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마스’ 이경영의 최후..세상은 언제나 버릴 준비가 돼 있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9.09 13: 31

[OSEN=김재동 객원기자] 8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아다마스' 14화에서 드라마의 최종보스 권재규 회장(이경영 분)이 사망했다. 너무나 손쉽게. 너무나 허탈하게.
드라마 제목 아다마스는 다이아몬드를 의미하는 라틴어이자 해송그룹의 상징물인 300캐럿 다이아몬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울러 사전적 의미에는 냉혹한 사람, 즉 냉혈한(冷血漢)을 지칭하기도 한다.
드라마 속 권재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다. 이팀장(오대환 분) 제거를 최총괄(허성태 분)에게 명령한 후 돌아오는 차안에서 “잘못했어... 저녁이라도 먹일 걸... 개도 잡기 전엔 배불리 먹이는 건데..”라는 대사로 냉혈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자신이 아끼던 아들 권민조(안보현 분)를 형이라는 권현조(서현우 분)가 죽였을 때도 모질게 두들겨 팬 후 “경쟁자를 처리한 건 잘했다.”고 칭찬을 던져준 위인이다.
그런 권재규의 세상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며 오만하다. 그런 에고와 휴브리스는 권재규처럼 권세있는 자들의 특징이자 함정이다.
권재규의 종말은 그 함정에 빠진 결과다. “나는 강하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행한다. 너는 약하니 살자면 내 뜻을 따라야 한다.”라는 오만의 함정.
가끔씩 목을 긁어주는 것만으로도 살아 숨쉬도록은 꼬리만 흔들 줄 알았던 권집사(황정민 분)가 중인환시리에 자신을 ‘살인자’로 몰아붙이며 저주를 퍼부은 건 그 균열의 시작이었다.
자신이 던져주는 권세와 돈을 받아먹고 온갖 더러운 일 도맡아 처리해오던 이 팀장이 가짜 아다마스로 자신을 농락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자신의 명을 받아 손에 이팀장의 피를 묻힌 최총괄은 자기 사람, 아니 이팀장을 대신할 사냥개가 된 줄 알았다. 그런 최총괄이 총을 빼들어 자신을 쏠 줄이야.
자신이 애정하던 민조를 떠올리기 위해 그 형 현조와 결혼시켜 화원의 꽃처럼 돌봐오던 은혜수(서지혜 분)는 어떤가. 그녀의 적의는 알고 있었지만 그런 은혜수가 어느 새 해송을 노릴 정도로 성장했다니.
의식불명 상태였지만 “승계가 끝날 때까지 숨만 붙여놓으라”는 아들 현조의 말을 들었다면 권재규의 심정은 어땠을까?
자신의 심장에 칼을 박는 권집사를 향해 “찔러. 너는 그럴 자격있어”라는 허세를 부려보지만 “내가 아직도 종년으로 보여? 죽이는 것까지 허락 받아야 돼?”라는 권집사의 절규에 그 얄팍한 허세조차 부정당했다.
이 팀장 손에 산산히 바스라진 크리스탈 아다마스처럼 인간 권재규의 인생도 그렇게 산산히 부숴졌다. 권재규가 빠져든 단말마의 고통은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계획은 있다. 뒤통수를 맞기 전까지는.
동탁 암살에 실패하고 도주 길에 오른 조조가 그를 도와준 여백사 일가족을 죽인 후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버림받지는 않겠다.”고 한 말은 권재규를 비롯한 많은 권세있는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신념이 있건 말건 세상은 세상 스케줄대로 흘러간다. 쭉정이 심어놓고 알곡 열리기 바라는 농사가 잘될 리가 없다. 세상은 언제든 쭉정이를 솎아낼 준비가 되어있다. 300캐럿 아다마스라도 혈향이 비리면 버려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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