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따라갈 역량NO"..'한산' 박해일, '명량' 도움받은 새로운 이순신 [인터뷰 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2.07.21 12: 39

박해일이 '명량'이 있었기에 '한산'도 가능했다며,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느낀 부담과 보람을 공개했다.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주연 배우 박해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빅스톤픽쳐스)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며, 최민식의 '명량: 회오리 바다', 박해일의 '한산: 용의 출현', 김윤석의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어진다. 앞서 '명량'은 2014년 8월 개봉해 1761만이라는 경이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인 '한산'은 '명량'보다 5년 빠른 시기를 다루면서 40대 후반의 젊은 이순신 장군이 등장한다. 최민식이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이었다면, 박해일은 전쟁 초기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의 면모를 보여준다.
박해일은 "언론시사 이후 반응이 '나쁘지 않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제 제일 긴장되는 극장 개봉이 5일 정도 남았다"며 "관객들을 만나서 작품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듣는 중요한 순서가 남은 것 같다. 아무래도 역사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서  여름휴가 시즌에 관객 분들이 보셔야 한다. '그 기분과 계절감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긴장된 마음을 언급했다.
'명량'으로 인해 '한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가운데, "그런 부담은 사실 영화 촬영 초반에 느꼈다. '한산' 스태프가 '최종병기 활' 때와 거의 비슷하다. 다들 '명량'에 참여했고, 김한민 감독님과 손발이 척척 맞는 분들이다. 그 익숙한 집단 안에 내가 들어가게 된 것"이라며 "수백명의 병사들이 날 향한 모습이 한 마디, 하나의 표정, 서 있는 자세까지도 너무 예민했다.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첫 촬영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지휘하는 공간에 있었는데 갑옷도 무겁고, 갑옷을 입자마자 땀에 젖었다. 그 상황에서 전 스태프와 배우들이 날 바라보면서 내 표정을 주시 관찰하고 있었다. 감독님은 모니터로 보고 계셨고, 그런 초반 상황에서 너무 부담을 가졌다. 그때가 가장 나한테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운 느낌이었다. 그게 풀리면서 서서히 모든 게 적응됐다"고 밝혔다.
"긴장과 부담이 풀린 계기가 있나?"라는 질문에 "호흡을 맞췄던 스태프와 배우들이 '괜찮은 거 같아, 나쁘지 않다'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이런 것들이 붕~ 떠 있던 기분을 계속 발 밑으로 내려가게 했다. 그런 한마디가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을 조금씩 찾아가서 한 테이크 한 테이크 서서히 원했던 방향으로 갔다. 같이 만들어가는 기분이 들면서 그때부터 출항을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박해일은 "김한민 감독님이 '네가 이순신 장군을 해봤으면 좋겠어'라고 제안 했을 때 '정말 제가요? 제가 왜요?'라고 까지 얘기했다. '제가 장군감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진심으로 역으로 물어봤다. 그건 사실이다. 그 의아함과 당황스러움과 질문을 갖게 된 소중한 시간이 지금에 와서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좋은 고민을 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출연 제안을 받았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장군감입니까?'라는 내 말에 감독님이 '네가 최민식 선배 같은 장군감은 아니다'라고 하시더라. 내가 '그럼 어쩌라고요'라고 했다.(웃음) 감독님이 웃으시면서 '최민식 선배같은 용맹스러운 용장은 아니지만 '한산'의 이순신은 지혜롭고 주도면밀하게 젼략을 짜서 수군들과 승리의 쾌감을 보여주는 지혜로운 장수, 덕장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한테 제안을 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라고 하시더라"고 밝혔다. 
'최민식의 이순신'과 '박해일의 이순신'의 차별점에 대해 "최민식 선배님과 비교하면 처음부터 아예 다른 기질의 사람이라고 마침표를 찍었다. '명량'의 최민식 선배님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럴 역량이 안 된다. 이건 명확하다. 다른 기질의 속성이 있다"며 "그래서 감독님이 작품을 처음 하자고 했을 때, 내가 가장 고심했던 부분도 그 부분이었다. 제일 차분한 방식으로 이 캐릭터를 잡아가자, 보여주자, 그게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어 "차분하되 이 맡은 역할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하나의 표정, 하나의 눈빛, 정중동의 자세 등 이런 것들이 많은 장면에서 할애된다. '한산'은 시작부터 절대 부러지지 않을 '1 대 다수'의 그런 콘셉트로 '원오브뎀'처럼, 그런 콘셉트로 물 위에서든 배 위에서든 그 인물 존재가 처음부터 있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명량'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우리 영화의 매력이고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박해일은 '명량'이 존재했기에 도움을 받아서 '한산'이 나올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한산'을 만들 때 '명량'에서 소스를 가져왔고, '한산'도 명량이 없었다면 힘들 것"이라며 "다시 말하면 우리도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닌가 싶다. '명량' 때는 최민식 선배님이 바다에 배를 띄워서 먼 바다는 아니지만 촬영 가능한 바다로 나갔다. 배를 한번 띄우면 나올 수가 없었다. 생리적인 현상도 있고, 식사도 하셔야 되고,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을 텐데 그런 걸 생각해보면 '명량'에서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가 정말 고생 많이 하신 것 같다. 촬영하면서 그 생각이 들더라. 배가 흔들리고, 옆에 있는 촬영 팀의 배도 흔들리고 감독님이 효율적이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성웅 이순신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는 박해일은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처음부터 흥행적인 측면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정말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 부담이 뭔지 잡히지도 않고, 그 기분부터 떨쳐내려고 했다. 그래야 구체적으로 촬영 현장에서 한컷 한컷 찍어나갈 수 있을 것 같더라. 그 뿐이었다"고 했다.
또한 박해일은 "최민식 선배님이 '명량' 때 '얼굴이라도 보고 촬영할 수 있다면..' 그 얘기를 하셨는데, 흠결도 없는 분이고,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내가 초라해져만 갔다. 배우로서 연기를 해야하는데, 그 간극을 좁히고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더라"며 "김한민 감독님이 날 앉혀 놓고, 몇 시간동안 역사 선생님 같이 도움 될만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머릿 속으론 도움이 되더라도 내가 움직일 만한 동력은 안 됐다"고 털어놨다.
박해일은 "이순신 장군님이 수양을 많이 쌓은 군자이자 도인 같은 부분이 있다. 그 얘기를 듣고 '마음수양부터 하자'고 생각했다. 동네 절을 찾아가서 스님의 염불 소리를 듣고, 풍경 소리도 들었다. 마음 수양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며 "촬영 들어가서도 숙소에 있을 때 최대한 자세를 똑바로 하고, 마음 자세를 항상 매번 놓치지 않았다. 일정 시간을 그렇게 혼자 있을 때 그렇게 보냈다. 그 어떤 작품보다 마음을 좀 많이 비워내려고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시야가 좁아지는 욕심들이 생기더라.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며 작품에 임한 남다른 태도를 드러냈다.
'한산'을 할리우드 영화처럼 즐기길 바란다는 박해일은 "'명량'도 해외에서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들었는데, '한산'을 통해 이순신 장군이 해외에 더욱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한산: 용의 출현'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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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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