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영 “두려움 컸던 ‘우영우’…주기자→동그라미 인기, 조심스럽고 불안하지만”[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2.08.24 16: 15

 신드롬급 인기를 이끈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시청률 17.5%(전국 유료가구기준)라는 대기록을 남기고 16부작의 막을 내린 가운데, 동그라미 역의 배우 주현영이 작품을 끝마친 소감을 전했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각기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우영우의 유일한 친구 동그라미 역으로 미워할수 없는 ‘똘끼’를 대방출 했던 주현영은 “처음에는 제가 동그라미로서 캐릭터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두려움이 제일 큰 상태에서 시작 했는데 촬영하면서 선배님들이랑 같이 연기하면서 걱정, 두려움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풀어져 갔다. 갈수록 배우보다는 시청자의 입장으로 보고 느꼈다. 그래서 끝이 난 게 팬의 입장에서 너무 아쉽고, 그런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18일 방송된 ‘우영우’ 마지막회는 특별하게 단체 관람 이벤트로 진행됐다. 주현영은 “마지막회를 다 같이 봤었는데, 혼자 볼 때랑 느낌이 다르더라. 다 보고 나서는 작가님도 그렇고 다들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 북받쳤던 게 그동안 힘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좋아서, 이런 상황이 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서 그랬다. 같이 있을 때 시너지가 배가되는 사람들끼리 모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감사함과 벅참 느끼다 보니 너무 행복해서 많이 울었다. 끝난 후에도 어느 때와 다르지 않게 단체 채팅방에서 수다 떨고 있다. 헤어지는 느낌을 서로 느끼기 싫어서 평소와 다르지 않게 행동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동안 웹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왔던 주현영에게 있어 ‘우영우’는 첫 드라마와 다름 없었다. 그는 ‘우영우’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묻자 “감독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고 들었다. 제가 ‘SNL 코리아’에서 주기자 캐릭터를 한 걸 보시고 생각한 캐릭터랑 주기자 모습이랑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셨다더라. 처음엔 이런 사실을 모르고 그냥 이 드라마의 오디션을 본다는 생각만으로 임했다. 그래서 수연 역할도 준비해서 가고 그랬는데 감독님이 동그라미로 확실하게 생각하고 계셨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실제로 만난 주현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그라미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평소 걱정이 많고 눈치도 많이 본다는 그는 “동그라미는 반대되는 캐릭터라서 동그라미가 할법한 말과 행동을 계산해서 가는 게 독이 될 때도 있었다”며 “진짜 날것의 동그라미가 아니라 평소 눈치를 많이 보는 저의 모습으로 연기하게 될 수 있으니까 최대한 현장에서 계산된 대로 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평소 저는 그러지 못하니까 연기할 때만큼은 자유분방하게 하려고 애썼는데, 애쓰는 것도 노력이 되다 보니 그게 작위적으로 나타날 때도 있더라. 현장에서 늘 어려워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주현영은 차분한 성격과 정 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스스로 주문을 외운다”고 말했다. 그는 “주기자처럼 내가 여기서 맡은 무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그 순간에 잘 해내려고 ‘나는 지금 주현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SNL 코리아’에서 정치인을 만날 때도 ‘나는 미쳤다’고 혼자 주문을 외우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라는 게 연애하는 느낌 같다. 연인이랑 싸울 때 고통스럽지만 다시 극복했을 때 여러 감정이 교차하지 않나. 연기하면서 저와 다른 인물을 만날 때도 그런 느낌이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의도하신 대로 잘 되지 않아서 수행해내는 게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상대 배우랑 만나서 그 부분이 풀어졌을 때 짜릿하다. 고통스러운 과정마저 짜릿한 기분을 느끼면서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동그라미에 대한 유인식 감독의 디렉팅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주현영은 “너무 웃기려는 강박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면서도 “정작 심심하게 대사를 치면 ‘조금 더 에너지 있게 살려달라’고 하셨다. 그럴땐 ‘저 지금 강박 느꼈다’고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말씀드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동그라미가 매 에피소드 중요한 역할보다는 중간중간에 나와서 재밌고 가볍게 환기 시켜주는 역할이라서 오히려 부담이 적은 부분도 있다. 제 장면 안에서 수행해야 할 게 있으니까 부담이 많으면서도, 극을 다 이끌어 가야 하는 은빈 선배님에 비해서는 적게 임했다”고 설명했다.
