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세상'에서 김태원도 인정한 부활 4대 보컬 김재희가 출연, 형과 같은 날 아내도 떠나보낸 아픔을 전했다.
15일 방송된 MBN 시사교양 '특종세상'에서 대한민국 레전드 록밴드 부활 4대 보컬 김재희 근황이 그려졌다.
이날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재기가 하늘로 떠나고 동생이 음색이 같은 걸 알아, 이 앨범을 접는건 재기에게 평생 미안할 것 같았다"며 그렇게 고 김재기를 대신해 김재희가 부활로 활동하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형이 남긴 노래 '사랑할수록'을 히트곡으로 만든 그였다.
게다가 29년이 지난 후, 아내도 같은 날인 지난 8월11일에 떠났다고 했다. 형의 기일에 3주 전 아내마저 떠난 사연. 희귀암 투병 끝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그는 "얼마나 가기 싫었을까 그 생각하면 지금도.."라며 눈물을 멈추지 못 했다.
김재희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등산으로 마음을 달랜다는 그는 "마음이 힘들 때나 위로받고 싶을 때 산을 오른다"며 "형이 세상 떠나고 힘들 때 술도 많이 마셨다, 털어내려 산을 많이 올랐다"며슬럼프도 등산으로 극복했다고 했다. 특히 아내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지만 이젠 산과 음악으로 위로를 받는다는 것. 김재희는 "하늘에 얘기하는 것"이라며 노래로 마음을 달랬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김재희는 아내의 영정사진을 보며 "(아내가 떠난지) 3주 됐다, 실감이 안 난다"며 아내의 침실도 그대로 둔 모습. 그는 "온기를 남기려고 그대로 뒀다"며 평소와 다름없는 이부자리와 집안 곳곳 아내의 흔적을 남겼다. 사실 장례 후 이사할 집을 알아봤다는 김재희는 두 달 후 아내 추억이 많은 이 집을 떠날 것이라고. 아무 연고도 없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갈 것이라 했다.
이젠 아내의 유품을 조금씩 정리하는 김재희는 "입고싶다해서 제가 다 사준 옷들, 다 입어보지 못 했다, 주인이 없으니 이제 보내줄 것"이라며 아내와의 추억에 불현 듯 밀려드는 듯 깊은 슬픔에 빠졌다. 다시 건강해지면 입으려 했던 옷이라고. 이젠 돌아오지 않을 아내의 유품들을 하나둘 씩 정리했다.
김재희는 "어릴 때 판잣집에서 살아 그 집을 벗어나려할 생각 뿐이었는데 아내는 그런 나를 따뜻하게 맞아줬다"며 "형이 죽었을 때 허전함을 아내가 완벽하게 채워줬다"고 했다. 그렇게 6년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다는 김재희는 "아내는 첫사랑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희귀암에 걸려버린 아내. 김재희는 "약이 없는 암에 걸려, 활동자체를 아예 접고세상에 좋은 약은 다 써보려 다른 나라도 다니며 약을 알아봤다 1년 정도 밖에 못 산다고 했지만 5년을 살았다"며 마지막엔 소장. 대장 절제술을 받고도 1년을 더 버텼다고 했다. 김재희는 "아내 목표는 하나,아이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음성이 아직도 들린다"면서 "그게 아직도 생생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날 저녁, 저녁식사를 준비한 김재희는 "처음엔 밥통이 어디있는지도 몰랐는데 세상 떠나기 전에 물건들을 다 준비해놓고 갔다"며 "먹을 것들로 냉장고도 꽉 차 있어, 국거리도 다 해놓고 떠났다"고 했다. 냉동실엔 생선과 얼려있는 국들로 가득한 모습. 투병 중에도 남겨질 가족을 걱정한 아내였다. 김재희는 "얼마나 우릴 사랑했는지 생각이 들더라, 내가 해줄 건 '잘가'란 말 밖에 없어, 금방 갈거니 조금 기다리라고 하며 보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딸을 위해 집밥을 완성한 김재희. 딸도 충격으로 말수가 확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딸을 스터디 카페로 보낸 후 집안일을 마저 정리했다.
그 사이 누군가 찾아왔다. 바로 첫째 형이었다. 둘째 故김재기가 떠나고 막내 김재희를 걱정한 형이었다. 부활 3집앨범 녹음 중 교통사고로 요절한 둘째 형 김재기. 비운의 천재보컬로 남은 거였다. 첫째 형은 "우리 둘다 패닉이었다 , 아내에 대한 슬픔에 빠지지말고 마음을 잘 다독여라"며 위로했다.
다음날 아내의 사망신고를 하기위해 나선 모습. 김재희는 "아내 이름으로 된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나왔다 이제 세상과 이별하는 느낌"이라며 아내의 휴대전화 번호도 삭제했다.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것. 그는 휴대폰에 남은 아내 사진만 바라보며 고개를 떨궜다. 김재희는 "죽기 일주일 전 눈빛이 초롱초롱해, 또 이겨낼 거라 생각했는데"라며 "지금도 먼 곳에 있는 느낌, 근데 이제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김재희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했다. 매일 아내가 살아있을 때 옆에서 방송하는 모습을 늘 지켜봤다며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서 팬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많이 맞이했다"며 "힘들어 우울증, 공황장애도 빠졌는데 저에겐 사랑하는 딸이 있어, 딸을 위해서라도 두 주먹 불끈 쥐고 힘낼 것"이라며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일어나야한 상황을 전했다.
