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강태오가 다가섰을 때 박은빈의 심장은 고동쳤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7.21 15: 59

[OSEN=김재동 객원기자] “절 만지지 않으면 심장이 빨리 뛰지 않는 건가요?.. 저랑 같이 있어도?.. 섭섭한데요!”
그 남자 이준호(강태오 분)가 다가온다. 한 발 한 발, 영우(박은빈 분)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주춤주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은 자폐스펙트럼의 영우에게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래 맞아! 단지 그 이유 때문일 거야. 그런데.. 그런데 왜 심장은 이렇게 정신없이 나대는 거지?
20일 방송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11.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회차 9.6%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로 7회 만에 10%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날 드라마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우영우는 법정에서 마침내 생모로 추정되는 태수미를 만났다. 또 우영우는 자폐인으로서 자신에게 결코 일어날 수 없으리라 예단한 연애의 감정도 느꼈다.
태수미와의 만남이야 우영우로선 내막을 알 길 없으니 그렇다치고 이준호를 향한 연애의 감정은 우영우의 세상을 통째로 뒤흔든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분)가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이준호와 최수연(하윤경 분)을 가리키며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라 했을 때 들었던 모호한 감정은 낯설었다. 맥이 풀리고 사지에 힘이 빠지는 그 경험은 남들이 말하는 ‘서운함’일지 모른다.
최수연이 물어왔을 때 “이준호씨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 단언할 수 있었던 건 “이준호씨는 우영우를 좋아합니까?”라 물었을 때 이준호씨가 말을 돌렸기 때문이다. 말을 돌리는 것이 긍정이 아님은 분명한데도 최수연은 “아주 취조를 하셨구만!”이라며 비아냥댔다. 말을 돌리는 게 긍정일 수도 있는 건가?
그보다도 문제는 과연 내가 이준호씨를 좋아하는가이다. 근데 나는 좋아하는 게 어떤 건지 모른다. 고래는 분명히 좋아하는데 남자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미지의 세계다. 동그라미(주현영 분)가 알려줬다. 그 남자를 만졌을 때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빨라지는 게 좋아하는 거라고. 근데 이준호씨는 만져볼 필요도 없었다. 그냥 다가와 내 앞에 선 것만으로도 심장이 마구 날뛰었으니까. 그랬다. “우영우는 이준호씨를 좋아합니다”는 ‘참’이었다.
자폐환자의 경우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 우영우만 해도 고래는 좋고 남과 닿는 것은 싫다. 그러나 사랑이나 질투같은 불확실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그런 우영우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생긴 것이다. 좋은 길은 좋은 길인데 고래로 가는 좋은 길과는 또 다른 이준호에게 가는 좋은 길의 이정표가 어느 틈엔가 가슴 속에 세워져 버렸다.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한 그날 하루는 그렇게 경이로운 채로 끝나지는 않았다. 그 들뜨고 설렜던 하루의 마지막은 퇴근 후 아버지 우광호(전배수 분)를 만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알고보니 한바다 로펌 대표인 한선영(백지원 분)이 아빠의 대학 후배였고 한바다 취업 실패 후 한선영과 아버지가 만났었단다. 아버지와 한선영이 같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알고 학번상 아버지가 선배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사실이 본인과 어떤 연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우영우였다.
그런데 한바다에서 탈락통보를 받은 후 한선영과 아버지가 만났고 뒤늦게 합격통보가 왔다면? ‘아. 나는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분)가 말했던 낙하산 부정취업자가 맞구나!’ 우영우는 갑자기 찾아온 현타에 아버지가 보여주는 부정(父情)마저 고통스럽고 성가시다.
“좌절해야 한다면 저 혼자서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우광호에게 던진 우영우의 선언은 다사다난했던 하루의 마지막 각성이다. 더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지않고 홀로 서겠다는, 그것이 설사 아버지라도 더 이상의 부축은 사양하겠다는 다짐.
이준호의 시간이라고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회전문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우영우를 처음 만나서부터 고래얘기를 평생 들어줄 자신이 생긴 지금까지 우영우의 자폐스펙트럼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납세고지서 내밀 듯 “이준호씨는 우영우를 좋아합니까?”라고 물어오는 단도직입도 그렇고 “선남선녀는 같이 앉는게 맞다”며 최수연 옆으로 밀어붙이는 돌직구 오해도 당황스럽다.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고 노선 정리 분명히 하라’는 최수연의 질타는 또 왜 받아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그럼에도 분명한 건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연수원 동기로 그녀를 질투하면서도 애정하는 최수연조차 대왕고래, 혹등고래, 긴수염고래까진 참아냈지만 돌고래 상괭이까지 넘어가면 질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최수연은 그러니 길게 인내할 수 없다면 잘 해주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그는 우영우의 고래얘기를 질리지 않고 들어줄 자신이 있다.
그가 듣는 건 고래얘기가 아니라 고래 얘기를 하는 동안 꿈꾸듯 부드러워지는 우영우의 목소리고 그가 보는 건 상냥하게 반짝이는 그녀 눈동자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목소리, 그 눈동자에 어떻게 질릴 수 있단 말인가. 우영우라면 노크 후 손가락 꼽는 것도, 머리부터 상체까지 좌우로 흔드는 걸음걸이도, 부주의하게 비탈에서 넘어지는 모습도, 네비게이션처럼 억양도 감정도 없이 쏟아내는 무기질 음성까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걸.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가는 중인데 노선정리 분명히 하라는 타박까지 듣는 중이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 지 알아보기 위해 자신을 만져보고 싶단다. 준호에게 중요했던 건 명약관화한 본인 스스로의 감정이 아니었다. “우영우를 좋아하나?”는 질문을 회피한 것은 본인의 감정이 전해질 경우 우영우가 느낄 지 모를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영우도 자신을 향한 본인 마음에 눈을 돌렸고 그 방향이 나쁘지 않다. 이제야말로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만들어갈 자폐스펙트럼 환자의 인간애 아닌 연정이 어떻게 그려질지부터 드라마의 우상향 상승세는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마주치게 될 태수미와의 만남은 건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생 함께 한 우광호조차 외롭게 만든 우영우가 특별히 모정에 연연할 것으로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비록 탈북민 계양심(김히어라 분) 에피소드에서 계양심의 진한 모정을 보며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가 버리지 않았을텐데”란 자조는 했었지만 나만의 세상을 살아온 우영우에게 그 세월 엄마의 부재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진심 홀로서기에 나선 우영우의 행보, 그리고 이준호와의 관계 발전과 그를 통한 성장스토리가 될 것 같다. ‘혼자서도 잘해요’ 우영우를 보는 재미가 요즘 퍽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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