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서 보지 못했던 역대급 수위의 청불 영화가 나왔다.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 '늑대사냥'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늑대사냥'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서인국, 장동윤, 정소민, 박호산, 장영남, 김홍선 감독 등이 참석했다.
영화 '늑대사냥'(감독각본 김홍선, 제공배급 TCO㈜더콘텐츠온, 공동배급 CJ CGV㈜, 제작 ㈜콘텐츠지, 공동제작 ㈜영화사 채움)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하는 바다 위 거대한 움직이는 교도소 내에서 잔혹한 반란이 시작되고 지금껏 보지 못한 극한의 생존 게임이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 작품이다. '변신'(2019), '기술자들'(2014), '공모자들'(2012)을 통해 '강렬한 장르의 마스터'라 불리는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앞서 '늑대사냥'은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돼 레드카펫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황리에 마쳤다. 주요 상영관인 로얄 알렉산드라 극장 3층까지 총 1071석을 가득 채운 전 세계 관객들은 중간중간 탄성과 박수를 치면서 영화에 집중했다. 공식 상영이 종료된 후에는 기립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현재 '늑대사냥'은 이날 오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공조2'를 제치고 전체 예매율 1위에 등극했다. 토론토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성공리에 끝낸 가운데, 국내에서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홍선 감독은 "토론토 영화제에 가서 상영을 했는데, 뜨거운 성원을 느껴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우리 한국 배우분들과 우리 스태프들이 만든 영화를 다른 나라분들이 좋아하는 걸 보고 굉장히 기뻤다", 서인국은 "생애 처음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갔다 왔는데 재밌는 경험이었다. 영화를 틀어 놓고 축제같은 그런 경험이었다. 환호성도 지르고 박수도 치면서 얘기도 하는 등 영화를 보는 문화를 접했는데, 정말 아주 소중한 경험을 하고 왔다", 장동윤은 "최근 영화를 봤는데 고생해주신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기뻐하실 반응이 있어서 한명의 관객으로서 기뻤다", 정소민은 "토론토 영화제에서 분위기가 좋아 큰 힘을 얻고 왔다"며 토론토에 참석한 소감을 각각 밝혔다.
기획의도에 대해 김홍선 감독은 "전작이 끝나고 나서 날 것 같은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글을 썼다 지웠다 하다가 '2011년 필리핀-한국간 범죄자 집단 송환' 사건이 있었다. 이걸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범죄자를 데리고 오면 끝나는 건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면 단순 범죄 액션물이 아닌 '얼마나 다이내믹할까 싶더라"며 "사회면 기사를 봤는데 과거 1940년대 초반, 41~43년까지 중국에 있었던 731부대 인체 실험을 한 부대가 필리핀에도 있었다고 하더라. 실제 인체 실험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오는 배 안에 뭐가 있으면 어떨가 해서 두 가지를 섞어 '늑대사냥'이 나오게 됐다. 요즘 한국 콘텐츠, 예를들면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선배님들이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드셔서 외국분들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그 덕분에 '늑대사냥'도 토론토에 초청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서인국은 극 중 프론티어 타이탄호에서 탈출을 꿈꾸는 일급 살인 범죄자 종두(서인국 분)로 분해 열연했다. 데뷔 이후 3번째 스크린 주연작으로 필모 역사상 가장 강렬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서인국은 "아시다시피 그동안 작품을 보면 선한 역을 많이 했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나 어떤 역할 해보고 싶냐고 물어보시면 '약역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며 "그런 욕망이 있는 상태에서 '늑대사냥' 대본과 종두를 봤고, 도전해보고 싶은 그런 캐릭터였다. 운명처럼 이걸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장르나 역할이나 앞으로 있을 악역이나 선역 등 모든 게 도전이고 내가 쌓아 나가야 할 배우로서 다짐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의 중요한 지점에 있는 캐릭터가 종두이고 '늑대사냥'인 것 같다"고 밝혔다.
