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선으로 강렬한 액션을 그려낸다. '카터'의 정병길 감독의 이야기다.
'카터'는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주원 분)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 영화다.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가운데 영화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은 10일 오전 국내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병길 감독은 가장 먼저 작품이 공개된 소감으로 “‘카터’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었고 찍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들이 있었는데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다. 끝나고 후반 작업을 하면서 시간 없이 했던 게 가장 힘들고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어서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가 속상했다가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순위는 높이 올라가는 것 같아서 하루하루가 익사이팅하게 보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영화가 원테이크 작품으로 현기증 날 정도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터. 이에 대해 그는 “원테이크 영화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원테이크가 갖고 있는, 자칫하면 루즈해질 수 있는 부분을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마치 ‘축구를 볼 때 축구공에 카메라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연출을 많이 했다. 기존의 원테이크 훌륭한 영화들도 많이 있고 그걸 저도 모르게 습득한 것도 있곘지만 이번에는 저도 모르게 그림들을 많이 봤다. 역동적인 앵글을 많이 보면서 공부했다”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서울에서 출발해서 북한을 찍고 중국까지 달릴 수 있는 걸 생각했다. 이걸 처음엔 컷 영화로 찍으면 어떨까 하다가, 한번에 서울, 북한, 중국까지 리얼타임으로 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달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병길 감독은 “서울에서 중국까지 2시간 만에 찍고 나가고 실질적으로는 8시간 걸리는데 주인공 혼자 쫓아가야 하는데 주인공이 누군가와 말을 해야 하고, 귓속에 장치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사람이 믿지는 않아도 맹목적으로 따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그려 나가게 됐다”라고 했다.
이로 인해 영화가 게임처럼 보인다는 반응에 대해 그는 “처음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영화가 원테이크로 가다 보니 롤 플레잉 게임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렸을 때 누구나 게임하는 걸 좋아하지 않나. 저도 초등학교 때 오락실에서 살다시피 했던 기억이 있다. 저도 모르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게 투영된 것 같다. 그리고 게임을 한다는 게 영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저도 게임 회사로부터 영화 제안을 받기도 해서 신경 써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반면 이처럼 몰입감 높은 작품을 큰 스크린의 극장에서 보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는 터. 극장 개봉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그는 “스크린으로 시사를 했을 때 저도 처음 큰 스크린으로 봤는데 한편으로는 많은 분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OTT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넷플릭스 공개로 표현 수위에 있어서 자유로웠던 점에 대해 “처음에는 목욕탕 장면 자체가 없었다. 장소 헌팅을 알아보고 폐목욕탕을 발견했고, 제가 예전에 썼던 목욕탕에서 싸우는 총격씬 하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 시나리오의 그 씬을 그대로 카터에 가져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시나리오에서 그 씬을 찍을 순 없지만 이 공간이 주는 비주얼이 마음에 들어서 그 시나리오도 제가 아끼는 시나리오인데 포기하고 ‘카터’에 올인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운드에 대해 “저도 그게 아쉬운 부분이다. 극장 안에서 사운드가 도는데 모든 분들이 영화관 같은 시스템을 갖출 수 없어서 평규적인 중간대 소리를 맞춰야 하는 게 아쉬움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영화를 보다가 소리가 너무 커서 영화 사운드 믹싱을 하면 보면서 소리를 줄였다, 키웠다 하는 불편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소리를 줄였다”라고 했다.
