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고 어수룩해 보이는 얼굴 뒤에 배우로서 강한 열망이 자리잡았다. 드라마 '신병'으로 '인생작'을 새로 쓴 배우 김민호의 이야기다.
김민호는 최근 방송된 ENA 드라마 '신병'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신병'은 다양한 사람이 모두 모인 군대에 '군수저' 신병이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장삐쭈에서 큰 인기를 누린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이 가운데 김민호는 극의 핵심이 된 사단장 아들인 '군수저' 박민석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에 그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990년생인 김민호는 실제 '신병' 촬영 현장에서는 신병이나 막내가 아닌 '형 라인'에 속했다. 그의 실제 군생활도 '군수저'와는 거리가 먼 산골짜기에 있는 전방부대의 통신병이었다고. 2018년 영화 '스윙키즈' 후 군생활을 했던 그는 "'스윙키즈'에서 살은 살 대로 찌고 탭댄스도 잘 추는 역할을 맡아서 무릎이 안 좋았다. 그대로 군에 입대해서 많이 힘들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만 그는 "실제 현실과는 정반대의 캐릭터 박민석이지만 '신병'이라는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라며 "저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각오를 하고 입대했다. 적어도 뭣도 모르고 가진 않았다. 그런데도 어리숙해 졌다. '서울대생도 군대에 가면 멍청해진다'는 게 맞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런 건 '군수저' 신병 박민석이나 통신병 김민호나 똑같았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김민호는 전역 후에도 작품을 쉬지 않았다. 배우 진선규가 주연으로 활약한 복싱 영화 '카운트'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촬영을 이어온 것. 특히 KBS 2TV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는 선배 연기자 김혜선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역대급 로맨스 연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신병'은 더욱 김민호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출을 맡은 민진기 PD의 과거 작품 '푸른거탑' 시리즈부터 인상 깊게 봤기 때문. 김민호는 "'푸른거탑' 시리즈는 당연히 잘 알고 있었고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감독님에 대한 정보는 잘 몰랐는데 오디션과 리딩 때부터 시원시원한 성격이라고 느겼다"라며 "고민하는 찰나가 없다. 생각하는 그림이 확실히 있어서 막힘이 없다. 배우들이 막혀 있을 때도 뚫어주셨다"라고 민진기 PD에게 강한 고마움을 밝혔다.
나아가 그는 '신병'에 대해서도 "인생작, 인생 역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저한테 터닝 포인트 같은 잊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고 감사한게 너무 많다. 길거리에 제 포스터가 걸린 것만 봐도 너무 감회가 새롭고 연기 외적으로도 너무나 많은 걸느끼게 해줘서 감사하다. 박민석 역할도 그 전에는 센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처음으로 남들한테 무시도 받고 시련을 겪는 역할이라 경험도 좋았고 잘 해낸 것 같아서 스스로도 다행이었다. 보시는 분들도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김민호는 박민석과 달랐다. 군생활은 물론 성격도 차이가 컸다. 김민호는 "저도 박민석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데 오히려 센 척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혼자 끙끙 앓고 티도 못 내는 성격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배우 일을 하다 보면 상처받기 싫은 게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자는 마인드가 됐다. 20대 중반만 해도 마당발이고 싶었는데 지금은 하나라도 줄이고 싶다. 주어진 대로 잘하고 싶다. 억지로 뭔가 만들려 애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런 김민호에게 '신병' 촬영 현장은 유독 편안했다. 김민호는 "처음부터 다들 호흡이 너무 좋았다"라며 "나중에는 촬영 감독님이 'NG 좀 내'라고 할 정도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장면에서 웃음 참는 게 힘들었다. 전승훈은 본인 바스트 촬영 때 다들 나가달라고 했을 정도"라며 웃었다.
또한 김민호는 "작품이 공개된 뒤 주위 반응도 남달랐다. 역대 최고였다"라며 "항상 주변에서 제 작품을 좋아하고 응원해주는데 이번엔 온도 차이가 컸다. 제가 아니라 작품 자체를 다 봤다고 하는데 그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신병'은 시즌2 제작이 확정될 정도로 인기 속에 시리즈 물로 거듭날 전망이다. 극의 중심에 있는 박민석 역의 김민호 또한 시즌2에서도 출연을 이어간다. 김민호는 "너무 감사하다.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도 '푸른거탑'이 방송되고 있는데 '신병'도 그렇게 시리즈물로 사랑받고 싶다"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배우로서의 신념도 밝혔다. 김민호는 "개인적인 배우로서의 욕심은 첫 번째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 연기를 한 사람이 이 사람이라고?'라는 이야기가 들릴 때 가장 좋은 것 같다. 배우는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살기 때문에 급할 것 없이 차근차근 해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실존 인물도 연기해보고 싶다. 실제 인물을 연구해서 그 사람을 표현하고 싶다. 막연하게 누구든 맡아서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라며 "또 대중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고 배우들이 인정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인정하는 배우"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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