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헌트' 이정재x정우성, 하나의 목표 위해 손잡다(종합)[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7.28 18: 52

 5·18 민주화 운동을 부당한 공권력으로 진압해 대통령이 된 전두환을 향해 국민은 물론, 해외에 사는 교포들까지 한마음으로 퇴진 운동을 벌인다. 국내외 곳곳에서 멈추지 않는 집회와 시위의 열기로 인해 한껏 예민해진 안기부 국내팀과 해외팀은 파트를 가리지 않고 ‘각하’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실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 차장(이정재 분)과 국내팀 김정도 차장(정우성 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격 당했을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김정도가 박평호를 배후로 의심한 탓이다.
두 사람은 ‘남산’, 즉 대통령 신변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북측 망명자 인수, 간첩 조작 사건, 스파이 ‘동림’에 관한 정보를 캐내려고 할 때마다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자꾸 실패로 돌아간다.

이에 박평호와 김정도는 서로를 두더지 동림으로 의심, 단정하고 상대편의 정보를 몰래 알아내기 위해 도감청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두더지의 실체가 드러나는데 두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다.
‘헌트’(감독 이정재,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작 아티스트컴퍼니·사나이픽처스)는 스파이를 찾기 위한 안기부 직원들의 첩보와 암투, 피 비린내 나는 액션으로 가득 찬 정치 스릴러다. 1983년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 차장과 국내팀 김정도 차장이 안기부 내 스파이 동림의 존재와 전두환 대통령 암살 사건을 마주하면서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하는 첩보 액션 장르이기도 하다.
실제로 안기부 국내팀 대 해외팀은 사이가 아주 좋지 않았었다고 한다. ‘헌트’가 역사 드라마는 아니기 때문에 이 감독이 가상을 더하긴 했지만 근현대사를 반영해 안기부의 파렴치한 순간을 화면에 담았다.
독재정권 치하에서 자국민들을 상대로 통제를 자행하던 시절이었던 만큼 5공화국 시기의 공포와 잔인한 고문 등 어두운 역사를 그렸다.
특히 남한으로 망명하려는 북측 교수 가족을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신, 갈등, 추격의 시퀀스가 극 초반부터 몰입도를 높여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인물 관계도와 그로 인한 갈등, 숨겨진 반전을 파악하기 위해 내용에 극도로 집중해야 하지만 시원하게 터지는 액션 연기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다.
안기부 요원들의 광란의 소용돌이 속에 누가 진짜 스파이 동림인지 계속 추측하게 만드는 것이다. 동림의 존재가 드러나고 나서도, 여러 가지 사건이 얽혀 도화선이 되면서 처세를 바꾼 그들의 선택이 극에 재미를 더했다.
배우 이정재가 출연과 함께 시나리오 각색, 연출, 제작까지 맡았다. 1993년 드라마로 데뷔한 이후 활동 29년 만에 영화 연출작을 처음 내놓은 셈이다.
‘헌트’에는 5·18 헬기사건, 남한을 혼란에 빠뜨릴 목적으로 북한이 제3국에서 저지른 테러 아웅산 암살 폭발 등 실제 사건이 서사에 녹아있다. 액션 스타일은 과도하게 양식화 된 느낌 없이 즉각적이고 매끄럽다. 액션 시퀀스마다 과감함이 돋보이는데 지루하거나 길게 빼지 않고, 짧고 명확하게 담았다.
박평호와 김정도, 이들의 갈등 양상과 더불어 우정의 변화 양상을 주목해보자. 러닝타임 125분. 개봉 8월 10일.
/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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