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이정재씨가 오랜만에 재회했는데 우리의 만남이 작품의 의미를 앞서지 않길 바랐다.”
배우 정우성이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새 한국영화 ‘헌트’(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작 아티스트컴퍼니·사나이픽처스)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배우이자 감독님인 그와 제가 오랜만에 영화 작업을 하게 됐는데, 저희가 각각 박평호와 김정도로서 현장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면서 나쁘지 않은 도전인 거 같다고 느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멋진 캐릭터들의 대립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는 정우성은 “이정재 감독님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차 (몸이)말랐고 지쳐 보였다. 지친 모습으로 숙소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동료로서 측은했지만 본인이 선택한 길을 짊어지고 가는 걸 보면서 든든했다”고 배우 겸 감독 이정재의 노력을 칭찬했다.


1993년 드라마로 데뷔한 이정재가 배우로서 그간의 경험치와 겹겹이 쌓아올린 내공을 살려 첫 번째 상업영화 ‘헌트’를 올 여름 선보인다.
이정재는 영화 ‘인천상륙작전’(2016)의 개봉 후 한재림 감독의 소개로, ‘헌트’의 원작 시나리오였던 ‘남산’(가제)을 알게 됐다. 이후 그가 영화 ‘대립군’(2017)의 개봉을 전후로 ‘남산’의 판권을 구매하고 영화화를 결정했다.
당초 한재림 감독, 정지우 감독이 ‘남산’의 시나리오 작업을 맡으려고 한 적도 있었으나 두 감독 모두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으로 영화를 풀어낼 수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이정재가 시나리오까지 도맡게 된 것.


이로써 이정재는 ‘헌트’의 각색부터 연출, 출연, 편집 등 일련의 제작 전반에 참여했다. 배우로서 장편 상업영화의 연출을 맡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그는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 올 여름 관객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이정재 감독은 “제가 오랫동안 연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연기자들이 돋보이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있었다”며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까지 오로지 같이 출연한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 개인들이 갖고 있는 장점, 색깔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매력을 스크린에 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정재가 배우로서 처음 선보이는 상업작이라 관객들로부터 ‘배우(연출)치고는 괜찮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터다. 그러나 연출자의 이름 세 글자를 떼어놓고 봐도, 그가 감독으로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려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는 흔적이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자료조사부터 장면 속 작은 소품까지 80년대 분위기와 스타일을 살려 영화를 보는 몰입도를 높였다. 신인감독 이정재의 성공적 데뷔작이라 부를 수 있겠다.


각색된 ‘헌트’는 12·12 군사반란으로 군대를 장악하고,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을 유혈 진압해 국정의 실권을 장악한 故전두환 전 대통령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 액션 드라마를 표방한다.
이 감독은 캐릭터들의 변곡점과 관련, “어떤 상황을 편하게 보려고 했던 저의 모습을 목격했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이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구분 짓는 저의 모습을 봤는데 그 사람과 상황에 대해 더 깊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 그때는 제가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 단순하게 넘기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영화를 통해) 인간의 안에 내재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구분 짓지 않고 작은 단서와 복선을 깔았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이나 변화된 상황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도 제 취향은 아니다. 앞에 복선들을 깔아놓았다”고 인물을 변주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정재 감독과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등 배우들은 인간미 흠뻑 묻어나는 영화 제작 과정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배우들은 이정재의 연출 데뷔를 축하하며 출연을 자처했다고 한다. 감독 이정재에 대한 애정과 존경 어린 이야기가 곳곳에서 이어진 가운데, 개봉 후 관객들도 ‘헌트’가 보여주려고 했던 미덕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개봉은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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