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희열이 표절 논란으로 13년 간 자리를 지켜온 ‘스케치북’ MC 자리에서도 내려오게 됐다.
유희열은 지난 1994년 토이 1집 앨범 ‘내 마음속에’로 데뷔한 이후 30년 가까이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며 한국 대표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MC를 시작으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성을 넓힌 유희열은 안테나의 수장이자 뮤지션, 방송인으로 영역을 확장해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지난달 표절 논란에 휩싸인 유희열은 그의 음악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유희열의 생활음악’ 두 번째 프로젝트인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시작된 유희열의 표절 논란은 가요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초 유희열 측은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과의 표절 의혹에 대해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게 됐다.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되었고,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과했다.
이후 류이치 사카모토 측은 “음악적인 분석의 과정에서 볼 때 멜로디와 코드진행은 표절이라는 논점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어떠한 표절에 대한 법적 조치도 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유희열이 만든 다른 노래들 역시 잇따라 표절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이 심화됐다. 네티즌은 유희열의 노래와 비슷한 곡들을 비교하는 영상들을 게재하며 유사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논란에도 활동을 강행하던 유희열은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포함해 모든 방송에서 떠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600회를 끝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13년 3개월이라는 긴 시간 아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린다. 끝까지 애써주신 제작진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수차례 제기된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다. 다만 이런 논란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제 자신을 더 엄격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지난 22일 방송된 600회 특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까지 이어지는 심야 음악 토크쇼의 명맥을 잇는 정통 음악 프로그램이다. 2009년 4월 24일 첫 장을 넘긴 뒤, 13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작들을 넘어서 최장 기간 방송됐다.
그동안 '스케치북'은 뮤지션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통로로, 시청자에게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했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이 표절 논란과는 별개로 대표 음악 프로그램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희열은 마지막 방송에서 표절 논란에 대한 언급 없이 "저는 여기서 인사드리지만 음악인들이 꿈꾸는 이 소중한 무대 음악 라이브 토크쇼가 잘 없다. 요즘 세상에는 자기 노래를 발표하고 이야기할수 있는 그런 순간이 거의 없더라. 이 소중한 무대가 계속해서 이어질수 있도록 많이 아껴주고 응원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전했다.
유희열에게서 촉발된 표절 논란은 이제 다른 가수들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가요계를 덮친 표절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mk3244@osen.co.kr
[사진] OSEN DB,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