과거 작품 ‘악녀’에 이어 ‘카터’에서도 오프닝 액션이 화제를 모으는 바. 정병길 감독은 “’카터’의 오프닝 씬이 세지는 않았다. 제가 아꼈던 시나리오의 장면을 가져와서 세진 게 있다. 극장에서 보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 영화가 비주얼적으로 세다는 것도 있지만 이 영화를 핸드폰, 노트북으로 보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 분들이 보면 이 작은 화면으로 비주얼적인 게 느껴질까 고민했다. 초반에 비주얼 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면 영화를 보다가 빨려들 것 같았다”라며 “초반에 커피숍에서 핸드폰으로 보다가 집에 가서 큰 TV로 다시 봤다고 하는 반응이 있더라. 그런 것도 큰 화면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초반 목욕탕 액션에 대해 정병길 감독은 “스턴트맨과 배우들이 섞여 있었다. 처음에는 스턴트맨들이 이 정도 노출을 하면서 액션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해서 무술감독과 이야기를 했는데 무술감독도 걱정하더라 ‘과연 우리 애들이 이걸 하려고 할까?’라고. 그런데 다음 날 다 한다고 해서 한 이틀 정도 찍은 것 같다. 인원은 굉장히 많아 보이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고 많이 보이게끔 찍었다. 100명 정도 돼 보이는데 한 40명도 안 됐던 것 같다”라고 비화를 밝혔다.
목욕탕 세트에 대해 정병길 감독은 “혹시 넘어져 다칠까 봐 쿠션을 다 깔았다. 넘어져도 덜 다치는 건 좋긴 한데 쿠션이 습기가 있으니까 오히려 조금씩 바닥에서 떨어지더라. 오히려 쿠션이 바닥에 붙지 않고 미끄러져서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배우들이 쿠션을 다 떼달라고 해서 2시간 정도 촬영을 중단하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다 달라붙어서 쿠션을 뗐다. 그때 영화 찍으면서 감동 받았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카터가 처음에 옷을 벗고 있다가 반대로 옷을 입으면서 한층 자유롭게 행동한다. 실제로 상대방을 고문하고 압박할 때도 옷을 벗기고 수치심을 준 상태에서 한다고 해서 설정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배우 주원과의 호흡에 대해 정병길 감독은 “에전에 제가 할까말까 고민했던 영화가 있었다. 제가 하지 않고 다른 분이 연출하고 주원 님이 출연하셨는데 물론 저도 그 영화를 선택했다면 주원 배우에게 러브콜을 보냈을 거다. 그런데 ‘카터’가 가진 상황이 혼란스럽고 정신없고 누가 선인지 악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 걸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우수어린 눈망울에 투영될 거라 생각해서 ‘주원이 하면 관객들이 응원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함께 하게 됐다”라고 했다.
주원의 7kg 벌크업에 대해서도 그는 “처음에 봤을 때도 워낙 몸이 좋은 상태라 운동을 더 안해도 찍어도 될 정도로 몸이 좋았는데 그래도 더 디테일하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고,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보내주고 배우가 무언가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상당히 보기 좋았고 그래서 저도 항상 응원했고 지금은 친한 형, 동생으로 지내고 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액션 배우 주원에 대해 “액션을 잘하는 기준이 뒷모습으로 연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액션을 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정말 액션을 잘해서가 아니라 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법을 아는 거다. 주원 배우는 비주얼적인 부분도 선이 예뻤고, 예전에 동양화를 할 때 먹으로 무언가 그림을 쳐나갈 때 그 먹을 치는 느낌이 몸에서 나왔다. 선이 예뻤고 그 걸 이해하고 뒷모습에 감정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극찬했다”라고 했다.
더욱이 1대 다 액션씬이 유독 많은 ‘카터’. 촬영하면서 고충은 없었을까. 정병길 감독은 “합을 짤 때 원 테이크로 가다 보니 너무 길지 않나. 그걸 한 번에 외워야 하는데 배우도 힘든데 카메라로 호흡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 중간에 어느 지점까지는 끊을 수가 없기 때문에, 30초 분량을 찍었는데 NG가 나면 아예 못 쓰게 될 수도 있는 부분들이 긴장됐다”라고 했다.
