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돌아있지 않아"…'비상선언' 임시완, 모범생→빌런 성공적 변신[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8.08 13: 50

 “평상시에 눈이 돌아있지는 않다.(웃음)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뿐이다.(웃음)”
배우 임시완(35)이 영화 ‘비상선언’으로 캐릭터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동안 연약하게 보이지만 꿋꿋하게 이겨내고, 밝고 건강한 자아를 살리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면 ‘비상선언’을 통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영역을 성큼 더 확장한 셈이다.
현재 극장 상영 중인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배급 쇼박스, 제작 MAGNUM 9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씨네주)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임시완은 테러를 계획한 의문의 남자 진석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평범하게 보이지만 어딘가 수상한 말과 행동. ‘비상선언’은 모범생으로 불리는 임시완의 서늘하고 광기 어린 매력을 끌어내 장르적으로 한껏 부각시킨 작품이다.
이달 3일 개봉한 ‘비상선언’은 상영 4일 만인 지난 6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어제(7일)까지 누적 관객수 139만 8274명(영진위 제공)을 기록했다.
임시완은 8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관객들의 반응 중 ‘임시완 눈이 돌아있다’는 게 있었다. 저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있다. 저는 조명의 도움을 받아 그런 모습이 나왔지 않을까 싶은데 캐릭터로서 저를 봐주신 거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시완이 내면에 갖고 있었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이 여기 ‘비상선언’에 있다.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에 대해 묻자, “제가 표정을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고 감정이 수반돼 표출된 거 같다. 저는 정상이 아닌 어떤 범주의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정상이 아니다’라고 접근하는 순간 모순이 생긴다고 본다. 진석에게는 자신만의 실험정신이 있었던 거 같다. 실험정신을 갖고 하나씩 진행할 때마다 일종의 쾌감을 느낀 거다. 근데 그 모습이 상대방에겐 너무 비정상적이고 서늘한 느낌을 준 거 같다”고 했다.
송강호(56), 이병헌(53), 전도연(50) 등 국내 대표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임시완은 “국내를 넘어 전세계에서 인정받은 선배님들과 만났다는 게 저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경험이다. 배우로서 누구든 한 번쯤 상상해볼 만한 기회이지 않았나 싶다”고 영광스러운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분들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는 게) 현실감 없는 꿈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모든 선배님들과 연기 합을 맞춰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송강호 선배님과 제가 (극중) 마주친 장면은 없었다. 제가 연기를 할 때 선배님이 응원차 현장에 와주셨는데 그때도 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 칭찬이 제가 연기하는 데 힘이 많이 됐다. 무대인사에서도 선배님이 낯부끄럽게 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이병헌 선배님과 연기를 하면서 ‘내가 언제 이렇게 대단한 분들과 호흡을 맞춰볼 수 있을까?’ 하고 생경함이 들었다. 연기 호흡을 맞춘 그 첫날의 감정이 여전히 생생하다. 2년 전 인천공항 신에서 이병헌 선배를 처음 봤다. (진석이 재혁과 딸에게) ‘어디 가냐’라고 묻는 장면이었다. 저는 이병헌 선배를 처음 보고 선망하던 연예인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팬이 연예인을) TV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만나서 대화까지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가 대사를 하고 이병헌 선배님이 대사하는 느낌이 생경했다.”
더불어 기억에 남는 동료 배우들이 있느냐는 물음에 “저는 작년에 칸에서 한 번 봤고, 올해 시사회에서 한 번 더 봤다. 저는 그럴 때마다 승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오미화 선배님부터 고등학생 역할의 배우들까지 보면서 마음이 찡했다”라고 답했다.
‘비상선언’은 항공 재난영화지만, 막상 보고 나면 테러리즘과 한국 사회의 현주소에 관한 문제 의식도 뜨겁게 녹여낸 작품이다.
이에 임시완은 “하지만 저는 거시적으로 볼 겨를이 없었다. 진석 캐릭터 안에 갇혀서 그걸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영화가 거시적으로 담고 있는 메시지, 주제의식에 있어서 저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거 같다. 처음부터 저는 진석 캐릭터에만 집중했고 지금까지 바라봐왔다”고 말했다.
진석을 분석하고 연기로 표현한 과정을 진지하게 설명한 그는 “진석에게 피해의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영어를 쓰니까 해외에 왔다갔다 하면서도 낯선 곳에서 설움과 피해를 겪었을 거라고 봤다. 제가 나름대로 살을 덧붙여 가는 작업을 했다”면서 “제가 체구가 작으니까 저의 부분을 장점으로 살렸다. (진석이) 체구가 작은 것에서 오는 따돌림을 당했을 수도 있고, 나라별 문화적 차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괴롭힘도 있었을 거라고 상상했다. 또한 진석이 정서적으로 엄마에게 의지했었는데 자주 못만났다는 점 때문에 그에게 그릇된 생각이 생겼을 거라고 상상했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아토피를 앓는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재혁(이병헌 분)은 하와이행을 결정한다. 출국 당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이상한 남자 진석과 마주쳐 그의 수상한 기류를 감지한 부녀는 이륙 후 테러를 시작한 진석을 목격한다.
임시완은 당위성 없는 악역을 하면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선역은 어느 정도 범주가 정해져있다고 본다. 근데 악역은 ‘어떠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 제가 연기를 함에 있어서 해방감을 느끼며 찍었던 거 같다. 진석에게 당위성이 없으니까 내 상상만으로 할 수 있겠구나 싶었고, 백지상태를 제 마음대로 채울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물론 진석 역을 제안받고 기대감과 동시에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진석을 표현하면 좀 더 폭넓고 다양하게, 캐릭터 층위를 넣을 수 있겠다 싶더라. 사실 이렇게 당위성 없는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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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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