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이정재, 2022 신인감독상 예약이오 [김보라의 뒷담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8.21 12: 14

 배우 이정재가 올 연말부터 내년 봄까지 진행될 각종 영화제(2022년 개봉 기준 시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연출한 영화 ‘헌트’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관객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올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를 시작으로, 스페인 시체스영화제(경쟁 오르비타 섹션 부문), 미국 판타스틱 페스트 2022(공식 초청작), 토론토 국제 영화제(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진출했다. 또한 매그놀리아 픽처스와 판권을 계약하며 12월 북미 개봉도 앞두고 있어 활발한 글로벌 행보를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이달 10일 극장 개봉해 어제(20일)까지 276만 4523명(영진위 제공)을 동원, 손익분기점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평일보다 주말 관객 동원 수치가 압도적으로 크지만 400만 관객을 넘어서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기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물론 흥행 수익도 보장돼 있다.

‘헌트’(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작 아티스트스튜디오·사나이픽처스)는 1983년 안기부 소속 국내팀 차장 김정도(정우성 분)와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 분)가 서로를 스파이 동림으로 의심하는 가운데, 전두환 대통령 암살 계획을 펼치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배우 이정재가 데뷔 후 처음 연출한 상업영화이자, 연예계 소문난 절친 정우성과 영화 ‘태양은 없다’(감독 김성수) 이후 23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같은 기관 안에서 갈등하던 두 남자 박평호와 김정도가 서로 다른 계획을 세워 충돌하면서 파국의 직선대로를 달린다. 그 길목에서 이들은 상대를 의심하고, 팀을 내세워 감시하며 대립각을 세운다. 정치적 이념과 사상이 달랐던 두 사람은 감정적, 이성적으로 대치할 때마다 맹렬한 표정과 행동으로 서로의 통로를 차단한다. 기지를 발휘해 서로를 방어하지만, 어느 순간 목적이 같음을 알게 되고 목표물을 향해 달려나간다.
‘헌트’는 두 배우의 만남만큼 이야기, 액션의 힘이 큰 영화다. 5공 시절을 다룬 소재의 한국영화들이 그동안 숱하게 많았지만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대통령 암살사건에 입장 차이로 좀처럼 교류할 수 없었던 두 남자의 감정 교류를 담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이 끊어지지 않게 유지했다.
2017년부터 각색을 시작해 4년 동안 시나리오를 마친 이정재는 지난해 코로나 상황으로 해외 촬영이 어려웠는데 국내 장소 헌팅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카체이싱, 시가지 총격 액션, 대규모 시위 장면을 완성해냈다.
또한 ‘헌트’는 1980년대 분위기를 살리는 작은 소품까지 세밀하게 활용해 액션 드라마의 긴장감을 배가했다. 박평호 역의 이정재, 김정도 역의 정우성이 고도의 심리전부터 부상을 감수한 액션연기 등 모든 면을 챙겨 감탄을 자아낸다. 폭주하는 두 남자의 줄다리기가 기묘한 긴장감과 쾌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연기적인 면에서도 배우진의 빈틈이 없는데, 감독 이정재는 배우라면 알아차릴 수 있는 자세하고 꼼꼼한 언어를 사용해 선후배 배우들에게 디렉팅하며 이해를 도왔다고 한다. 덕분에 한 편의 액션 드라마를 크게 거슬리는 부분 없이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기본을 다졌다.
이에 첩보물의 장르적 특성을 강하게 부각시킨 정치 액션 드라마로서 ‘헌트’의 미덕이 돋보인다.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김종수, 정만식 등의 경력자들과 스크린 초짜 고윤정까지 연기력을 갖춰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정재는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다시 연출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도 힘들었다는 게 머릿속에 꽉 차 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가 흥미롭고 다시 한 번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그때 가서 다시 한번 연출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조심스럽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단연코 가장 돋보인 ‘신인감독 이정재’의 출연과 함께 정우성과의 23년 만의 조우. 이정재가 배우로서 자신의 영화적 내연과 외연을 보다 섬세하게 확장해가고 있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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