스카이다이빙 촬영에 대해 그는 "실사로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이게 가능할까?’라는 점에서 미국 ‘아이언맨’을 찍은 팀을 미팅했는데 일단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금액도 너무 비쌌고 의상도 그렇고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 팀과 우리가 더 오랜 시간 준비한다면 그들이 하지 못한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랜 시간 미팅을 했다. 용산에 스카이다이빙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영화에 나온 걸 다 구현했다. 거기서는 했는데 막상 하늘에서는 안 된 게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스카이다이빙을 하루에 열심히 뛰면 10번 정도 할 수 있다 자유낙하를 할 수 있는 게 1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한 시간에 한 30초를 찍을 수 있는 거고 우리가 10번을 뛴다는 가정 하에 하루에 300초 정도다. 하루에 찍을 수 있는게 4~5분 정도 밖에 안 되는 거다. 거기에 오케이컷이 몇 개나 나올지가 너무 무섭더라. 테스트 촬영을 할 때. 테스트 촬영만 몇 천만원인데 이걸 회차로 넣으면 감당이 될까 고민하고 이 씬을 통으로 도려낼까 고민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스카이다이빙 분들이랑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저희가 처음 해서 못 찍은 거란 말을 해주시더라. 다음에 하면 찍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분들이 간절히 하고 싶어했고 믿음이 있어서 오히려 저를 안심시켜 주시고 본 촬영 때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달라고 하시더라. 저도 누군가에게 영화를 이야기할 때 눈으로 이야기하는데 저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 하기로 했고 실사로 잘 나왔고 다행히 사고가 없어서 목숨 걸고 찍는 씬이라 제일 긴장했는데 그 분들은 원없이 다이빙을 했다고 좋아하셨다. 저도 자격증을 따고 그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가장 난관이었던 부분에 대해 정병길 감독은 “CG를 최대한 많이 안 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CG가 안 들어갈 수가 없었다. 헬기를 제작했지만 꼬리나 날개는 CG로 입혀야 했다. 후반작업을 하면서 론칭 날짜도 있어서 시간적으로 촉박했다. 현장 촬영 중에는 날씨부터 시작해서 코로나19 한번 걸리지 않고 200명 가까이 되는 스태프들이 한번도 쉬지 않았다. 그때는 프로덕션들이 다 쉬었던 시기였는데도 그렇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위험한 장면들이 차원이 다른 씬들이 있는데 ‘카터’에는 정말 작은 찰과상 정도의 부상만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위험한 액션 영화를 무사하게 끝난 것 만으로도 감사드렸다. 그런데 후반에서 시간이 너무 쪼달려서 마음껏 하지 못한 것들이 가장 아쉽고 제가 무언가 최선을 다했을 때 의도치 않은 것들로 인해 못하게 되면 속상한데 데드라인 때문에 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이 있다”라고 했다.
더불어 제목의 의미에 대해 그는 “운반자라는 의미가 맞다. 제가 ‘카터’라는 제목을 쓴 게 있는데 미국 친구한테 보여주고 한국적으로는 날카로운 느낌인데 영어로는 운반자라는 뜻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카터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병길 감독은 “2편으로 가게 되면 중국 이야기, 중국에서 러시아로 넘어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또는 ‘카터’의 과거인 마이클 베인의 미국 요원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또는 카터가 어떻게 스파이가 됐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카터’가 원 테이크였다면 컷으로 된 스릴러 영화가될 수도 있고 그런 부분들을 열어두고 고민 중이다”라고 했다.
다만, 화려한 액션 대비 스토리의 허술함에 대한 지적도 있는 바. 정병길 감독은 “예전에 ‘우리는 액션배우다’를 만들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고, ‘내가 살인범이다’를 만들었을 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그때는 액션도 좋고 시나리오도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악녀’를 만들면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싫어하시는 분들이 나뉘는 호불호가 있는 작품을 만든 것 같다. 그러면서 비주얼로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게 시나리오를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이 사실 되고 있는 것 같다. 어제도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이 점을 잘못했구나’하는 부분들이 보이고 그런 아쉬움이 계속 남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들고 할만큼 해서 더 시원하다는 생각은 잘 안 들고 ‘그때 왜 이 잘못을 했을까’하는 자책도 들고 반성도 많이 드는 것 같다. ‘카터’는 태어나서 제일 열심히 했던 영화고 가장 힘들었던 영화고 가장 행복했던 영화인 것 같다. 영화 감독님들이 작품을 자기 자식에 많이 비유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식이고 힘들게 만든 작품이고. 그런데 ‘카터’는 자식이라기 보다 ‘카터’라는 생물체가 나를 만든 것 같고 내가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그에 대한 후회가 남는다”라고 했다.

