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한 외모의 남자 주인공이 풀린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다. 배우 지창욱을 앞세운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 첫 방송부터 치트키를 쓴 모양새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 10일 첫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윤겨레(지창욱 분)의 고단한 인생과 지난 날을 잊게 해줄 우리 호스피스 병동과의 만남이 그려졌다.
윤겨레는 출소 직후 같은 교도소를 나왔던 사람 중 한 명과 옷을 바꿔 입고 도주했다. 그의 예상대로 장석준(남태훈 분)은 윤겨레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끈질기게 추적했다. 이를 따돌린 윤겨레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동물병원. 수감 전 맡긴 반려견 아들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간신히 다시 만난 아들이는 어느덧 시한부 선고를 받아 언제 무지개 다리를 건너도 이상하지 않은 신세가 돼버렸다. 어쩌면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게 하느니 안락사가 낫다고 판단될 정도로. 그러나 그런 아들이라도 윤겨레에겐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존재다. 윤겨레는 아들이가 죽기 전 바다라도 보여주겠다는 심정으로 무작정 동해 바다로 차를 몰고, 그 길까지 쫓아온 장석준을 피하려다 추돌사고를 냈다.

때마침 그 현장에 있던 우리 호스피스 병동 자원봉사자들의 반장 강태식(성동일 분)은 사고로 인해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자 윤겨레를 끌고 와 구급차를 몰게 했다. 구급차에는 우리 호스피스 병동의 자원봉사자 단체 '팀 지니'를 만든 윤 씨(정동환 분)가 아슬아슬하게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윤 씨의 마지막 소원인 고향인 동해 바다에서 아내가 묻힌 무덤 옆에서 숨을 거두는 일을 들어주고자 강태식과 서연주(최수영 분)가 나선 것이었다.
구급차는 무사히 동해 바다에 도착했고, 윤 씨는 아내의 곁에서 평온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아들이를 안고 바다를 보는 윤겨레의 심정은 복잡했다. 그는 "바다 별 거 없네. 그만 할까?"라며 눈물 고인 눈으로 아들이를 안고 바다로 향했다. 과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나아. 더 살아봤자 아무 희망 없다고"라며 절규하고 불을 질렀던 하준경(원지안 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그런 윤겨레를 강태식이 잡아 세웠다. 추돌사고 현장에서 구급차 운전대를 맡기던 것처럼, 강태식은 "결자해지"를 외치며 윤겨레를 이끌고 경찰서로 향했다. 여기에 윤겨레의 목 뒤 화상 자국과 아버지 이야기를 듣던 중 강태식의 눈이 번뜩였다. 결국 강태식은 윤겨레가 교통사고로 벌금 500만 원 형 혹은 사회봉사시간을 선고받자 우리 호스피스 병동으로 사회봉사를 받으러 오도록 만들며 이들의 새로운 관계를 암시했다.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삶의 끝에 내몰린 위태로운 청년이 호스피스 병원에서 사람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힐링 드라마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살기 위해 보육원으로 도망쳤던 윤겨레가 소년원으로 내몰리다 교도소까지 전전하는 삶을 살다 호스피스 병동을 만나 변화하는 이야기를 조명한다.
그 성장의 주체가 될 남자 주인공 윤겨레 역의 지창욱은 첫 방송부터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소화했다. 그는 반쯤 풀린 눈에 목적 없는 윤겨레의 공허함을 담아냈다. 유일한 가족으로 반려견 아들이를 끌어안고 정처없이 전전하는 모습이 불안하기 보단 애처로움을 자아냈다. 나아가 보육원, 소년원 그리고 교도소까지 떠돌며 남들보다 세 배쯤 고단했다는 설정답게 어딘가 건들거리고 양아치 같은 모습조차 흘긴 눈보다는 연민 어린 시선을 불렀다.
다만 작품은 전반적으로 지난 5월 인기리에 종영했던 JTBC '나의 해방일지'와 비슷하다는 기시감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우울한 인생을 살아온 남자 주인공의 새 출발, 양아치나 건달이나 거친 인생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나의 해방일지'가 남여 주인공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며 보다 적극적인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와 교화를 강조할 전망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첫 방송 텅 비다 못해 깊이 파여있던 윤겨레의 내면이 어떤 희망으로 채워질지 기대를 모았다. 더불어 성동일과 최수영을 앞세운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의 감동적인 에피소드들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공허함을 자연스럽게 채워갈 지창욱의 더 짙어질 감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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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