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남미"…'수리남' 하정우, 인기 마약 드라마와 다른 이유(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9.07 15: 41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아내와 제주도에 갔다가 ‘여기를 남미로 꾸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종빈 감독은 7일 서울 역삼동 조선팰리스 서울강남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제작보고회에서 “촬영 당시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많은 부분을 해외 로케이션으로 계획했는데 도저히 외국으로 나갈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눈물이 나더라”고 제작기를 회상하며 이같이 전했다.
‘수리남’(극본 윤종빈·권성휘, 연출 윤종빈)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공개된다.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군도: 민란의 시대’(2014), ‘공작’(2018) 등의 영화를 연출해 온 윤종빈 감독이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연출에 처음 도전한 것이어서 기대를 모았다. 그는 한국인에게 낯선 땅 남미로 시선을 돌려, 한인 마약 대부를 잡기 위해 국정원과 손잡은 민간인 사업가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풀어냈다. 실화를 기반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보탰다는 설명이다.
윤종빈 감독은 이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제주도를 남미로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제작진과 나누기 시작했다. 이후 야자수를 사와서 심었고 식물들도 심었다. 하나씩 그걸 실현하기 시작했다”고 국내를 남미의 수리남으로 탈바꿈한 과정을 들려줬다.
이어 윤 감독은 “막상 국내에서 만들고 제작을 하게 되니 ‘얼추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놀랐다”고 국내에서 많은 부분의 촬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코로나 감염 상황이 한창 심각했던 2020년, 해외에 나가는 것조차 금지됐기에 어쩔 수 없이 국내를 수리남의 무대로 바꿔나가야 했지만 윤 감독과 제작진의 노력 끝에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한다. 촬영 이후에는 CG 및 VFX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 남미에 간 듯한 이국적인 비주얼이 탄생했다고.
이날 윤 감독은 “이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저 스스로도 놀랐다”고 국내 영화업계의 뛰어난 제작 환경을 전했다.
넷플릭스에 존재하는 타국의 마약 소재 시리즈와 다른 점에 대해서는 “이 작품의 매력은 실화를 모티프로 삼은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땅에 발을 붙이고 있다. 그래서 마약 소재의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을 가진다”고 짚었다. '브레이킹 베드', '나르코스' 등 마약을 소재로 선풍적 인기를 끈 외국 드라마를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개 후 비교선상에 놓일 수 있다.
윤종빈 감독은 “지난주에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극장에서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휴대폰으로 봤을 때, 태블릿으로 봤을 때, 극장의 스크린으로 봤을 때, 모두 느낌이 다르더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나 저는 이 작품을 가능한 가장 큰 TV 화면으로 보셨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연기를 하는, 국내 대표 배우들이니 연기는 충분하다. 시청자들께서 되도록 큰 TV로 보시길 권해드린다”고 만듦새를 자신했다.
변기태 역의 조우진은 “우리 현장의 미술은 정말 기적적이었다.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라웠다”고 윤종빈 감독과 미술감독 등 제작진의 능력에 감탄을 표했다.
강인구 역의 하정우도 “남미가 배경이라 제주도, 전주 등 자연 친화적인 지역에서 촬영을 진행했다”면서도 “후반부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두 달간 촬영을 했는데 제가 제일 기분이 좋았던 것은, 촬영을 마치고 도미니카공화국을 떠날 때였다.(웃음) 그 순간이 가장 기뻤다”고 힘들고 고됐던 프로덕션 과정을 떠올렸다.
하정우는 이어 “(친한 사이기에) 윤종빈 감독과의 작업은 더더욱 조심스럽다. 제가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수리남’에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용서받지 못한 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그리고 ‘수리남’ 등의 작품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이에 윤 감독도 “하정우의 새로운 점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싶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감독은 “다들 너무 훌륭한 배우라 눈빛만 봐도 아는 느낌이었다. 어떤 날은 촬영할 시간이 부족해서 리허설 없이 바로 들어갔었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때 나온 연기가 더 좋을 때도 많았다”고 배우들의 준비된 연기에 감탄했다고 털어놨다.
수리남의 한인 목사 전요환을 연기한 황정민은 “배우들이 각자 준비해 온 것을 잘했다. 현장에서 제 연기에 집중하지만 상대 배우들의 연기도 보지 않나. 그걸 윤종빈 감독님이 중간에서 조절을 잘하셨다. 촬영은 재미있게 했다”고 회상했다.
추석 연휴를 맞이해 공개하는 것과 관련해 황정민은 “당연히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웃음) 그렇다고 해서 한가위에 온 가족이 모여서 ‘수리남’을 같이 보긴 그렇고. 알아서 혼자 개인적으로 보시다가 재미가 있다면 주변 사람들, 가족들에게 소개하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유연석은 코카인 유통망과 자금 관리, 접선 장소까지 담당하는 조직의 브레인이자 전요환을 비호하는 변호사 데이빗 박으로 분했다.
이어 그도 “‘수리남’ 속 마피아 게임에 들어오셔서 재미있게 즐기시면서 가족들과 즐거운 한가위를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월 9일 넷플릭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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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최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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