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박은빈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7개월간 행복했다"[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8.24 09: 18

 “인간 박은빈으로 돌아가기 위해 잘 비워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업의 스위치를 꺼두면 금방 돌아온다. 캐릭터와 저를 잘 구별할 줄 알게 됐다.”
박은빈(31)은 22일 오후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역할의 여운에 빠져서 저의 삶을 놓치고 있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담아 시청자들에게 법정 드라마의 재미와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감동을 안겼다.

지난 6월 29일 전국 0.9%(닐슨코리아 제공·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첫 회를 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7회(7월 20일 방송)에서 11.7%를 기록하며 10%를 넘었다. “채널 전체 프로그램 중 시청률 1%를 넘은 게 없다고 했는데 2회부터 1%가 넘은 걸 보고 놀랐다. 이후 회차가 넘어갈 때마다 예상 밖 시청률이 나와서 놀라웠다”고 말하며 웃었다. 2회는 1.8%를, 4회는 5.2%를 찍으며 매회 시청률 상승세를 나타냈다.
9회(7월 27일 방송)가 15.8%를 기록하며 15% 선을 넘은 ‘우영우’는 이달 18일 종영한 마지막 회에서 17.5%를 찍으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박은빈은 “결과적으로 16부까지 약 7개월간의 내외부적인 부침을 딛고 완성해낸 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우영우’의 인기 비결에 대해 “재미나 웃음은 문화적 코드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뛰어넘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요인이 있을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자폐인 여성이 관찰자가 아닌 세상과 소통하는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녀가 대형로펌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어떠한 방식으로 성장을 이뤄내는지 목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거 같다. 제가 자폐를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개성 강한 특성을 가진 인물이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리면서 나가는 게 새로운 과정이었기 때문에 호기심을 갖고 지켜봐 주신 거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박은빈은 “‘우영우’를 하는 7개월 동안 행복했다. 저희 드라마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B팀 없이 오로지 A팀으로만 갔는데 저희끼리 똘똘 뭉쳐서 진행했다. 동료애를 나눈 좋은 시간이었다”며 “방송 초반쯤 촬영은 마무리한 상태라 크게 (인기를) 체감하지 못하다가 ‘우영우 신드롬’이라는 말을 붙여주셔서 뭔 일이 났구나 싶었다. 그리고 사진, 사인 요청이 많아져서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고 느끼게 됐다”고 돌아봤다.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주인공 우영우를 자신이 소화할 수 없다고 생각해 처음엔 고민했지만, 참여를 결정한 이상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다고 한다. “대본을 보고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 작품을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은빈은 “제가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서 처음엔 못 할 거 같다고 했다. 모두가 제게 우영우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주셨는데 저는 자신이 없었다. 제가 그동안 대본을 보면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다’고 그려졌었는데 이번 캐릭터는 제가 함부로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더라. 영우라는 캐릭터를 보면 영우의 모습이 그려져야 하는데 까만 블랭크만 보여서 저를 망설이게 했다”고 출연을 고심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박은빈은 출연을 결심한 이상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고. “만약에 우영우가 필요하다면 제가 신중하게 잘해보고 싶었다. 그런 저를 믿어주셨던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보답해드리고 싶은 포부가 컸다. 그런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며 “저는 저의 가능성을 믿는 부분이 있다.(웃음) 자기효능감이라고, 나는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어릴 때부터 있었다. 막상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 있었다”고 출연을 결정했을 당시의 생각을 떠올렸다.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상 박은빈에게는 변호사 캐릭터로서의 역할 수행과 함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는 사람의 모습을 투명하게 그려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방대한 대사의 양도 마찬가지지만 누가 도와줄 수 없는 제가 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촬영할 것을 외우는 일상의 반복에 ‘이렇게 번아웃이 오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제 한계를 시험해 보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났을 때 굉장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 올라오더라. 속 시원한 성취감보다 안도감과 고독함이 느껴졌달까. 이루다 말할 수 없지만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했다.”
박은빈이 ‘우영우’에 임하면서 집중한 것은 새내기 변호사가 여러 가지 사건을 맡으며 일의 재미를 느끼고, 그 시간을 통해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이다. “우영우가 변호사로서 일하는 걸 좋아하고 점점 신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방대한 대사를 정보전달 측면에서 걸리는 거 없이 속사포로 내뱉어야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에 발음에 신경을 썼다. 법정신(scene)은 같은 대사를 30~40번 정도 읊어야 했다. 한 회차 내에서도 3~4번의 공판기일 장면이 있었는데 배우로서 도전하는 과정이었다. 매일 같이 서술형 시험을 준비하고 채점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제가 그동안 했던 여느 드라마보다 역대급으로 많은 대사량이었다”고 비교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것이었느냐’는 물음에 “외뿔고래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다.(웃음) 또 영우가 아버지한테 ‘오롯이 좌절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장면도 좋았다. 영우가 아버지의 보호가 필요한,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가장 와닿은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고래 관련 에피소드는 좋았다. 제가 그간 고래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법조문을 외우는 것도 많았는데 고래까지 추가됐다.(웃음)“며 ”물론 고래의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어서 드라마에 볼거리가 많아지고 동화 같은 스토리를 구현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드라마를 끝내고 나서 고래가 좋아졌지만 촬영중 새로운 고래가 나올 때마다 압도됨을 느꼈다“고 답하며 웃었다.
아역배우로 데뷔한 박은빈은 ‘청춘시대’(2016), ‘이판사판’(2017), ‘청춘시대2’(2017), ‘오늘의 탐정’(2018), ‘스토브리그’(2019),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 ‘연모’(2021) 등의 드라마와 ‘고사 두 번째 이야기’(2010), ‘마녀2’(2022)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외연을 확장해왔다.
”근래에 어려운 역할을 하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 배우 박은빈이 아닌 인간 박은빈은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이다. 근데 배우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 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성취감이 드는 작업이다. 제 인생의 전부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도전을 하게 되는 과정 중에 있다. 그 과정 속에서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살다 보니 ‘우영우’ 같이 사랑받는 작품이 있는 거 같다. 슬럼프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지금의 저를 더 단단하게 해줬다.“
맡은 캐릭터의 이면을 살펴보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분석하는 박은빈은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단순히 허구에만 머물지 않고 생동감을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제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작품은 없었다. 어느 게 더 아픈 손가락이고 어떤 게 더 애착이 간다고 말하지 못하겠지만. ‘우영우’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은 맞지만, 2022년에 큰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다. 감사하게도 ‘인생캐’라고 칭해주셨는데 앞으로도 크게 변한 게 없이 살아갈 거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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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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