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제 아들과 딸한테 아직 아빠가 교도관이란 얘길 못했어요.”
18일 방송된 tvN 예능 ‘백패커’에 출연한 경북북부제2교도소(청송교도소) 교도관의 말이 짠하게 다가온다.
공무원이란 떳떳한 직업을 가지고도 아이들에게 말 못하는 사정은 뭘까? "나쁜 이미지로만 보여지잖아요. 교도관은 무섭고 사납고... 교도관 분들은 오해받는 게 일상이라서... 나쁜 일 하는 것처럼 보여질까봐... 우리 교도관 나쁜 사람들 없습니다"
수긍된다. 세상살이 알만한 어른들이야 창작과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지만 아이들이야 어디 그런가.
이미 종영된 JTBC드라마 ‘인사이더’나 현재 방영중인 MBC의 ‘빅마우스’·tvN ‘아다마스’ 등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촬영장소가 교도소다.
특히 ‘인사이더’에서 그려졌고 ‘빅마우스’가 바통을 이어 그리고 있는 교도소는 교정시설이라기 보다는 부패와 범법의 온상으로 묘사된다.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는 너무도 당연하다.
다른 교도관은 “고립감을 느낀다. 12시간 넘게 수용동 안에서 수용자랑 함께 있다. 우스갯소리로 반징역이라 한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실제 그들의 직장인 교도소는 내비게이션에도, 항공지도에도 표시가 되지 않는 국가 보안시설이다. 교도관이 근무지에 투입될 때면 핸드폰도 제출해야 한다. 지도에도 없는 근무지에서 세상과 소통할 핸드폰도 없이 수형자들과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야 한다면 그들이 느낄 고립감의 무게는 상당할 것이다.
교도관들은 또한 수형자들의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다 뉴스를 통해 분노했던 사건의 범인이 눈앞에서 히히덕대는 걸 보면서 그에게 존댓말을 써줘야 하는 극한의 감정노동자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교도관 신분으로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란 책을 펴낸 김도영씨는 “교도소라는 공간을 지배하는 감정은 고통·분노·우울·회한 등이 대부분.”이라고 전한다. 수형자뿐 아니라 교도관 역시 그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교도소는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시설 자체의 포커스가 수형자에게 맞춰지다보니 정작 교도관이 소외되는 인권 비대칭의 현장”이라고도 소개한다.
그럼에도 교도관들이 성실히 임무를 다하는 이유는 수형자들이 형기를 마치고 나면 다시 이 사회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나쁜 형사, 나쁜 검사, 나쁜 의사가 엄연히 존재하니 나쁜 교도관도 어디엔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에게 직업을 못밝힐 정도로 오해받고, 그 오해마저 일상이라 하소연도 못할만큼 직업군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한다면 너무 슬픈 일인 것 같다. 교도소를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가 좀 더 교도관들을 배려해주었으면 좋겠다. 흥미로운 악역으로만 소비되기엔 그들의 노고가 너무 귀하다.
‘백패커’가 선물한 한 끼가 교도관들 모두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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