‘우영우’ 출연 전 주현영은 희극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다양한 웹드라마와 단편영화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SNL 코리아’의 ‘주기자’ 캐릭터가 화제를 모으면서 대중들에게 ‘주기자’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각인돼 있었기 때문. 이에 주현영은 “(주기자 이미지에 대해) 부담 있었다. 감독님, 작가님도 주기자의 모습이 겹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에서도 주기자와 동그라미가 둘 다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해주셨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주현영은 “제가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아무리 연기가 재밌어서 배우를 한다고 해도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게 아니라 직업의식을 갖고 다른 인물을 보여주는 게 임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게 인상 깊었다. 그래서 부담 됐지만 그래도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게 내 임무고 내가 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 부담을 오기로 바꿔서 어떻게든 해내려고 했다. 다행히 지금 드라마 캐릭터도 동그라미, 주기자와 맞닿아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조금 있다면 주기자의 미숙함이 많이 보이는 역할인데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는 완전히 달라서 그건 또 그 인물대로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법부터 김밥 레시피 하나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우영우’. 주현영에게 있어 그런 ‘우영우’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우영우’를 시청자의 입장에서 좋아했던 이유가, 이 드라마에서 작가님, 감독님이 쏟아부으신 열정과 섬세함을 촬영하면서는 못 느꼈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연출과 대사, 장면을 보고 ‘이런 작품에 배우로 이름을 올린 게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찾을 수 있을법한 인물들인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입체적으로 계산해서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존경스럽더라.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어떤 작품을 만나도 원동력이 돼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에게는 ‘우영우’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랄까. 주현영은 “저도 ‘우영우’에 대해 어려운 부분이 많다. 처음에는 이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철저히 동그라미라는 캐릭터로서 영우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집중을 했다. 그래서 저는 작품을 보면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느꼈다. 매 에피소드마다 사람들이 한 번 쯤은 생각해 봤지만 선입견, 편견을 갖고 판단해 버릴 수 있었던 걸 다시 끄집어내서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던져주신 것 같더라. 저도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우영우’를 보고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편견이나 선입견을 인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편견을 가진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다시 생각해 봤을 때 조금 더 같이 살아가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올 한해 ‘주기자’에 이어 동그라미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주현영은 그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며 “어느 곳에서는 무명의 시간이 있었다고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무명이라는 말이 너무 부끄럽더라. 그동안 제 전공인 연기랑 멀어져 있던 순간이 없었다. 예술고등학교부터 대학교에서 연기 공부를 했고, 절대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 졸업하고 웹드라마를찍었고, 끝나고 오디션에 떨어질 땐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계속 전공이랑 맞닿아 있다 보니 절망적이었던 순간보다는 항상 재밌게 연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다 ‘SNL 코리아’라는 작품을 만나면서 제가 하고 싶었던 걸 만끽할 수 있었다. 폭풍처럼 휘몰아쳤지만 제가 걸어가는 길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혹시라도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기회가 없어졌을 때도 그 시간을 잘 견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년부터 찾아왔던 변화들이 처음엔 조심스럽기도 하고 지금도 많이 조심스럽고 늘 불안함이 있지만, ‘연기를 재밌게 해왔던 마음을 가지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임해야겠다’, ‘나다움을 잃지 말고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주연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묻자 “주연에 대한 욕심보다는 은빈 언니처럼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중심에 있는 위치가 얼마나 어깨가 무거운지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라면 주연의 자리에 올랐을 때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두려움은 있다. ‘주연이 하고 싶다’는 것보다, 지금처럼 저를 계속 찾아주시고 꾸준히 차근차근 연기를 하다 보면 신뢰를 갖고 주연 자리도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우영우’를 마친 주현영은 일찍이 차기작으로 tvN 새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쿠팡플레이 ‘복학생’ 출연을 확정지었다. 주현영은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와 권혁수 오빠와 함께하는 ‘복학생’ 시트콤도 찍고 있다. 두 캐릭터를 잘 분리 시켜서 사람들이 봤을 때 제가 의도한 바대로 잘 보여 졌으면 좋겠다. 밉지 않은 캐릭터로 사람들이 보면서 응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 잘 마무리하고 싶은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현영은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자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 어떤 사람이 돼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저를 틀에 가둘 때가 있다. 그래도 배우로서는 정말 작품마다 인물로서 보일 수 있게 연기를 하고 싶다. 제가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이크 질렌할 배우를 많이 좋아하는데 작품마다 캐릭터가 다른 사람처럼 바뀌는 게 재능뿐 아니라 엄청난 연구와 노력이 수반되지 않나. 고통스럽겠지만 다 견뎌내면서 그 배우분들처럼 사람들이 봤을 때 대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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