한 팬은 이별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묻자 그는 "꼭 이겨내야하나, 때로는 질 때도 있지만 세월이 흐르더라, 흘러가는 대로 마음이 아프면 아픈대로 그냥 살아가는게 가장 현명한 것"이라 전했다.그러면서 그는 "오늘을 살면 내일을 살 듯 내일을 살면 또 모레를 살 것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진 것, 그렇게 넘어갔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김재희는 "아내가 아이는 아이여서, 나는 사회생활 많이 안 해 철없다고 둘이 여기에 놓고가면 어떻게 살지 걱정하더라, 그런 소리 들었을 때 강하고 단단하게 마음 먹고 아이를 보란 듯 키워겠다 싶었다"며 "먼 훗날 보란 듯이 잘 키웠다고 말하고 싶어 이젠 차돌처럼 (단단하게)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굳은 결심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딸이 수험생이라는 김재희는 딸이 신경쓰이지 않게 사소한 집안일도 꼼꼼하게 챙겼다. 아내의 빈자리까지 채워주려는 아빠 김재희였다.

이제 가수 김재희로 돌아온 김재희는. 가수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부활의 리더인 김태원을 만난 김재희. 서로의 건강부터 물었다. 김재희는 "간병하면서 체력이 떨어졌다"고 했고김태원은 "널 보면 위로가 떠오를 것, 이제 그걸 넘어서야해 슬프면 집에 혼자 있을 때 슬프면 돼, 억지로 밝은 척 하지마라, 우울증 걸릴 수 있다"며 "지금까지 음악 포기하지 않는 것 자체가 참 좋다"며 격려했다.
특히 두 사람은 김재희의 형 故김재기의 죽음으로 시작된 인연이라고 했다. 3집 앨범 녹음도중 교통사고로 떠난 형 김재기. 김태원은 "재기란 친구가 항상 내 마음 속에 있다"고 그리워하면서묻힐 뻔했던 '사랑할수록'이란 곡은 동생 김재희의 목소리로로 세상에 나왔다고 했다. 그렇게 김재희도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아픔이자 고통이었다고.
김재희는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각했을 것, 그렇게 팀을 떠났다, 스스로가 못 이기겠더라"며 3~4집 끝으로 부활을 탈퇴한 뒤 솔로활동 이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고 김재기 동생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는 김재희는 "부담, 죄책, 억울함이 다 있어 형의 이름을 알려도 형 덕 본 거라고 하더라"면서 "내가 어떻게 노력했는지 모르지 않나, 죽을 힘을 다해 일어나서 노래를 한 것"이라며 다짐했다.
김재희는 "이제 앞으로 설 무대는 많이 다를 것 같은 생각은 든다 황망한 것보다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마음으로 설 것"이라며 비로소 형의 그림자를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김태원은 그런 김재희에게 "앨범 내려고 곡을 쓰고 있다"며 병간호 하느라 2년간 가수활동을 중단했던 김재희를 위해 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재희도 미뤄둔 녹음을 시작할 것이라며 스튜디오로 향했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쓴 김재희는 "기적이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고, 아내가 살아있을 때 들려주고 싶었는데 늦었다"며 희귀 난치성 암을 투병했던 아내를 위해 썼던 곡을 꺼냈다. 1호팬이었던 아내를 위해 바치는 노래였다.
며칠 후 아침부터 짐을 싸는 김재희 모습이 그려졌다. 무대의상을 챙겨 향한 곳은 부산이었다. 형 고 김재기를 추모하는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완전히 새로 태어난 느낌, 열심히 또 해볼 것, 살아볼 것"이라며 다짐했다. 아내와 사별 후 첫번째 무대란 김재희는 떠난 아내를 위해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알고보니 부산은 아내의 고향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제 새로운 삶을 찾아, 음악인으로 삶을 살아가라는 아내의 속삭임을 듣고 있다"며 새 출발하는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날 저녁, 김재희는 홀로살고 있는 장인어른 집을 찾았다. 라면으로 끼니를 챙긴 모습을 보며 걱정, 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지 못한 장인을 위해 납골당 사진을 챙겼고 "아내가 힘이 없어도 아버지를 부르더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재희는 "(아내가 투병할 때 )소장, 대장이 없으니까 변도 장으로 빼고 그런 상황이라 먹을 수 없었다"며 "그래도 아버지를 보고 싶어했다"며 아픈 와중에도 홀로 계신 아버지를 걱정했던 아내를 떠올리며 눈물 흘렸다. 그러면서 김재희는 장인에게 손녀 딸인 딸에대해 "잘 키울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다행히 꽉 찬 객석에서 김재희가 무대 위에 올랐다. 김재희는 "2022년 8월 11일, 사랑하는 아내가 하늘의 별이 됐다"며 "대체 8월11일이 뭐길래, 사랑하는 형도 떠나고 아내도 떠나기묘한 운명인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무대에서 노래도 못할 뻔, 슬픔이 컸다 지금도 가슴에 큰 구명이 뚫려 있지만 오늘 이후로 새로운 삶을 살려고 다짐하고 용기내서 서게 됐다"며 운명같은 곡 '사랑할 수록'을 열창했고, 관객들도 힘찬 박수로 그의 복귀를 응원했다.
이후, 장례 후 처음으로 아내가 있는 봉안당을 찾았다. 김재희는 아내에게 늦게나마 선물을 전한다며, 직접 쓴 곡을 녹음해 들려줬다. 늦었지만 이제야 약속을 지킨 김재희.그는 "살아있을 때 노래 만든거 들려주려 했는데"라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김재희는 "미안해, 잘가"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간절한 마음을 하늘로 전한 그의 모습이 지켜보는 이들까지 먹먹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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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특종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