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현욱이 ‘블랙의 신부’를 끝마친 소감을 전했다.
19일 오전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 자수성가한 벤처기업 ‘하이블’의 회장 이형주 역으로 활약한 배우 이현욱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현욱은 ‘블랙의 신부’에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묻자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가 저한텐 신선했고, 제 캐릭터가 죽지 않는다. 안 죽는다는 것과, 스마트한 캐릭터는 제가 하지 않았던 역할이라 흥미가 있었다. 또 넷플릭스 작품이다 보니 외국 분들한테는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가 새롭게 느껴질 것 같아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현욱에게 있어 ‘블랙의 신부’는 첫 OTT 오리지널 작품이다. ‘블랙의 신부’는 지난 15일 공개된 직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부문에서 글로벌 8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 이현욱은 “너무 감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소재들이 익숙했던 것 같다. 익숙하신 분들, 새롭게 봐주신 분들도 있는데 외국 분들은 소재가 신선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블랙의 신부’는 드라마 공개를 앞둔 지난 13일, 홈쇼핑 채널을 통해 작품을 홍보하며 드라마 홍보에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이에 이현욱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생방송이었는데, 연기하는 사람은 생방송에 긴장을 많이 한다. 긴장이 많이 되는데 (김)희선 선배님이 카메라 경험이 많다 보니 더 에너지 있게 잘 이끌어주셨다. 보시는 분들이 놀라고 신선했을 것 같다. 저희도 그랬지만 생방송에 나가서 물건 홍보하고 판매 했을 때 재밌었고, 홍보 시장에 새로운 길을 연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드라마 공개 후 엇갈리는 반응에 대해서는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현욱은 “개개인의 취향도 있고, 가치관이든 여러 가지 생각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 하든 어떤 분들은 진부하고 뻔한 얘기라 말할 수 있고, 또 어떤분들은 소재나 대본들을 좋아하시고 스릴있게 봐 주시는 분들도 있다. 진부한 설정이라는 평도 어쨌든 봐주셨다는 거니까 감사하다”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극중 이형주는 이혼을 경험한 후, 쉽게 변하는 사랑 대신 완벽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자 하는 인물. ‘욕망의 레이스’ 속에서도 홀로 외로움과 아픔을 치유해 줄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그간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들로 주로 활약해왔던 이현욱은 “전에 했던 역할들이 욕망 같은 것들을 표출하고 센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컨트롤하는 게 힘들었다”고 고충을 전했다.
그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전에 했던 작품들은 바로 반응하고 감정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관전하는 느낌의 드라이한 연기들을 많이 했다. 저한테도 어려웠다. 많이 절제하면서 시선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전에 했던 역할보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 에너지 분배를 잘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들에 차별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형주가 가진 힘든 서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이현욱은 “기업 대표로서, 아빠로서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진 무게감이 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사실 모를 수도 있는데 그들이 가진 무게감들이 저도 무겁게 느껴졌다. 제가 실제 대표 자리에 오른 적도 없다 보니 그걸 다 표현하기 어렵긴 했다. 제가 아는 지인 중에 게임 회사 대표를 했던 친구가 있는데, 평소 친구들과 놀 때 표출하고 풀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연기할 때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라이트하게 풀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외적으로 신경쓴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 이현욱은 “자수성가한 캐릭터라서 흔히 말하는 돈이 많은 재력 있는 분들이 하고 다니는 그런 명품이나 그런 것보다는 소박하고 편하고 캐주얼한 의상을 입었다. 시계나 자동차 같은 포인트가 있다 보니 고가의 의상은 지양했다. 또 노출신 같은 경우에는 몸을 만들려고 했는데, 돈도 많은데 몸이 그렇게 좋은건 말 안되지 않나. 운동한 몸을 만들려고는 했지만 너무 조각 같이는 하지 말자고 얘기해서 그렇게 준비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현욱은 ‘블랙의 신부’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작품을 할 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보다 연기나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다. ‘블랙의 신부’를 통해서는 제가 그동안 빌런이나 센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좀 부드러운 걸 많이 요구하셨고 저도 그런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렇게 자신의 ‘진짜 미소’가 나오는 작품은 많이 없었다고. 이현욱은 “미소 짓기 전에 항상 안 좋은 일을 당하거나 했다. 이번엔 감독님이 제 진짜 미소가 담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원래 애드리브도 안 하는 편인데 친구들과 있을 때나 일상적인 장면에서 미소나 웃음 같은 실제 요소가 나오는데 신경 썼다. 그런 부분이 신기하기도 하더라”라고 색달랐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형주에 대해 “유난히 어려웠던 캐릭터”라고 표현한 이현욱은 “정의롭고 스마트한 캐릭터들이 힘든 것 같다”며 “연기하면서 한 번도 만족한 적은 없다. 앞으로도 평생 만족은 못 할 것 같다. 연기하시는 분들 다 마찬가지이실 거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렇다면 배우 이현욱과 인간 이현욱의 욕망은 어떤 것일까. 이현욱은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작품에 대한 욕망은 누구나 다 있는 것 같다.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가겠다, 혹은 이 분야 1인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어릴 때 내려놓는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은 욕망은 끊임없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 이현욱으로서 욕망은 재밌게 살고 싶다. 그게 제일 힘들다는걸 알지만, 연기하면서 제가 얻는 게 있게 되면서 잃어버리는 것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의 행복들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현욱은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와 TVING(티빙) 오리지널 ‘샤크: 더 스톰’을 차기작으로 확정지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에 한창인 이현욱은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묻자 “옛날엔 어떤 걸 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는데 지금은 경계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흥미 느끼는 작품,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며 “굳이 꼽자면 블랙코미디 작품이나 저를 뺄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블랙의 신부’를 아직 시청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소재가 호불호가 있다 보니 이런 장르를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대사를 보면서 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원하고 삶에서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객관화시켜서 생각할 수 있었던 대사들이 있더라. 일상에 권태를 느끼는 분들이 보시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찾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시청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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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