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16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첫 방송 당시 0.9%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던 ‘우영우’는 입소문을 통해 점차 상승세를 그렸고, 마지막회에서 17.5%라는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 극중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이자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 최수연 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배우 하윤경은 “아직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끝났다’는 느낌이 딱 들진 않는다. 다들 며칠뒤면 볼것 같다. 그래도 끝났으니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배우들이 너무 보고싶다. ‘더 잘 할걸’이라는 아쉬움도 들고,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벅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윤경에게 있어 ‘우영우’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오디션 없이 바로 캐스팅 된 작품이다. 그런만큼 의미가 크고, 부담이 됐다고 털어놓은 그는 “저한테 뭔가를 기대하시니까 오디션 없이 뽑으셨을 거지 않나. 그에 부합해야 할텐데 걱정이 많았고 부담도 많았다”며 “감독님이 직접적으로 어떤것때문에 캐스팅을 한 것이라고 말씀해주신 건 없었다. 다만 제가 ‘봄날의 햇살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거냐’, ‘저는 좋은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감독님은 수연이가 ‘솔직하고 싶은데 솔직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더라. 스스로 후회도 하고 검열하고 고민하지만 좋은 사람이고자 노력하는게 비춰졌는지 그런 면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신과 최수연의 싱크로율이 “90%정도 비슷하다”고 말한 하윤경은 “제가 그만큼 좋은사람이란게 아니라 수연이의 고민, 선택들이 제가 늘 하고자 하는 방향성과 닮았다. 저도 감정적인 부분이 있다. 근데 수연이가 딱 그런 느낌이다. 정의롭고 싶어하고 항상 좋은사람이고 싶고 잘 해내고 싶고. 때로는 그 마음이 앞서나갈때도 있지만 모든사람들에게 기분 좋은걸 전파하려고 하는 방향성이 저와 맞다. 특히 저도 츤데레 같은 면이 많다. 친한 친구들한테는 말로 못하니 행동으로 챙겨주는 면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극중 최수연은 ‘봄날의 햇살’이라는 수식어처럼 우영우가 도움이 필요할때 손을 내밀어 주고, 우영우를 위해 목소리 높여 나설줄 아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윤경은 “‘봄날의 햇살’ 장면에서 나오지만, 로스쿨 시절 수연이가 영우를 도와준 적이 있다. 그 이유중 하나로, 분명 영우한테 모진말도 했을거라 생각한다. 그때는 더 어렸으니까 질투심도 있고 열심히 하고싶은 마음에 미성숙한 면도 많았을 거다. 영우한테 박탈감이나 자격지심을 느껴서 더 틱틱거리면서도 부채 의식을 가졌을것 같다”고 최수연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미움이나 시기하는 마음을 많이 후회 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영우를 챙겨준 부분도 있을 거다. 단순히 자폐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고,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일수도 있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친구라 생각한다”며 “대사를 할때도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배치하려고 했다. 짜증 내다가고 머뭇거린다거나, 작게 말하다가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진다거나. 저만 아는 디테일을 넣어서 수연이가 우영우에게 갖는 감정이 복합적이고, 그걸 스스로도 알고 있고 후회하는 친구라는 생각을 담았다”고 밝혔다.
대사 뿐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디테일을 넣었다고. 하윤경은 “수연이가 영우의 앞을 막아준다거나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행동은 다 애드리브였다. 의도적으로 제스쳐를 넣었다. 행동은 대본에 없으니 제가 슬쩍슬쩍 추가하면서 알게모르게 둘의 관계가 허물어지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은빈이도 그걸 의도했는지, 갈수록 제가 하는 터치에 덜 부담스러워하는걸 표현한 것 같더라”라며 “수연이에게 있어 영우도 결국 봄날의 햇살이지 않을까 싶다. 수연이도 영우를 통해서 많이 성장한다. 영우를 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티격태격하면서 성장하기도 하고 영우로 인해 많이 웃고 성취감도 얻는다. 그건 큰 동지애이자 동료애다. 삶에 있어서 서로에게 햇살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하윤경은 ‘우영우’의 인기 요인을 묻자 “아무래도 잘못 쓰여지면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소재지 않나. 그래서 글을 어떻게 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영우’는 많은 고민이 느껴졌고, 밸런스를 잘 잡으려 노력한 흔적이 있다. 또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많이 남는다. 논쟁 여지가 있는 사안을 많이 다루는데, 답을 내리거나 강요하는게 아니라 생각의 여지를 던져준다. 그 방식이 사랑스럽고,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공감하고 여운을 느끼신 것 같다. 그래서 많이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평소 자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하윤경 역시 ‘우영우’에 등장했던 ‘황지사’ 에피소드에서 느낀 바가 많았다고. 그는 “황지사 스님이 하신 얘기 중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게 가장 자연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대사가 있다. 요즘 그런 것에 관심이 있다 보니 마음에 남더라. 인간이 자연에게 해하는게 얼마나 큰지 생각해보게 됐다”며 “아무래도 소수자에 대한 생각,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인식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어떤식으로 하는게 차별없이 대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깊이 해보게 되더라.