예비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관객분들이 첫 악역 종두 캐릭터를 보신다면, 타투도 하고, 눈도 약간 돌아있고, 치아도 누렇게 하고 주근깨도 많이 그렸다. 이런 캐릭터를 보면 깜작 놀라실 부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깜짝 놀라는 부분들이 좋은 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기도, 캐릭터도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며 "관객분들이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시지 않을가 싶다. 실제로 토론토에서도 날 되게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더라.(웃음) 종두 캐릭터를 좋아해주셔서 신기했다. 내 자랑 같기도 한데,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서인국은 영화에서 극한 액션을 펼쳤는데, "우리 현장에서는 '무조건 안전'이었다. 안전을 확보해도 배우들이 슛을 들어가면 이성을 잃는다. 흥분해 안전하게 리허설을 마쳐도 사소한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김홍선 감독은 무조건 안전하게 촬영하도록 안심시켰다. 촬영하는 중간마다 사랑받는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본적 없는 악역을 선보인 서인국은 "내가 연기한 종두가 악한 행위를 하는데, 보통 악행에는 욕망이 들어가 있다. 성공하기 위해 나쁜 행위를 한다든가 욕심으로 인한 그런 게 있다. 종두도 욕심은 있다. 배를 탈환해서 사람답게 살고 싶어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유고, 하나의 목적 안에서 불필요한 살인 행위가 많다. 그때 내가 느낀 점은 '이게 순수악이구나' 싶었다"며 "어떤 사람을 죽이고 확인사살 하는 모습을 보고, '종두는 사람을 죽이는 게 즐거움이구나' 죄책감이 없다고 느꼈다. 죽이는 행위가 컬렉션의 느낌이 컸었다. 그래서 '아 이건 순수악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구나' 했다. 이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에서 순수악을 표현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더라. 그래서 종두는 살면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운명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장동윤은 타이탄호 탈출을 꿈꾸는 종두와 달리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또 다른 범죄자 도일을 맡았다. 2020년 개봉한 '런 보이 런'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강렬한 액션을 보여준 장동윤도 "밀폐된 공간에서 액션을 하는데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 워낙 김홍선 감독이 안전에 있어서 철저하게 지키는 분이라 많은 도움이 됐다. 액션을 할 때 정확히 디렉팅을 전달했다. 액션을 할 때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임하도록 강조했다. 김홍선 감독을 믿고 수월하게 진행했다"며 큰 부상은 없었다고 했다.
장동윤은 영화에서 대사가 거의 없어서 힘들었다며, "처음 대본을 보고 대사가 없으면 편할 줄 알았는데 제일 어렵더라. 그 부분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한정적이었고 이건 정답이 감독님 밖에 없었다. 첫 촬영 전에 '감독님 안되겠다'라고 말씀드리고, 카페로 불러내서 2시간 동안 얘기하며 '도대체 도일이 뭐냐? 어떤 생각으로 이 행동을 하고 어떤 캐릭터냐?'고 질문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이 빈틈이 없으시다. 영화에 나오지 않는 부분도 다 만들어놓으셨다"며 "내 문이에 막힘이 없으니까 도움이 되더라. 그런데서 도움을 받고 신을 표현하는데 도움을 받아 표현했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또 박호산은 호송 현장 책임자 석우를, 정소민은 호송 담당 형사 다연을, 장영남은 해외 도피 수배자 명주를 각각 연기했다.
거친 남성들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강인함을 보여주는 정소민은 "'다연이라는 캐릭터가 이 세계관에서 잘 녹아들 수 있을까'가 가장 어려운 숙제이자 즐거운 작업이었다. 감독님이 사전 역사를 되게 많은 페이지로 쓰셔서 나한테 미리 주셨다. 그 부분을 잘 녹이는 게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성격적으로는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따뜻한 사람이다. 자기 중심을 잡고 있어서 끝까지 내가 맡은 임무를 어떻게 수행해 나가려고 하는 책임감을 가진 인물로 그려내고 싶었다"며 신경 쓴 부분을 언급했다.
'늑대사냥'은 장르적 클리셰를 많이 변형하면서 깨는 작품인데, 김홍선 감독은 "말씀하신 대로 최대한 안 봤던 장면, 안 봤던 이야기를 신선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내러티브에 맞춰서 어쩔 수 없이 그려내거나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클리셰를 파괴하면서 신선하게 보이면 좋겠다고 고민했다. 그래서 신선하다고 하시는 것 같다. 클리셰적인 면이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수많은 스태프가 고생해서 만들었다. 이번에는 특히 신선하고 감독이 원하는 연출적 한계를 제대로 펼치기 힘든 상황이 많았다"며 "그런데 운이 좋게도 투자사 분들, 따라와주는 배우들 등 정신적으로 다치지 않을 정도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만들었다. 이 영화가 관객분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다양한 장르, 다양한 영화들이 시도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서인국은 "늑대사냥 스태프, 배우분들 정성스럽게 만든 영화니까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욕심이 난다", 장동윤은 "관객으로서 신선한 작품이 나와서 기쁘더라. 영화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관객으로서 너무 기뻤다. 고생하신 분들이 많으니까 그만큼 사랑으로 보답을 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늑대사냥'은 청불 등급으로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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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