ‘외계+인’은 ‘우리들의 블루스’보다 먼저 캐스팅돼 마친 작품이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느꼈을 테지만,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우빈은 예전보다 훨씬 더 편해진 분위기로 한 단계 진화했다.
앞서 김우빈은 2019년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자로 무대에 서면서 암 투병 이후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냈던 바. 2017년 5월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투병한 지 2년 6개월여 만이었다.
이후 그는 MBC 다큐멘터리 ‘휴머니얼’(2020)의 내레이터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로 시청자들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김우빈은 ‘외계+인’에 출연한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최동훈 감독님의 ‘도청’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감독님은 제게 ‘몸을 회복하라’고 하셨다. 그 작품이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한 지 꽤 오래돼서 (중단하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감독님이 그런 결정을 해주셨다는 게 큰 힘이 됐다. ‘내가 빨리 다시 건강해져서 꼭 감독님과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쉬는 동안 몸이 회복되면서 ‘이쯤 되면 내가 복귀를 생각해도 되겠다’ 싶을 때 감독님이 회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주셨다. 당시 ‘제가 복귀한다면 최동훈 감독님의 작품을 먼저 하고 싶다’고 여러 군데 말씀드리면서 당시 받았던 제안을 다 거절했었다. 부탁받은 시나리오는 읽어 봤는데 그때도 ‘최동훈 감독님 작품을 먼저 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최 감독님과는 계속 연락을 하면서 지냈는데 (회복 후) 제작사 대표님과 저희 집에 놀러오셔서 작품에 관한 얘기를 했다. 컨디션을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하니 가드라는 캐릭터를 설명해 주셨다.(웃음) 저는 늘 ‘내가 복귀를 할 수 있을 때쯤 감독님이 날 필요로 하시면 그게 어떤 역할이든 달려가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감사하게도 알맞은 캐릭터가 있어서 하게 됐다. 저는 시나리오를 안 봐도 할 생각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주고 물어보셔서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지키지 못 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처음보다 가드 분량이 늘어났는데 감독님이 멋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주셨다.(웃음)”
‘외계+인’에서 김우빈은 외계 행성의 죄수들을 관리하는 가드 역을 맡았다. “처음엔 썬더도 제가 하기로 해서 녹음을 했는데, 제가 워낙 저음이라, 김대명 형이 표현한 맑고 깨끗함이 나오지 않아 부담됐다. 감독님과 고민한 끝에 ‘대명씨에게 맡기면 어떨까?’라고 하셔서 좋았다. 당시 김대명 형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촬영 중이셨는데 촬영이 없을 때는 우리 영화의 촬영장에 오셔서 목소리 연기를 해주셔서 제가 현장에서 연기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외계+인’이 판타지 SF 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과 비교해 CG 및 VFX 작업이 필수적이다. “없는 걸 상상하면서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무섭기도 했다. 내 상상이 못 미치면 어떡하나 싶어서 고민하며 촬영장에 갔었는데 감독님이 충분히 설명을 해주시더라. 우리 모두가 모르는 길이니 함께 만들어나갔다. 이 작품을 하면서 영화는 다 같이 만들어간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최동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쓰지만 촬영할 때는 배우들의 의견을 존중해 현장에서 수시로 변경하기도 한다. “감독님이 워낙 배우들을 믿어주신다. 저희들의 움직임을 보고 그 자리에서 수정하기도 한다. 제가 준비를 해가서 '짠' 보여드리는 시스템이 아니라,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풀어나갔다. 촬영 전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해서, 근데 대부분 감독님 머릿속에 있었던 것들이라, 든든했다. 저는 최동훈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100%였다. 헷갈리면 무조건 감독님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액션 연기에 대해 “제가 치고받는 액션은 많이 해봤는데 CG 액션은 안 해봤다. 그래서 무술팀과 대역(배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드의 액션은 인간이 아닌 한 단계 진화한 로봇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술팀이 준비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김우빈은 13개월간 ‘외계+인’의 촬영에 임했다. 집중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그럴 거 같다는 걱정도 했지만 현장 분위기가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제가 안 나오는 장면이 있어서 어떤 때는 촬영을 한두 달 정도 쉴 때도 있었다. 흐름이 깨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쉬는 날 촬영장에 놀러갔다. 다른 배우들의 촬영을 보고, 또 쉬기도 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과정을 즐기면서 했다”고 답했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외계+인’이라는 김우빈은 “‘외계+인’을 빼고 보자면 사람이다. 처음 일을 시작했던 스무 살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사람들에 대해 알려고 노력했다. 제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다. 지금은 그런 에너지를 차라리 내 사람들에게 쓰자는 마음이다.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굳이 선택하자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보겠다. 잠깐 쉬면서 (과거에 새로운 사람들에 집중했던 것을) 후회됐다. 예전에 쉴 때도 일 생각만 하고 저를 채찍질했던 게 후회됐다. 지금은 내 사람,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려고 한다. 옛날엔 누군가와 1시간을 얘기해도 그 사람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어떤 표정인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기억하려고 한다. 현재에 집중해서 행복하다. 예전보다 행복지수가 더 올라간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우빈은 2년 6개월간 공백기를 가지면서 미래보다 현재에 더 집중하게 됐다. 그는 “저는 원래 미래에 살았었다. 운동하고 대본 보는 삶을 살았다. 그때는 1년 뒤, 10년 뒤에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애썼다.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돌아보니 그 과정들이 생각이 안 나더라. 그래서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연기에도 도움이 되더라.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더 공감하려고 하니 일이 더 즐겁고 재미있다”고 전보다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이 크다고 했다.
“제가 갖고 있는 것보다 큰 일을 맡겨주셨고 저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나중에 깨닫게 되니 슬펐다. 요즘의 저는 ‘오늘도 고생했다’고 응원하고 칭찬하면서 저를 사랑하게 됐다. 옛날엔 ‘왜 내 생각과 다를까?’라는 생각에 혼자 스트레스를 받곤 했었는데…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맞는 거였다. 옛날 같았으면 10번 화날 일이 이제는 1번으로 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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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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