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정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이 작품을 참여하게 된 것도 있다. 사람들에게 그런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한걸음 나아가게 만들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영우’가 갖는 특별한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우영우’와 최수연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그를 연기한 하윤경 역시 덩달아 ‘봄날의 햇살’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하윤경은 자신의 앞에 붙는 ‘봄날의 햇살’이라는 별명에 대해 “머쓱하다. 부담스럽다. 감사하긴 한데 그런걸 받을만한 사람인가 반문을 많이 하게 되더라”라며 “오히려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다. 원래도 항상 좋은 선택을 하고 좋은 사람이 되자는 목표점을 갖고 있지만, 정말 그렇게 하는 사람인지는 잘 모른다. 그런 수식어를 받으니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느꼈던 봄날의 햇살보다 더 크게 봐주시는것 같다. 더 좋은사람처럼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책임감, 부담감 느끼고 그런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배우가 아닌 인간 ‘하윤경’ 앞에 붙길 바라는 수식어는 어떤게 있을까. 하윤경은 해당 질문에 “인간 하윤경? 괜찮은 것 같다. 인간적인 하윤경. 앞으로 더 잘되면 좋겠고, 좋은 배우가 되고싶으면서도 지금이랑 똑같았으면 좋겠다. 편안하고, 수수하고 인간적인 사람으로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 들고 그게 제 강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우영우’를 끝마친 하윤경은 드라마 현장을 돌이켜보며 “연기적으로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단합, 서로가 서로를 믿고 즐겁게 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배운점을 전했다. 그는 “그런 단합이 화면에 담기고, 화면에 담긴건 시청자 분들이 분명히 알아준다는걸 깨달았다. 배우는 혼자하는 작업이 아니고, 함께 으쌰으쌰 해야한다는걸 피부로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하윤경에게 있어 ‘우영우’는 “봄날의 햇살 같은 작품”이다. 하윤경은 “배우가 불규칙한 일이다. 인기는 한순간 사라졌다가 생겼다기 하는거고. 돈도 벌었다가 못 벌었다가 하는 불안정한 직업이다”라며 “이 작품을 통해서 앞으로 막막하거나 깜깜한 게 느껴진다면 이 기억을 발판삼아 나아갈수 있는 햇살같은 존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반대로 ‘우영우’를 함께해준 시청자들에게는 “제가 SNS에 ‘우영우’가 한줌의 빛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쓴 적이 있다. 여러 의미로 우영우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많은 사회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명 이 중 하나는 각자의 경험과 닿아있을 거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한 측면에서라도 위안되는 장면이 있어서, 살아가는데 있어 앞날을 비춰주는 빛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다만 하윤경은 현재 논의중인 시즌2에 대해 “하면 좋겠지만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두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그는 “딱 이정도면 괜찮다 싶다가도 못푼 애기도 있으니 풀리면 재밌겠다는 마음이 반반”이라며 “시즌2가 현실화 된다면 수연이가 일적으로든 사랑으로든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특히 일적으로는 예전보다덜 감정적이고 좀더 성숙하게 일 처리하고 느긋해진, 여유가 생긴 수연이의 모습이 나오면 좋겠다. 또 여유로움 속에서 우당탕탕거리는 일들이 벌어지면 새로운 재미가 있지 않겠나. 보시는 분들도 성장해있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면서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고 매일 전화하신다. 드디어 내가 31살 먹고 첫 효도를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라고 뿌듯함을 드러낸 하윤경은 그런 만큼 뒤따르는 차기작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윤경은 “배우들이 제일 고민하는게 잘된 작품 이후의 작품”이라면서도 “너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들은 ‘지금보다 분량이 적나?’,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나?’와 같은 다양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다음 작품을 고민한다. 물론 그것도 필요 하다고는 생각하는데, 너무 얽매이면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잘 돼서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면 좋지만 그건 어차피 내뜻대로 안되는거다. 내가 마음이 가고 최선을 다할수있는 작품이면 선택하려고 한다. 생각할거리를 주고 여운이 남는 작품도 좋고, 오락적으로 재밌는 작품도 좋다. 아무래도 좀 더 좋아하고 선호하는건 자기 전에 어떤 장면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 장면으로 인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게 되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하나라도 주는 작품이 좋더라. 제가 맡는게 그런 캐릭터면 더 좋고. 그게 배우의 사명같은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여러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저라는 사람 그대로 살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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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