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박은빈-강태오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7.29 10: 15

[OSEN=김재동 객원기자] “키스할 때 코는 어디로 가는 거죠?”
헤밍웨이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의 주연 잉그리드 버그만이 게리 쿠퍼를 바라보며 던진 질문이다.
“키스할 때 원래 이렇게 이빨이 부딪힙니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 분)가 이준호(강태오 분)에게 던진 질문이다.

게리 쿠퍼는 카우보이식 터프함으로 말없이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키스의 진수를 몸으로 납득시켰고 우리의 자상한 이준호는 “입을 조금만 벌려주시고 눈도 조금 감아주시면..”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우영우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27~28일 양일간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사회통념에 일방적으로 침탈된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주제로 삼은 모양이다.
9화에선 ‘미래의 행복’이란 불확실한 가치를 위해 현재를 희생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10화에선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사랑한다면 그건 연민이거나 협잡일 확률이 높다는 통념 탓에 사랑의 기회를 놓쳐버린 지적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확실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면 풍족하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확률은 높다. 하지만 단지 확률만 높을 뿐이다. 설사 그 높은 확률에 포함되더라도 어린 시절 행복할 수 있었던 기회를 희생한 댓가에 합당한 지는 따져봐야 될 문제다.
더욱 문제는 그 선택을 부모가 대신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경험, 혹은 들은 풍월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 아이들을 몰아부친다. 아이들은 수족관에 갇혀 등지느러미가 휘고 만 고래처럼 기형의 삶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28일 방영된 에피소드 10 ‘손잡기는 다음에’에서는 27살 성인의 몸에 13살 정신연령을 지닌 신혜영(오혜수 분) 준강간 사건을 다루었다.
피의자 양정일(이원정 분)은 장애여성에 기생해 인생을 즐기는 나쁜 남자다. 신혜영도 양정일이 나쁜 남자임을 인지하고 있다. 우영우가 “양정일은 제비같은 새끼가 맞는 거 같다”고 했을 때 수긍하면서도 “그걸 아는데도 사랑하냐?”는 물음엔 “그러면 안되나요?”라고 되묻는다. 안될 리가. 보통의 여자들도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데 장애인이라 해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양정일도 항변한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찐으로 사랑했다는 게 그렇게 믿기지 않는 일인가? 장애인들은 착하고 순수하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생각이 달랐다. “이 거지같은 세상에서 나는 혜영이 지켜야 한다. 순진하고 만만하다 싶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돈이고, 몸이고, 마음이고 다 뽑아먹으려는 나쁜 새끼들한테서 우리 새끼 지켜야한다”고 외친다.
분명한 것은 지적 장애인도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장애인이라서 사랑이 더욱 절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의 경우 불순한 접근을 사랑으로 착각할 소지가 많고 그런 악의적인 접근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능력은 떨어지는 것도 맞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우영우의 케이스를 병치시킨다. 이준호의 친구는 우영우에 대한 이준호의 사랑을 ‘연민’으로 단정하면서 “부모님한테 그런 사람이랑 사귄다고 말할 수 있나?”고 물었다가 한바탕 드잡이질을 한다.
‘장애인을 사랑할 수는 없다. 있다면 이준호 같은 연민, 아니면 양정일 같은 협잡일 뿐’이라는 이분법이 준호의 친구나 혜영의 엄마 같은 일반인들의 사고방식임을 적시하고 있다. 그들의 통념 속 장애인은 일반인과 차별화되는 ‘그런 사람’인 것이었다. 어린이는, 그리고 학생은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해야 되는 ‘그런 존재’인 것처럼.
그런 점에서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건강해야, 행복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구교환 분)은 아나키스트다.
‘무정부주의’로 해석되는 아나키즘은 비단 국가권력뿐 아니라 자본, 종교, 사상, 통념같은 일체의 지배를 부정한다. 영국 아나키즘의 선두주자 윌리엄 고드윈은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사적 판단뿐이며 사회를 허구의 일체성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우영우-이준호의 키스신이 스페인 내전 당시 아나키스트들의 활약상을 그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또한 “장애가 있으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좋아해도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니니까요.”라는 우영우의 자조에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사랑이라면 사랑이예요.”라는 이준호의 답은 그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허위와 겉치레에 찌든 통념은 벗어던지고 순결한 마음 하나 남기자는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와도 맥이 닿는 느낌이다.
“저와 하는 사랑은 어렵습니다.”(우영우)
“네 그런 것 같아요.”(이준호)
“그래도 하실 겁니까?”(우영우)
“네!”(이준호)
아무래도 ‘우영우 손잡기 57초’ 기록보유자 우광호(전배수 분)의 기록은 조만간 이준호에 의해 깨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전개라서 우영우와 이준호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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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 캡처,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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