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8부작→6부작 편집 "일방적 작품 훼손"vs"감독이 수정 거부" 진실공방[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2.08.03 19: 14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의 6부작 편집을 두고 이주영 감독과 쿠팡플레이 측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안나'의 이주영 감독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를 통해 "감독을 배제하고 8부작 → 6부작 편집을 강행한 쿠팡플레이의 작품 훼손과 감독 모독에 엄중히 항의한다"는 장문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주영 감독은 "작품은 창작자로서 감독의 분신과도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공개되어 있는 '안나'는 도저히 제 분신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누구의 분신도 아닌 안나’가 되어 있다. 제작사도 아닌 쿠팡플레이가 감독인 저조차 완전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하여 제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안나'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다시피 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쿠팡플레이의 일방적 편집으로 인해 발생한 작품 훼손을 시정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쿠팡플레이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며 입장문을 내게 된 이유를 전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이주영 감독은 2017년 11월 8일부터 2021년 7월 12일까지 3년 8개월에 걸쳐 '안나'의 8부작 극본을 집필했다. 쿠팡플레이는 제작사 컨텐츠맵을 통해 8부작으로 된 극본을 검토하고 이를 최종고로 승인했고, '안나'는 2021년 10월 15일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촬영을 마쳤다. 촬영은 쿠팡플레이가 승인한 최종고대로 진행되었고, 쿠팡플레이는 촬영이 완료될 때까지도 1~4부에 대한 가편집본에 대해 별다른 수정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는 "4월 21일 편집본 회의에서 ''안나'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지엽적인 부분만 논의하더니, 4월 28일 '아카이빙 용도'라며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제작사와 감독에게 요구했다"며 "제작사와 감독이 응하지 않자 쿠팡플레이는 제작사에 대하여 계약 파기를 언급한 끝에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주영 감독은 5월 30일 쿠팡플레이에 8부작 '안나'의 마스터 파일을 전달했고, 6월 2일 경 쿠팡플레이가 음악감독에게 별도의 추가 작업 협조요청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음악 감독은 이를 거절했지만 쿠팡플레이는 6월 7일, 이주영 감독에게 다른 연출자와 다른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재편집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이주영 감독은 "이는 감독인 저의 의지와 무관한 일이자, 제가 전혀 동의하지 않은 일이었다. 저는 감독이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제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으니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쿠팡플레이는 그것조차 거절했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회당 45~61분의 8부작 '안나'가 회당 45~63분의 6부작 '안나'가 됐다.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점, 씬 기능과 상관없는 컷을 붙여 특정 캐릭터의 사건을 중심으로 조잡하게 짜깁기를 한 결과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됐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그는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영상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청자들이 무엇이 창작자에 의한 창작물인지조차 모른 채 엉뚱한 작품을 접하게 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도 이러한 사태는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며 "쿠팡플레이가 '안나'의 일방적인 편집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감독인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탭들(후반 작업 업체 포함)에게도 사과하며, 단독으로 편집한 현재의 6부작 '안나'에서는 저 이주영의 이름을 삭제하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제가 전달한 8부작 마스터 파일 그대로의 '안나'를 감독판으로 릴리즈하며, 아울러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방 편집을 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쿠팡플레이가 이러한 공개적인 요구조차 묵살한다면, 쿠팡플레이가 한 행위가 한국영상산업과 창작문화에 미치는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여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할 것이다. 아울러, 창작자인 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쿠팡플레이가 작품을 일방적으로 편집함으로써 본래의 작품이 어떻게 훼손되었는지, 주인공, 인물간 구도, 개연성, 서사구조 등이 다방면으로 훼손된 점들에 관하여 향후 소상하게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안나'의 편집을 맡은 김정훈 편집 감독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6월 24일에 본 '안나'는 내가 감독과 밤을 지새우며 편집한 '안나'가 아니었다"는 글을 올리며 이주영 감독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쿠팡이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달라고 했을 때,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제작사로부터 받아간 것을 알고 나서는 그대로 설마 설마 했지만, 우리가 만든 8부작이 6부작으로 짜깁기 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되었을 때 이주영 감독과 스태프들의 신뢰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라며 규탄했다.
이어 "나는 편집과 관련된 쿠팡의 의견을 담은 페이퍼를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반나절 정도 쿠팡 관계자들이 와서 한 말들이 전부였다. 그렇게 '안나'는 창작자와 스태프들의 노력을 배제한 채, 비밀리에 누군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나도 이주영 감독님처럼 내 이름을 크레딧에서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지금도 이름이 남아있다. 내가 편집한 것이 아닌, 누가 편집했는지도 모르는 '안나'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견디기 어렵다. 창작자라면,작품을 위해 연일 날밤을 새고 모든 것을 던진 스태프라면, 다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이주영 감독을 향한 지지의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 측은 3일 오후 공식입장을 내고 "'안나'의 촬영이 시작된 후부터 일선 현장의 이주영 감독(이하 '감독')과 제작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왔다. 하지만 감독의 편집 방향은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주영 감독의 주장에 반박했다.
쿠팡플레이 측은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면서도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난 7월 8일 이미 공식화한 것과 같이, 총 8부작의 '안나' 감독판은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영등위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쿠팡플레이 측의 입장이 공개되자, 이주영 감독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추가 입장문을 내고 재반박에 나섰다.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는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주영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가 이주영 감독에게 편집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것은 4월 21일 편집본 회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수개월 간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했는지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김정훈 편집감독이 밝힌 바와 같이, 감독의 편집본에 관한 제작사나 배급사의 의견은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문서로 제시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주영 감독도, 김정훈 편집감독도 쿠팡플레이나 제작사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감독의 편집본은 승인을 받은 시나리오 최종고와 동일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7월 8일 이미 공식화한 것과 같이, 총 8부작의 안나 감독판은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라는 쿠팡플레이 측 입장에 대해서도 "쿠팡플레이가 지난 7월 8일 밝힌 것은 '확장판'을 내놓겠다는 것이었지, '감독판'을 언명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이주영 감독의 대리인이 내용증명을 보내 원래 그대로의 8부작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음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이 공론화하기 이전에도 '감독판'을 공개할 계획이었다면, 현재 영등위 등급심사가 신청된 상태인지, 그 신청일이 언제인지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플레이는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권리에 의거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주장했으나,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창작자에게 전속되는 권리이고, 저작물을 양도하더라도 함께 이전되지 않는다"며 "쿠팡플레이가 제작사와 어떠한 내용으로 계약을 하였더라도, 창작자인 이주영 감독의 동일성유지권과 성명표시권을 침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쿠팡플레이가 말하는 '원래의 제작의도'는 누구의 의도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쿠팡플레이는 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도저히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8부작 → 6부작 편집을 강행하고도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쿠팡플레이의 편집으로 인한 것인지, 쿠팡플레이의 난도질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의 노력이 그나마 살아남은 덕분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란다"며 "쿠팡플레이가 이와 같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하며, 대한민국 영상산업의 발전과 창작자 보호를 위하여 이번과 같은 지극히 부적절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의 실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ANNA)'는 이름, 가족, 학력, 과거까지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6월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첫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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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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