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이병헌이 VIP 시사회에 온 아내 이민정부터 같이 작업한 송강호, 전도연, 임시완까지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표했다.
28일 오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영화 '비상선언' 주연 배우 이병헌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MAGNUM 9, 공동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씨네주(유))은 28000피트 상공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은 영화에서 아토피를 앓는 딸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재혁을 맡아 열연했다. 과거 심각한 비행기 사고를 당하면서 트라우마, 공황장애를 겪는 인물이다. '남산의 부장들'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고, 최근 종영한 tvN '우리들의 블루스'가 최고 시청률 14.6%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비상선언'은 '연애의 목적'(2005),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 '더 킹'(2017) 한재림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엄선해 초청하는 대표 섹션 중 하나인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주연 배우들과 감독이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을 누렸다.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긴장감,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그 감정으로 시나리오가 끝났는데 롤러코스터 타는 듯한 기분으로 단 번에 재밌게 읽었다"며 "내가 연기한 재혁이는 평범했는데, 전사를 포함해 왜 이렇게 공포스러워하고, 이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사람이다. 물론 영화 후반부에 다 나오지만 어쩌면 재혁이가 느끼는 당황스러움, 공포감, 두려움 등은 가장 먼저 승객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탑승부터 큰 공포와 불안감을 보이는 캐릭터인데, 그런 게 결국 승객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2020년 '남산의 부장들' 이후 오랜만에 영화를 선보이는 이병헌은 "이 영화가 막 사랑을 받을 때 팬데믹이 시작됐고, 그동안 영화 촬영을 열심히 했는데 공개가 되는 건 '비상선언'이 처음"이라며 "1년에 많게는 2편, 적게는 1편으로 관객을 직접 만나는 게 나의 일상이었는데, 그런 게 어느 순간 뚝 끊겼다. 몇 년을 그런 소통 없이 촬영만 하고 지내다가 시사회를 통해서 관객들을 만나게 되니까 감정이 되게 새로웠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싱글라이더', '백두산', '비상선언' 등에서 자식 둔 부모를 연기했는데, "실제로 '백두산'에 나온 딸과 '비상선언'의 딸이 자매다. 두 딸의 아빠 연기를 하게 됐는데, 정말 좋은 배우들이다. 나도 아들이 있는 아빠로서 직접 경험이 주는 확신이 있다"며 "다만 아들을 가진 아버지와 딸을 가진 아버지의 차이를 주변 지인들을 보면서 관찰했다. 확실히 아들을 둔 아버지와 딸을 둔 아버지는 굉장히 다르더라. 아이와 노는 방법도 달랐다"고 말했다.
앞서 언론시사회에서도 젊은 시절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했는데, 이병헌은 "과거 25~26살 때, 1997년 방송된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를 끝내고 미국에 가려 비행기를 탔다. 그때 처음 공황장애를 느꼈고, 기억이 너무 또렷하다"며 "'나는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고, 그 기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비행기 전체에 의사 선생님이 있는지 방송도 했었다. 다행히 미국에 잘 도착했는데 당시에는 비행기가 떴을 때 중간에 다른 나라로 설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멈출 수 없다고 하더라. 숨은 안 쉬어지고 너무 힘들었다. 지금에서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힘든 기억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실제 공황장애를 겪은 경험 때문에 이 캐릭터에 공감했다기보단 그 부분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재혁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과정에 어떤 공포를 느끼고 어떤 증상을 느끼는지, 또 호흡이 어떤지 이런 것에 대해 한재림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비행기만 타도 공포스럽고 신경안정제도 필요한데 비행기 안 상황이 더 극단으로 점층되니까 반복되는 공황의 증상이 생긴다. 공황장애에 대한 표현들은 조금씩 보여지지만 그걸 아는 사람으로서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25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비상선언' VIP 시사회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참석할 가운데, 이병헌의 아내 이민정도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난 사실 이번에 아내가 다른 작품 촬영 중이라서 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와야지, 왔을면 좋겠다,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왔다"며 "근데 서로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문자도 못 했다. 나도 온종일 무대인사 등 일정이 있어서 문자를 볼 시간이 없었지만, 아내 이민정도 문자가 안 왔더라"며 웃었다.
그는 "시사회가 끝나고 나중에야 '다음날 촬영있는데 눈 퉁퉁 부어서 어쩔거냐'라는 그런 투정 비슷한 문자가 하나 와 있더라"며 "자기는 새벽부터 촬영이라 일찍 들어가서 집에 있겠다고 했다"며 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했다.
송강호, 전도연 등 연기 고수들과 한 영화에서 호흡한 이병헌은 "시나리오가 좋아도 결과를 알 수가 없다. 더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좋은 이야기임에도 만드는 과정에서 잘못된 길을 따라가다가 영화가 사랑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며 "일단 함께 호흡 하게 되는 캐스트들이 훌륭한 경우에는 자신감이 생긴다. 또 의지할 수 있는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나게 일하는 배경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으로 촬영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또한 테러범을 소화한 후배 임시완과는 초반 1시간을 이끌어가는데,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공포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시작부터 아주 불길한 기운을 주는 캐릭터인데, 그걸 온전히 받는 것이 재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비행기를 타고 혼자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 딸과 탄 비행기에 아주 수상한, 정신이상자 같은 느낌의 인물이 눈 앞에 계속 존재하고,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것자체가 굉장히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면서 공포일 것 같다. 그런데 임시완 배우가 워낙 그 역할에 맞는 표정과 눈빛으로 연기를 잘해냈기 때문에 내가 연기하는 것도 같이 호흡을 하면서 좋은 케미가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병헌은 "테러범 캐릭터와 반대로 '비상선언' 팀 전체가 막내 임시완을 귀여워하는 것 같다"라는 말에 "영화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굉장히 귀여운 후배다. 아주 귀엽고 엉뚱하고 질문도 많고, 그 질문도 되게 엉뚱하다. 그리고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서 나 역시도 많이 생각해야 한다"며 "그래서 고민하게 되는 엉뚱함을 가진 귀여운 후배다. 개인적으로는 나한테 문자로 질문을 많이 하고,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는 후배"라며 애정을 내비쳤다.
"'이병헌 연기는 인정'이라는 말이 어떠냐?"라는 말에 "간혹 주변에서 '같은 말 들으면 지겹지 않냐?'고 하시는데, 그 말은 들을 때마다 기분 좋고, 뿌듯하고 배우로서 행복한 말"이라며 "가끔은 내가 그렇게 관객들에게 기대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도 있을 텐데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냥 온전히 내가 내 역할에서 진정성있게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되면 그 이후로는 관객들의 몫인 것 같다. '난 진정성있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된 것 같다. 보통 그런 경우는 좋은 이야기를 듣게 되니까 그런 것에 기대서 일하게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한편 '비상선언'은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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