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 전무후무한 재난 영화가 나왔다. 바로 '비상선언'이다.
25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비상선언'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 등이 참석했다.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MAGNUM 9, 공동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씨네주(유))은 28000피트 상공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 '더 킹'(2017) 한재림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캐스팅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또, '비상선언'은 지난해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엄선해 초청하는 대표 섹션 중 하나인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주연 배우들과 감독이 레드카펫을 밟은 바 있다.
송강호는 극 중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 이병헌은 딸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재혁, 전도연은 국토부 장관 숙희, 김남길은 부기장 현수, 임시완은 탑승객 진석, 김소진은 사무장 희진, 박해준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로 각각 분해 열연했다.



마이크를 든 전도연은 "영화 어떻게 보셨냐?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면 안되는 건가?(웃음) 너무 긴장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나중에 개봉하면 다시 볼 생각이다", 송강호는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이 흥분된 느낌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면 좋겠다", 임시완은 "오랜만에 무대인사를 해서 그 전에는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왔는지 생경한 느낌이다. 나도 좀이따 완성된 영화를 볼 예정인데 여러분들도 재밌게 봐주시길 바란다"며 첫 인사를 건넸다.
10년 전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제안 받았다는 한재림 감독은 "비행기 안에 갇힌 사람들이 재난을 당하는 것, 이걸 제안 받은 게 10년 전이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쓰고 캐스팅을 시작할 땐 (코로나) 재난이 오지 않았던 시기였다. 찍으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다. '비상선언'에서 보여준 특정한 재난이 아니라, 재난 자체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여러 함의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며 영화의 의미를 언급했다.
이어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재난과 보통 재난이 닥치면 인간은 두렵고 나약해지고 남을 비난하고 원망한다. 우리 사회에 일련의 과정들이 있었다"며 "우리가 코로나를 극복해나가고 이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등 위대한 희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통해 사소한 인간성을 집중하면 그 재난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헌신하는 캐릭터 인호를 연기한 송강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그냥 평범한, 흔히 봐왔던 재난 영화나 장르물로 이해했다. 그런데 점점 더 작업을 해나가면서 한재림 감독님이 재난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어떤 방식으로 얘기하는게 어른스러웠다. 어떤 기교나 말초적인 표현들을 통해서 자극적으로 전달하기보단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런 재난이 벌어지면 안 되고, 벌어질수도 없지만,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사회공동체 이야기다. 각자 소중한 지점, 가족에 대한 생각들, 이웃에 대한 생각들을 담담하고, 묵직하게 차근차근하게 보여주는 지점들이 와 닿았다. 인호라는 캐릭터도 그것을 풀어나가는게 담담했다. 인호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걸 담담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출연 이유와 완성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재림 감독은 테러리스트 역할에 임시완은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사실 이 캐스팅에 영감이 된 것은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총기 사건이었다. 그것도 테러이고 하나의 재난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테러범의 기사들을 찾아보니 정말 평범했고, 집안도 어렵지 않았더라. 심지어 친형은 그 동생이 총기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했다. 굉장히 평범하고 그런 일을 벌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이야기의 시작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임시완은 "우선 날 좋은 이미지라고 생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악역이건, 선역이건 이후 행동의 당위성을 찾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어떠한 당위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당위성 자체가 없었던 역할이었다"며 "그래서 오히려 그런 당위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 역할을 표현함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그런 걱정보단 기대감이 더욱 큰 상태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송강호와 전도연은 2007년 개봉한 '밀양' 이후 15년 만에 재회해 의미를 갖는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밀양'을 끝내고 이후 많지 않지만 호흡을 맞춰 좋았다. 아무래도 '비상선언'은 남자 중심의 영화라 전도연 배우의 비중이 크지 않지만 보석처럼 빛난 존재감을 드러낸 것 같다"며 극찬했다.
전도연은 "보석같은 연기를 한 전도연"이라며 "송강호와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캐릭터 설정상) 많이 호흡할 수 없었지만 한 작품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고 화답했다.



송강호 못지 않게 중요한 캐릭터 재혁을 맡아 중심을 이끄는 이병헌은 "내가 연기한 재혁이란 인물이 자연 발생적으로 비행 공포증이나 트라우마, 공황장애가 발생한 인물이 아니라 어떤 일로 인해서 비행공포증이 생긴 사람이었다. 그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는 표현됐으면 했고, 이미 시나리오에 나와 있었다. 그런 부분은 연기할 때 힘든 부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영화 속 재혁은 비행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 이병헌은 "실제로 20대 중반에 비행기에서 공황장애를 처음으로 겪어본 상황이었다. 공황장애의 느낌과 증상들을 그 이후로도 여러번 경험 했었다. 그런 부분들이 표현됐으면 했다"며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된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상황들만 관객들에게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공황장애가 오면 느끼는 호흡들이 있다. 느끼면서 괴로워하면 오는 호흡, 괴로운 눈빛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약 등이 낯설지 않아서 그런 경험들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이날 김소진은 마지막 멘트를 전하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재난이란 위험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갖게 되는 두려움, 불안함, 무서움, 나약함이 있지 않나. 그런 순간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게 되는 것 같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진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있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런 존재도 이 영화, 비행기 안에서 필요했던 것 같다"며 자신의 배역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소진은 북받치는 감정으로 인해 마이크를 김남길에게 넘겼고, 다시 마이크를 넘겨 받아서 진심이 담긴 멘트를 덧붙이며 영화를 향한 애정을 내비쳤다.
한편 '비상선언'은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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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