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준비로 정확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대본이라는 설계도를 최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 '닥터로이어'에서 열연한 배우 이승우를 만나봤다.
이승우는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닥터로이어'에서 흉부외과 의사 최요섭 역으로 출연했다. '닥터로이어'는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천재 외과의사와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의 메디컬 서스펜스 법정 드라마다. 특히 배우 소지섭이 주인공 한이한 역을 맡아 4년 만에 선택한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 이 가운데 이승우는 '내 뒤에 테리우스'에 이어 다시 소지섭을 만나 믿음직으러운 의사 후배로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이에 27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이승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닥터로이어'가 지난 23일 방송된 16회로 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 내린 터. 이승우는 "드라마가 끝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수다도 떨었다. 예쁜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라며 근황을 밝혔다. 실제 소설,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즐기는 그는 드라마 대본집에 대해 "대본은 책이기도 하지만 설계도인 것 같다. 설계도가 있으니 어떤 자재, 어떤 인테리어를 해야할지 고민하는 마음으로 연기한다"라고 밝혔다. 2015년 연극으로 데뷔하며 당시 육지 연출이 해준 말을 간직하고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다고.

그런 이승우에게 '닥터로이어'는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끝난" 작품이었다. 이승우는 "조금 추상적이지만 자신감을 얻게 됐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가 이 드라마를 할 수 있을까?', '괜히 이 많은 선배들 사이에 껴서 흐름을 못 타거나 어울리지 못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다. 그런데 끝날 때는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우는 '닥터로이어'에서 최요섭 역을 맡아 처음으로 의사 연기를 소화했다. 그는 "처음에 의사라는 전문직이 제게 있어서는 생소한 직업이고, 어떻게 그들이 살아가는지를 알 수가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다큐멘터리나 의학 드라마 리뷰해주는 유튜버 영상 보면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구나' 하나하나 알아가고 의학자문 오시는 흉부외과 교수님 통해서 많이 물어보고 계속 역할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의사 역할이 의사처럼 보이려면 가운을 입엇을 때 보다는 수술복 입었을 때 하는 행동들로 의사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타이법을 매일 하루에 30분은 연습했다. 소품 팀에서 실리콘이랑 의료 도구를 받아서 그거로 매일 영상을 찍어서 확인했다. 한 달 정도 되니 그래도 묶을 수 있을 정도의 숙련도는 올라갔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승우가 한이한을 위해 반석병원의 의료과실 재판 증인으로 나서는 장면도 이승우에겐 가장 힘든 장면이었다. 이승우는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그런 재판장에 들어가는 것도 처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것도 처음이라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신체적으로 힘든 건 수술씬 찍을 때가 많이 힘들었다. 길게 찍은 건 12시간을 찍었다. 그 동안 오래 서있다 보니까 나중에 다같이 힘들었다"라고 했다.
뿌듯한 순간도 있었단다. 이승우는 "마지막에 요섭이 이한에게 '병원에 남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마지막 촬영이라 그런지, 죄책감을 털어내는 장면이라 그런지 기분이 홀가분했다. 항상 마음이 무거운 연기를 했는데 비로소 다시 웃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나아가 그는 "다 해보고 싶지만 조금 더 다크한 장르에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핵인싸' 역할을 해보고 싶다"라며 눈을 빛냈다. 그는 "'닥터로이어'도 무거운 장르였지만 막상 현장 분위기는 재미있고 좋았다. 다크한 장르나 무거운 장르가 힘들지 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더 해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 고현정, 하정우 주연의 드라마 '히트'를 보고 배우의 꿈을 갖고 '내 뒤에 테리우스'로 드라마에 데뷔한 이래 이승우는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허쉬', '그 해 우리는' 등 다양한 작품을 거쳐 '닥터로이어'까지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 가운데 이승우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처음엔 용감했다. 모르니까 그냥 했다. 그런데 점점 조심성이 많아졌다. '연기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라고 털어놨다.
그는 "'내 뒤에 테리우스'를 할 때도 생각해보면 '이건 하지 말아야돼'라는 게 정말 많았다. 작품을 하나씩 하나씩 하면서 틀이 깨졌고, '그해 우리는'을 찍을 때는 편하게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닥터로이어'에서는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이 대사를 이렇게도 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틀이 깨졌다"라고 했다.
끝으로 이승우는 '믿보배'를 꿈꾸며 '닥터로이어'를 소중한 시간으로 간직했다. 이에 그는 "'닥터로이어' 1, 2회가 방송되고 제가 별로 안 나왔는데도 많은 분들께 연락이 왔다. 다들 '석주 심장이 누구한테 갔냐'라고 물어봤는데 그 때 정말 많은 분들이 '닥터로이어'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 작품에 제가 함께 해 기뻤다. 함께 해주신 선배님, 스태프 분들, 감독님께서 정말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고, 시청자 분들도 저를 알아봐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피프티원케이(51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