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후 8년..'한산' 진일보한 이순신 프로젝트와 학익진의 위엄(종합)[Oh!쎈 리뷰]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2.07.20 08: 56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이다. 김한민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배우 박해일과 손을 잡고 보란듯이 두 번째 이순신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빅스톤픽쳐스)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며, 최민식의 '명량: 회오리 바다', 박해일의 '한산: 용의 출현', 김윤석의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어진다.
앞서 '명량'은 2014년 8월 개봉해 1761만이라는 경이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2019년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이 1626만명으로 아성을 위협했지만, 끝내 '명량'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영광과 부담을 동시에 안고 지난 세월을 차기작에 몰두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인 이순신을 내세워 만든 두 번째 영화 '한산'은 1592년 4월 부산포를 시작으로 조선에 침략한 왜군, 조선군과 왜군을 오가며 진행되는 첩보전, 첫 등장한 육지전, 그리고 자라에서 힌트를 얻은 새 거북선의 비밀 등이 차례대로 전개된다.
'한산'은 '명량'보다 5년 빠른 시기를 다루면서 40대 후반의 젊은 이순신 장군이 등장한다. 최민식이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이었다면, 박해일은 전쟁 초기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의 면모를 보여준다. '명량'에서는 이순신의 개인적인 고뇌 등을 드러내 '인간 이순신'에도 포커스를 맞췄다면, '한산'은 박해일의 절제미가 돋보인다. 최민식의 이순신은 열정의 빨간색이고, 박해일의 이순신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파란색이 어울린다. 
또 '한산'은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한산해전과 조선 수군들의 팀플레이가 인상적이고, 이 과정에서 천재 지략가 이순신의 능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순신과 치열한 해전을 벌이는 왜군 수군 최고사령관 와키자카 역을 맡은 변요한의 열연도 눈에 띈다. 여기에 육지 전투도 빼놓을 수 없다. 김한민 감독에 따르면, '명량'은 전투에만 집중했으나 '한산'은 해전과 함께 육지전도 굉장히 중요했기에 조선을 돕는 항왜군사 준사(김성규 분) 캐릭터 투입해 의병을 연출하는 등 스케일이 더욱 커졌다.
이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순신 곁에서 그의 전술을 돕는 물길 전문가 어영담(안성기 분), 아군임에도 이순신과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경상우수사 원균(손현주 분), 이순신의 핵심 조력자 이억기(공명 분),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박지환 분), 은밀한 첩자 보름(김향기 분), 왜군 측에서 정보를 빼내는 탐망꾼 임준영(옥택연 분), 와키자카의 오른팔 장수 마나베(조재윤 분), 와키자카의 경쟁상대 라이벌 가토(김성균 분) 등이 극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최고의 볼거리는 후반부 쏟아지는 한산해전 속 학익진(鶴翼陣) 전술이다. 오늘날까지 자주 언급되는 학익진은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의 진법으로 반원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적을 포위하면서 공격하기 적합하다. 그동안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학익진 전술이 어떻게 왜군을 초토화 시키고, 수세에 몰려 있는 조선군에게 승리를 가져다줬는지 스크린을 보는 내내 짜릿함을 안긴다. 
거북선은 김한민 감독이 직접 디자인했는데, 난중일기에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역사적인 자료가 부족해 최대한 여러 사료와 영화적 상상력을 조합해 고증에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거북선 연구가들의 분분한 의견을 바탕으로 '임진왜란 개전 초기 일어난 전투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실효성 있는 모델은 어떤 것인가?'를 기준으로 '한산'만의 거북선을 모델링했다고.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명량'은 바다에 실제로 배를 띄워 촬영했지만, '한산'은 바다에 배를 전혀 띄우지 않았다. 지난 8년간 노하우가 쌓이고, 기술도 발전했으며 완벽한 CG를 이용해 '명량'이라는 초석 위에 '한산'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옛말에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라고 했지만, 가끔 형 못지않은 아우들도 꽤 있다. '한산'은 분명 '명량'과는 또 다른 매력과 감동으로 8년의 기다림을 보상하듯 존재감을 발한다.
7월 27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 12세 이상 관람가
/ 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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