이처럼 액션 영화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는 현재와 달리 정병길 감독의 시작은 영화가 아니었다. 그는 “원래 제 꿈은 화가였고, 어렸을 때는 극장 간판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영화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제가 그림과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극장 간판이 사라지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 제 전공이 동양화였고 거친 먹으로 그림을 그려보자는 생각이 강했던 영화였다.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묻어나온 것 같다. 동양적인 색채를 묻혀야지 생각하기보다 제가 살아온 인생, 전공이 수묵화였기 때문에 그게 투영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이번 작품의 액션 장면에 태평소 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악녀'를 보면 꽹과리 씬이 많이 나오는데 그때는 꽹과리만 쳤다. 꽹과리가 어떤 음악을 베이스로 깔아도 다 뚫고 나오더라. ‘이런 좋은 악기가 있네?’ 생각했다가, 이번에는 여화가 수묵화 느낌으로 거칠게 갈 건데 처음부터 끝까지 국악 베이스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국악 느낌이면 좋겠고 여자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데, 여자가 누구일지 우리가 갖고 있는 판소리의 구음을 악기처럼 사용하고 싶었다. 정소리 배우가 실제로 유명한 판소리를 하셨던 분이고 어머니도 유명한 판소리를 하시는 분이었다. 다섯살 때부터 소리를 했고, 중간 여자 구음은 정소리 배우가 실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병길 감독은 “처음에 액션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지 않았다. 화가가 꿈이었고 영화 감독 자체를 꿈꾸지 못했다. 저 같은 사람이 할 수 없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액션을 하게 됐는데 ‘내가 살인범이다’ 시나리오가 스릴러였는데 액션을 잘하시는데 투자자들이 돈을 더 줄테니 액션을 넣어달라고 해서 그런 믿음이 고마워서 제가 액션 장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보겠다고 시작한 것 같다. 그 이후부터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가 95~99%가 들어온 것 같더라. 멜로 시나리오도 하나 들어왔는데 원래는 멜로 영화도 하고 싶었다. 제가 데뷔할 때는 코미디 드라마로 하려고 준비한 게 있었다. 그 영화가 엎어지는 바람에 못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액션 영화의 매력은 그런 것 같다. 고3때 삼수를 했다. 노량진에 모 학원 앞에 동시상영 극장이 있었다. 삼수 하면서 노량진 학원을 간다고 하고 안 가고 동시상영 극장으로 갔다. 아침에 학원 간다고 하고 학원 끝날 때까지 동시상영 극장에서 영화를 계속 봤다. 친구들이 나오면 술 한잔 하면서 배운 걸 얘기하고 저는 본 걸 얘기했다. 입시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영화 2시간, 4시간은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해줬다. 특히 액션은 더더욱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그 시간 동안 잡념을 없애주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라고 했다.
그만의 액션 철학은 무엇일까. 정병길 감독은 “남들이 안하는 걸 할 때 힘들기도 한데 새로운 걸 했을 때의 쾌감이 있고 누군가 제게 새로운 지점을 만들길 바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시퀀스에 관한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 예전에 ‘우리는 액션배우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때도 스턴트맨 다큐멘터리가 너무 많았기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느낌도 있었지만 저한테는 코믹한 느낌의 내레이션과 과감하게 남들이 하면 안 될 거라는 것들을 선택했고 그때 제가 만든 영화 중에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다. 그런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그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시도하는 게 창작자의 몫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진출과 차기작 계획에 대해 정병길 감독은 “차기작은 한국 영화가 한 작품, 할리우드 영화도 여러 편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를 한 편 더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제가 결정된 게 없어서 차기작이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상황이다. 차기작이라기 보다 차기 계획은 전시회 개인전을 준비하는 게 하나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한 두 달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번아웃이 됐다. 영화 찍는 게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소비됐나 싶을 정도로 예전에 못 느낀 감정들도 있어서 다시 붓을 잡고, 연필을 잡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많이 치유가 된 것 같다. 추석 끝나고 오프라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고 그때 어떤 그림이 될지는 지금 그리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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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