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지연이 ‘블랙의 신부’에 출연한 소감을 전했다.
22일 오전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 배우 차지연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작품.
극중 국내 최고의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의 대표 최유선 역을 맡은 차지연은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묻자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 굉장한 지략가라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드러내놓고 모든 걸 표현하고 내가 갖고자 하는 것, 하고자 하는 걸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갖고 있고 ‘이 사람 잠은 잘까?’ 싶을 정도로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점이 너무 매력 있었다. 이런 인물을 연기한다면 어떻게 표현해 볼 수 있을까 궁금하고 기대돼서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최유선은 돈이 곧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인물로, 남편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분투하며 새아들 차석진(박훈 분)과 상속 전쟁을 벌인다. 특히 최유선은 작품 속에서 가장 전사가 드러나지 않는 인물 중 하나. 이에 차지연은 “태어난 시점부터 어떻게 해서 남편을 만나서 렉스 대표가 됐는지 삶의 과정들이 제 안에 명확하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유선은 사람의 마음을 잘 꿰뚫어 본다. 무엇이 부족하고 차고 넘치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지 간파하는데 능하다. 감각적으로 타고난 사람이고 후천적으로 습득하고 경험한 것들이 많은 환경에 노출돼서 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성에 대한 마음을 사로잡거나 나에게로 향하게 하는 포인트를 잘 아는 사람이라 생각한 부분도 있다. 이런 것들이 최유선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자신 나름대로 최유선이라는 인물의 서사를 꼼꼼하게 만들었다는 그는 “최유선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만들어나가는 것도 재밌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연기할 때 가장 신경쓴 부분에 대해서는 “최유선은 삶의 목표와 목적이 뚜렷해서 가고자 하는 방향의 수많은 플랜들을 A부터 Z,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감정이 얼굴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감독님과도 그 부분이 잘 맞아서 그런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셨다. 그러다 보니 ‘저 사람은 저 인물의 편인가?’ 라는 게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뿐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서도 차지연은 완벽히 최유선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결벽증에 가까운 특징을 신경썼다. 머리카락 한 올, 옷매무새, 찻잔 손잡이 방향이나 펜 하나의 각도 등 그런 모든 것들이 예상되지 않거나 정돈되지 않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자기 계산 안에 다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정제된 매무새에 병처럼 몰두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런 걸 신경 많이 썼다”고 말했다.
최유선의 패션은 어땠을까. 차지연은 “블랙이라는 색상이 주는 무게감과 힘이 분명히 존재하고, 제가 가진 외면적인 비주얼과 블랙이라는 색상이 합해졌을 때 발사하는 힘이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블랙계열 의상을 많이 입었다. 또 제가 어깨가 건강하다. 그거에 좀 더 최유선이라는 인물이 가진 힘을 부각시키고 카리스마나 파워풀 함이 비주얼적으로 인상 깊게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파워 숄더’ 의상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대체로 디자인이나 패턴보다는 소재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차지연은 캐릭터의 설정뿐 아니라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직접 고민하고, 작품 내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묻자 “현장에서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보다 더 최유선 다운 대사를 말하고 싶어서 제가 생각하는 최유선을 떠올리면서 직접 대사를 만들어봤다. 그 중에서도 ‘진심을 다하되 진실은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그 문장 자체가 최유선이라는 인물을 대변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유선의 삶의 모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최유선이 존재하지 않았나 싶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처럼 많은 노력과 애정을 기울여 완성시킨 최유선이라는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만족감은 어떨까. 차지연은 “누구나 그렇듯 만족은 없다. 그래도 한쪽으로 치우쳐서 ‘저 사람은 악역’, ‘나쁜 영향을 끼친 사람’ 이렇게 단순히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어서 부족해 보이는 건 많이 있지만 방향성은 잘 잡아갔다고 생각 있다. 혹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온다면 이번엔 더 발전시켜 보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블랙의 신부’는 각자의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유선의 욕망에 대해 “리미트가 없다. 계속해서 그 위에 다음 스텝들이 생겨나는 사람이라서 그게 재밌는 인물”이라고 의견을 전한 차지연은 자신의 욕망을 묻자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 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잘하고 싶은 배우, 유명해지는 배우,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모든 것들을 떠나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고 이런 걸 끊임없이 놓치지 않고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게 제 욕망 같다. 무대든 매체든 어디에 가든, 어느 상황에서든 그걸 지켜나가고자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블랙의 신부’라는 한 작품을 끝마친 차지연은 “김희선 선배님, 김미경 선배님과 같이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바로 스위치를 켜고 그 역할로 몰입할 수 있는 노하우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 스위치가 자유롭게 켜지고 꺼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크게 배웠다”고 깨달음을 전했다.
그는 “무대는 다 같이 2, 3개월씩 연습하고 무대에서 2, 3시간 합을 맞추고 나가는 과정이 있고, 매체는 긴 시간 동안 합을 맞출 시간은 덜하지만 만났을 때 순간적인 집중도와 몰입도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어떤 노하우,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많이 배웠다. 너무 좋은 선배님들, 동료 배우들을 한 작품 안에서 이렇게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복이자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데뷔, 주로 무대에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왔던 차지연은 2011년 SBS ‘여인의 향기’를 시작으로 ‘모범택시’, ‘블랙의 신부’에 출연하면서 드라마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그간 브라운관에서 맡은 캐릭터들이 강렬했던 탓인지, 다소 센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각인 된 상황.
이와 관련해 차지연은 “이런 멋있고 센 캐릭터도 좋지만 일상적이고 편한 인물로 더 많이 뵙고 싶기도 하다. ‘이 배우가 이런 인물들도 잘 어울리는구나’,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구나’, ‘스펙트럼이 넓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저는 액션도 좋아하고 장르와 시대적 배경 상관없이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시도하고 싶다. 저는 무대에서도 한 가지에 고착되고 국한된 인물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나름대로 노력해서 선택해왔다. 그 시도들을 매체라는 장르에서도 더 폭넓게 해보고 싶은 게 저의 욕심”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뮤지컬 ‘서편제’ 준비에 한창인 차지연은 브라운관에서도 계속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칠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브라운관이나 화면에서도 많이 뵙고 싶다.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계획이 있다. 많이 지켜봐 주시고 차지연이라는 사람이 또 어떤 작품으로 올지 많이 기대해 달라. ‘이런 역할을 하네?’ 하면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기대해주고 응원해주신다면, 자기의 때와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인지하면서 멋있게 늙어가는 배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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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