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김한민 감독이 '명량'의 후속작과 함께 돌아왔다. 이순신과 해전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기 위해 꼬박 8년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인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빅스톤픽쳐스)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며, 최민식의 '명량: 회오리 바다', 박해일의 '한산: 용의 출현', 김윤석의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어진다.
앞서 '명량'은 2014년 8월 개봉해 1761만이라는 경이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2019년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이 1626만명으로 아성을 위협했지만, 끝내 '명량'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영광과 부담을 동시에 안고 지난 세월을 차기작에 몰두했다.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2007), '최종병기 활'(2011)에 이어 '한산: 용의 출현'을 통해 11년 만에 박해일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명량'은 직접 바다에 배를 띄웠지만, '한산'은 모든 걸 크로마키와 CG, VFX, 특수효과 등으로 구현했다. 이에 대해 "스태프도 두 파로 나뉘었다. 정말 라이브 하게 처절하게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그러기엔 현 ㅜ52시간 근로 체제에서 불가능했다. 걷잡을 수 없는 스케줄 및 제작지 오버를 감당할 수 없었다. '한산' '노량'까지 두 편을 연달아 찍어야 하니까 더욱 그랬다. 그래도 날 것의 느낌을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명량'보다 만족도는 높다"고 밝혔다.

김한민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부담감이 없을 순 없다. 이게 3부작으로 기획됐고, '명량'이 끝나서 나고 '한산'과 '노량'을 잘 만들고 싶었다. '명량'은 어떻게 보면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고, '한산'과 '노량'은 그래서 더 '차근차근 준비해서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명량' 때 하지 못했던 애니메이션화, 사전시각화 등을 시도했다. '한산'은 아예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완벽하게 만족스럽진 않지만 70%의 성공은 있다. 해전에서의 사전시각화 작업이 매우 필요했다. 그게 없으면 해전을 구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명량'처럼 바다에 배를 띄울 수도 없다"고 밝혔다.
김한민 감독의 말처럼, '명량'은 바다에 실제로 배를 띄워 촬영했지만, '한산'은 바다에 배를 전혀 띄우지 않았다. 지난 8년간 노하우가 쌓이고, 기술도 발전하면서 완벽한 CG를 이용해 '명량'이라는 초석 위에 '한산'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놨다.
그는 "'한산'은 '명량'과 차별화되길 원했다. '왜 저런 비슷한 영화를 또 찍어?'라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질 않길 바랐다. 3부작을 통해 시대적으로, 깊이적으로 '저런 측면이 있구나'하면서 이순신을 오롯이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다. 배우는 다르지만 이번 '한산'의 박해일과 이순신을 통해서 '명량'과는 다른 측면을 꼭 봐주시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시나리오를 개발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원래 '명량' 개봉 후 '한산', '노량' 시나리오가 나왔었는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좀 더 면밀하고, 엣지있게 개발하려고 시간이 걸렸다. 사전시각화라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해 차근차근 하고 싶었고, 그러다보니 7년의 시간이 훅 가버렸다"며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명량'과 '한산'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주인공이 최민식에서 박해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을 찍고 나서 최민식 선배님이 '오롯이 내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하셨다. 그것 대해 반박하거나 다른 말을 할 게 없었다. 그 말이 너무 정확하게 들렸다"며 "그리고 어쩌면 이순신이 역사적으로 실존한 인물이라서 배우가 좀 바뀌어도 '이건 가능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마블의 아이언맨을 로다주가 하다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이상하지만, 이순신이라는 실존인물이 있어서 바뀌어도 관객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명량'과 달리 '한산'에서 보여주려고 한 부분에 대해 "한산해전을 준비할 때 이순신의 고뇌가 느껴진다. 철저한 전략과 전술, 완벽한 진법에 대한 완성, 거북선의 운용, 그리고 넓은 바다로 유인하는 섬멸전, 적을 파악하는 정보전, 그게 바로 한산해전"이라고 했다.
이어 "또 한산에서는 혁신적인 함선의 도입이 있다. 그런 이순신이라고 한다면 굉장한 지략가일 수밖에 없다. 수세의 상황에서 이걸 역이용하는 현명함, 그 나이대가 젊은 이순신이었다. 박해일이라는 배우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는 바뀌지만 박해일로 차별화를 보여줘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김한민 감독은 "박해일은 외유내강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세 작품을 했고, 겉으론 유하게 보이지만 눈빛은 강렬하고 좋다. 유하게 보이면서도 안에는 강직한 느낌이 있다. 중심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순신을 표현하기에 박해일이 저격이라고 생각했다"며 캐스팅한 이유를 언급했다.
그러나 박해일은 캐스팅 제안에 놀라면서 걱정부터 했다고. 김한민 감독은 "처음에는 박해일이 대화 나눌 때 의아해했다. '내가 어떻게 이순신을 합니까?'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아니야 '한산'에서 이순신은 너의 모습이 필요해'라고 했다. 차 마시고, 야구 캐치볼을 하면서 둘이 대화를 많이 나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해일 배우가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더라"며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명량'과 '한산'을 거치면서 우스갯소리로 '이순신 장군이 김한민 감독으로 환생한 것이 아니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산도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기본이며, 사람들 앞에서 이순신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이순신을 잘 그릴 수 있을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그만큼 그가 이순신 장군을 대하는 태도, 영화를 만드는 모습은 진심 그 자체다.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과 관련해 한 번 설명을 시작하면, 마치 대학 교수의 역사 강의 못지않다. 그 어떤 난다 긴다 하는 대치동 1타 강사도 무릎을 꿇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뽐낸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방대한 자료 조사와 역사 공부를 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명량' 당시 국뽕 논란에 대해 김한민 감독은 "'일부러 '한산' 시나리오를 일부러 바꾼 것은 아니다. 한산해전의 특징이 차가운 판단과 전략에 대한 계산들이 있었어야 했다. 균형을 가져야 했고, 그런 지점의 이순신을 표현해야 해서 톤을 다르게 잡았던 것 같다"며 "국뽕 논란은 진정성의 문제라고 본다. 이순신의 매력과 마력으로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을 가고 있는 것이다. 7년 전쟁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기도 하다. 관객이 이 영화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또 관객에게 우리의 메시지가 진짜 와 닿는지 궁금하다. 단순하게 이순신 팔이를 해서, 혹은 애국심 팔이를 해서 흥행해보겠단 마음을 먹으면 국뽕이라고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진정성이 있다. 이순신을 소재로 했지만 진정성을 다했다는 느낌이 온다면 '한산'도 국뽕 논란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명량'이 역대 흥행 1위인데 깨고 싶은 욕심은 없나?"라는 질문에 "이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웃음) 난 3부작이 완성되는 게 중요하다. 잘 완성되면 좋겠다. 개봉 순서대로 보셔도 되고, '한산'을 먼저 보셔도 된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저런 양반을 우리 역사 속에서 우리 시대에 어떤 위안을 주는지' 더 오롯이 느끼길 바란다. 어떤 영화를 보든 관객들이 뭔가 알 수 없는 힘과 위안, 위로를 느끼면 좋겠다. 그게 자긍심이 됐든 유대감이나 연대감, 용기가 됐든, 이런 걸 느끼고 나오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한산: 용의 출현'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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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