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니체가 1886년 발표했던 ‘선악의 저편’에서 기술한 잠언이다.
니체는 개체의 고유성을 억압하는 가치 체계들(괴물)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가치의 몰수’란 능동적 허무주의를 내세웠다. 아울러 그렇게 괴물을 물리치기 위한 수단인 허무에 중독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버리는 비극도 경계한 것이다.
시청자들조차 암중모색하게 만들었던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가 마침내 전선의 윤곽을 드러냈다. 드러난 양상은 4파전. 먼저 구천시 ‘어르신’ 강성근(전국환 분)을 정점으로 한 기득권 세력 NR포럼, 다음이 최도하(김주헌 분) 시장 중심의 도전세력, 제리(곽동연 분)와 노박(양형욱 분) 등의 빅마우스 일파, 그리고 이 세력들 간의 알력에 끌여들여진 박창호(이종석 분)와 고미호(임윤아 분) 일행이다.
2일 방송된 11회분에서 박창호는 마침내 빅마우스를 자처하는 노박을 불러냈다. 노박이라면 전 교도소장 박윤갑(정재성 분)의 바둑 파트너로 교도소내 특별대우를 받던 존재여서 그럴 듯 해보인다.
인물소개란에 따르면 노박은 철판요리 전문 셰프로 취객과 다툼을 벌이다 칼을 휘둘러 살인미수로 구속됐다. 그는 빅마우스 행세에 나선 박창호가 소원을 들어준다며 시작한 면담에서 “딸이 하나 있는데 딸을 찾다가 일이 이상하게 꼬여 여기에 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박창호와의 스무고개에서 박윤갑은 “서재용의 논문과 관련해서 빅마우스가 가까운 사람을 잃었다”고 말했었다. 노박이 빅마우스라면 노박은 결국 그 딸을 잃은 게 된다.
하지만 이에 앞서 병실의 제리는 박창호의 전언을 듣고 “만나서 좋은 일이 없을텐데.. 창호형 일을 재밌게 만드네”라며 퇴원수속을 명한다. 보고를 받고 명령을 내리는 위치임을 과시했다.
드라마 모두에서 앵커멘트로 “빅마우스가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 알 수 없다”는 대목이 있었다. 제리의 멘트는 노박이 빅마우스이며 자신도 노박과 대등한 위치임을 드러낸다. 그 역시 빅마우스일 수 있는 것이다.
박창호의 교통사고는 최도하가 일으켰다. ‘박창호는 죽어도 좋다’는 시도다. 최도하로선 한재호(이유준 분) 차량의 블랙박스를 검사 아닌 자기 손에 쥘 필요가 있었다. 박창호는 요행히 살아났고 그는 세간의 악역 빅마우스로 둔갑했다. ‘왜?’ 인지는 모르나 주체는 최도하이기 십상이다. 교통사고가 일어날 걸 아는 자가 마약과 금괴와 권총 등 증거를 조작하기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리와 노박 등 빅마우스 패거리는 자신들은 손댄 적 없는 NR그룹 1,000억원 갈취 혐의(최도하의 짓이다.)가 자신들에게 뒤집어 씌워진 사실에 당황했을 것이다. 내막을 살피던 중 갑자기 자신들의 악명을 뒤집어 쓴 박창호가 나타났다. 당연히 궁금했을 것이다. 노박이 방장으로 있는 사동으로 입소시키고 하나 둘 박창호의 능력을 시험하면서 쓸만한 패가 될 것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최도하 역시 박창호가 뜻밖에 쓰임새가 있음을 알게 됐고 그렇게 두 집단의 지원을 암암리에 받으며 박창호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최도하나 빅마우스나 공통의 적은 강성근과 NR포럼. 이제서야 정체를 드러낸 빅마우스야 모르겠지만 최도하만큼은 괴물 강성근을 잡으려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렸음을 입증했다.
장혜진(홍지희 분)의 죽음으로 박창호와 고미호가 자신의 정체와 함께 서재용 논문의 핵심, 백혈병과 구천대학병원의 불법 임상실험에 대한 단서를 잡았음을 알자마자 신임교도소장 대리 간수철(김동원 분)에게 두 사람을 죽일 것을 명한다.
최도하는 NK화학 희생자의 가족이다. NK화학은 백혈병을 일으키는 유해 부산물을 만들어냈을 것이고 구천대학병원은 구천교도소 인원을 대상으로 그 유해성을 완화시킬 신약을 불법임상실험해왔을 것이다. 그 비밀을 알기 위해 최도하는 연구책임자 서재용과 각별히 친해졌을 것이고.
하지만 그가 만천하에 공개하기 십상인 박창호와 고미호의 죽음을 원하는 것은 정보를 독점하겠다는 의미다. 그 자신의 원수 강성근과 똑같은 행보다. 대중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욕구에 충성하는 괴물의 행보.
빅마우스 포함 3그룹은 그렇게 분명한 악의 축들이다. 이 강력한 악의 세력 틈바구니에서 유일하게 선한 그룹 박창호-고미호의 분전이 어떻게 판을 뒤집을 지 궁금해진다.
/zait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