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육사오’(감독 박규태, 제작 티피에스컴퍼니・싸이더스, 제공배급 씨나몬㈜홈초이스・싸이더스)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을 표방한다.
1등 당첨금 57억 원을 놓고 남북한 군인들이 각각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하게 그린 것. 당황스러운 상황을 배우들이 엄격하게 연기함으로써 유머를 유도한다. 앞서 박규태 감독은 제작보고회 및 언론시사회를 통해 “‘육사오’는 20년 전 나왔던 ‘공동경비구역 JSA’의 코믹 버전”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영화 모두 어떠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남북한 군인들이 엇갈린 주장을 펼치며 대립한다는 교집합이 있는데 ‘공동경비구역 JSA’가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 장르로 풀어냈다면, ‘육사오’는 예상치 못한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 드라마로 흘러간다.

박규태 감독은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육사오’는 이종호 피디님이 갖고 있던 ‘JSA 버전 남북병사들의 이야기’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제게 제안을 하셨고 제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는 박 감독은 “2018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서 6개월 정도 소요됐다. 취재를 많이 해서 시나리오가 빨리 풀렸다”고 밝혔다. 로또 1등은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당첨될 확률이 현저하게 낮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낮은 확률에 기대어 매주 로또를 구매한다.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가진 부자가 될 수 있다면?’이라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사람들이 한번쯤 상상만 해봤을 꿈 같은 일이 영화 ‘육사오’에서 실현된 셈이다.
감독은 이날 “저는 평소 로또를 자주 산다. (1등 당첨금 수령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서대문 (농협)본점에 가면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한다. 그걸 타고 3층 영업부로 올라가면 돈을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 저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누군가에게 운을 몰아주는 게 로또인 것 같다고 했다.
“1등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주 수천 만 명이 로또를 산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들 사지만 당첨은 쉽지 않다. 전국의 수만 명이 로또를 사도 1등 당첨자는 1명이거나 극소수다. 근데 우리가 그 1등을 위해 운을 몰아주는 거 같다. 희망의 증여 같다고 할까? 부자가 되고 싶은 우리가 누군가 한 명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거다.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들의 꿈과 바람이 모여 거대한 에너지를 만든다. 그 에너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고 싶은 염원이기도 하다. 로또라는 작은 소재로 다같이 잘살자는 큰 이야기를 건드려보고 싶었다. 판타지 코미디 장르로 만들면,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도 볼 수 있는 근사한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로또 1등 금액을 57억 원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박규태 감독은 “이 영화에는 진짜와 가짜가 섞여 있다. 그래서 판타지 영화이기도 하다. 픽션과 팩트가 섞여 있는데, 픽션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그럴 거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매주 당첨된 회차별 당첨번호를 찾아보다가 934회차 결과를 보게 됐다. 그 회차는 (2020년) 10월 24일 당첨된 거였는데 우리 영화 속 배경은 5월이다. 실제 10월에서, 가상의 5월로 설정을 바꾼 거다. 로또 1등을 57억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보다 1등이 57억 원 정도는 돼야 남북한 군인이 지뢰밭도 뛰어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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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씨나몬㈜홈초이스・싸이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