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감독이 “후반작업을 할 때도 지인들에게 얘기했었는데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너무 행복하다”라고 영화를 완성한 소감을 전했다.
김홍선 감독은 29일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새 영화 ‘늑대사냥’의 제작보고회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필리핀으로 도망간 범죄자들을 국내로 강제 이송했다는 기사를 보고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면?’이라는 상상으로 시작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홍선 감독과 서인국, 장동윤, 정소민, 고창석, 장영남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늑대사냥’(감독 김홍선, 배급 TCO㈜더콘텐츠온・CJ CGV㈜, 제작 ㈜콘텐츠지・㈜영화사 채움)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해야 하는 상황 속 지금껏 보지 못한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 범죄자 47명이 2017년 국내로 송환된 바 있다. 대부분이 사기범이었는데 1997년 폭력 범죄를 저지른 후, 필리핀으로 도주한 피의자들이 20여 년 만에 처벌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감독은 이같은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하이퍼리얼리즘 액션영화로 만들었다.

‘늑대사냥’은 ‘변신’(2019), ‘반드시 잡는다’(2017), ‘기술자들’(2014), ‘공모자들’(2012) 등의 영화를 선보였던 김홍선 감독의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먼저 프론티어 타이탄호에 탄 범죄자 종두 역의 서인국은 “시나리오 자체가 강렬했다. 캐릭터를 집중해서 봤는데 제가 도전하고 싶은 인물이었다. 이건 제가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시나리오였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촬영 중 모니터를 잘 안 보여주셨지만 소통을 위해 본 적이 있다. 현장에서 제가 한 연기를 모니터로 봤을 때 그 이상한 쾌감은 짜릿했다”라고 자신이 만들어간 캐릭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종두의 비주얼이 좋았다는 그는 “저에게는 판타지적으로 다가왔다. ‘슈트를 입으면 자세부터 달라진다’고 하지 않나. 저는 이번에 온몸에 타투를 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어깨를 펴고 다니게 됐다.(웃음)”며 “종두는 범죄자들 중 어린 편인데 그가 우두머리가 되려면 어떤 자질을 갖고 있어야 할까 고민했다. 시나리오 안에 잔혹성도 있었지만 ‘내가 덩치를 키워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급하게 살을 찌웠다. 감독님이 카메라 앵글을 가깝게 잡아주셨는데 그런 것들이 참 새롭고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종두와 함께 프론티어 타이탄호에 탑승한 피의자 도일 역의 장동윤은 “저도 범죄자 역할인데, 촬영할 때 너무 많은 배우들이 오셨다. 다들 인상이 강렬했는데 제 인상이 너무 얌전하게 느껴졌다.(웃음)”며 “첫 촬영 전날 감독님과 카페에서 얘기를 나눴다. 도일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제한돼 있다 보니 감독님과 합의된 내용을 인지하는 데 노력했다. 촬영하면서 액션에 욕심이 생기더라. 현장에서 느껴지는 대로 하다 보니 감독님이 원하시는 포인트가 더 살지 않았나 싶다”라고 캐릭터를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타이탄호의 호송 담당 형사 다연 역의 정소민은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평소 상상을 많이 하는데 이 작품은 감히 상상이 안 되더라. 감독님이 어떤 그림을 만드실지 기대했다”며 상상 이상의 작품이 나왔다고 감탄했다. “연기하면서 처음 해본 캐릭터라 짜릿한 쾌감이 있었다. ‘늑대사냥’에서 만큼은 원 없이 액션을 찍어봤다. 프리 프로덕션 동안 감독님과 열심히 캐릭터를 연구했던 게 기억에 남았다”고 회상했다.

정소민과 서인국은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2018)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이날 서인국은 “드라마에서 절절한 사랑을 나눴고 마지막 회를 보면서 전 울었다. 근데 이번 영화에서 제가 굉장히 (정소민 캐릭터에)집적거린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정소민도 “드라마와 굉장히 다른 역할이다. 현장에서 서인국을 보면 다른 모습이라, 새로움을 느꼈다. 원래 친했던 동료가 다시 한번 같은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많이 됐다”고 화답했다.
종두(서인국 분)의 오른팔인 건배 역의 고창석은 “제가 생각보다 마음이 여려서 잔인한 건 못 본다.(웃음) 그래서 감독님에게 ‘이 영화를 찍을 순 있지만 극장에서는 못 보겠다’고 했다가 욕을 먹었다.(웃음) 찍은 걸 보니 극장에서 볼 수 있겠더라”고 농담했다.

그는 “김홍선 감독님과 두 번째 작품이다. 감독님이 ‘내가 생각한 걸 다 구현해내겠다’고 하시더라. 드라마 중심 영화는 NG가 나면 금방 다시 할 수 있지만 (세팅이 많이 들어간 액션은) 한 번 NG가 나면 많은 스태프가 다시 세팅을 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모두가 고생한다.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감독님과 ‘지치면 안 된다’는 말을 나누며 완성했다”고 남다른 에너지를 자랑했다.
강력 범죄자 명주를 맡은 장영남은 “저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세고 강렬하다 싶었다. 흥미로웠다”면서 “저는 그간 센 캐릭터를 많이 했고 강한 이미지인데 이번에 새롭게 세고 매력적이어서 대본을 흥미롭게 읽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장영남 역시 영화 ‘변신’ 이후 김홍선 감독과 두 번째 만남.
“그 영화에서도 명주였고 이번에도 캐릭터 이름이 명주다. 감독님 덕분에 세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맡았다. 평상시에 제가 욕을 안 한다.(웃음) 이 캐릭터는 욕을 좀 하는 편인데, 욕 연기가 좀 어려웠다.”

‘늑대사냥’이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된 가운데 김 감독과 서인국, 장동윤, 정소민은 9월 16일(금) 자정에 진행되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는 ‘늑대사냥’ 이외에도 ‘헌트’(감독 이정재),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보호자’(감독 정우성) 등 다수의 한국영화가 진출했다.
김홍선 감독은 이에 “선배님들이 열어놓은 길 덕분에 저희도 감사한 소식을 듣게 됐다. 한국에 계신 관객들과 관계자들이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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