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면접할 때 묻더라. 네 가족이 범인이면 잡겠냐 말겠냐고. 그래서 모르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정답이래.”
28일 방영된 JTBC주말드라마 ‘모범형사2’에서 문보경(홍서영 분)의 노트북 절도범이 자신의 형임을 확인하고 속상해하는 막내 심동욱(김명준 분)을 위로하며 투덜이 선배 권재홍(차래형 분)이 한 말이다.
비록 불끈한 심정에 주먹도 날리고 수갑도 채웠겠지만 차마 형을 제 손으로 어쩌지 못하고 사무실을 나와 주차장 한 켠을 서성인 심동욱이다.
선배인 권재홍이 돈이 꼭 필요하면 동욱이 말고 나한테 연락하라며 명함을 쥐어주는 모습도 보았겠고 “동욱이가 진짜 형을 만났네요”라는 형의 대꾸도 들었을 것이다.
그 형이 다시 범죄를 저질러 동생이자 형사인 동욱 앞에 섰을 때 동욱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지혁(장승조 분)은 죽은 장희주(하영 분)와 관련된 증언을 거부하는 김민지(백상희 분)를 추궁했다. “장희주씨는 김민지씨를 위해 그렇게 됐는데 왜 김민지씨 입장만 생각하냐”고. 김민지가 공박했다. “형사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무조건 범인만 잡으면 되는 거잖아요. 딴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연쇄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쫓기다 교통사고로 죽은 인삼절도범 김형복. 오지혁은 강도창(손현주 분)과 함께 그를 쫓다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했다. 당시 오지혁은 자책하는 강도창을 향해 “그런 자책은 우리가 무고한 사람 범인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타박했었다. 오지혁은 그 냉정한 타박을 다시 강도창에게 할 수 있을까.
강도창은 기동재(이석 분)를 풀어주려는 광수대 장기진(이중옥 분)에게 주먹을 날렸다. “너 같은 양아치 형사들이 피해자 가족을 두 번 죽인다”며. 장기진이 말했다. “당신도 죽였잖아. 이대철 김형복 살인자로 만들어 죽이고 재벌가 사위도 죽이고.. 피해자 가족 위한답시고 날뛰다가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을 만든기야. 당신이란 경찰이.”
자신이 살인자로 검거한 이대철은 무죄였다. 사형집행 후 재심을 통해 그의 무죄를 입증한 것도 강도창였다. 장기진이 말한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은 자신과 함께 사는 이은혜(이하은 분)다.
연쇄살인마로 쫓다 죽은 김형복에겐 홀어머니가 있었다. 역시 강도창이 사후 무죄를 밝혔을 때 그 어머니는 아들이 흉악범이 아니란 사실만 위로삼아야 했다.
정인범(박근형 분)은 손녀 정희주의 죽음에 책임을 물어 우태호(정문성 분)를 비난했었다. 그 우태호의 죽음 소식에 죄책감을 느껴 가족에게 사과하기 위해 TJ그룹을 찾았다. 그리고 만나 천상우(최대훈 분)는 구둣방을 찾아 정희주를 비난했던 그 놈이었다. 그리고 천상우는 “당신 손녀는 남의 가정을 파탄냈다”며 “하늘이 대신 벌을 내린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자신에게 착하고 귀했던 손녀다. 죽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손녀가 우태호 가정을 파탄낸 것도 맞다.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 사는 게 쉽지 않다. 모범적으로 살기는 더욱 어렵다. 같은 일도 보기 따라, 시절따라 맞고 틀려진다.
아닌 이도 있다. 심동욱이 형제애에 갈등할 때 천나나(김효진 분)는 도촬 영상을 오지혁에게 건넨다. 영상 속 오래비 천상우는 기동재에게 정희주의 살인을 교사하고 있었다.
한결같다. 진심으로 그녀의 죄를 뒤집어쓰려 했던 우태호도 믿지 못하겠다며 교통사고를 위장해 죽였다. 오지혁의 의심대로 정희주 죽음도 정희주가 관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용근(박원상 분)도 한결같다. 돈을 밝히고 음모를 좋아한다. 광수대 팀장일 때 오지혁의 휴직을 강제한 것도 그 이유다, 당시 오지혁은 언감생신 천상우의 김민지 폭행사건을 파고 있었다.
더러운 칼로 쓰던 기동재의 죽음도 사주했고 나름 형사마인드가 있던 장기진도 서서히 돈으로 옭아매는 중이다. 문보경도 노렸다. 커다란 빚을 지워 인천 서부서장 문상범(손종혁 분)을 좌지우지 하려했다. 천성대-천상우 부자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사건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선택을 해가며 발전하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리를 지키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성장한다는 것. 인천 서부서 강력 2팀은 그렇게 단단해져 간다. “사람 고쳐 못쓴다”는 시쳇말 부류와는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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