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래자랑!”
경기도 하남시 미사경정공원에 익숙한 외침이 울려퍼졌다. 어색했던 건 목소리가 故송해가 아니었다는 것 뿐, 4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노래자랑’이 새로운 MC와 함께 돛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무대에 선 건 연미복을 입은 개그우먼 김신영이었다. 故송해가 세상을 떠난 뒤 2대 MC이자 ‘전국노래자랑’ 첫 여성 MC로 선정된 김신영은 능숙하게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송해가 따뜻하고 푸근하게 무대를 장악하고 관객들과 호흡했다면, 김신영은 더 젊은 에너지와 패기, 풋풋함으로 무대를 물들였다.

시민, 시청자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전국노래자랑’ MC가 된 소감과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한 김신영은 곧바로 참가자들을 소개하며 진행을 시작했다. ‘담배가게 아가씨’에서 아가씨를 김신영으로 개사해 부르는 참가자의 무대에선 표정 연기와 제스처 등으로 호흡하며 무대 보는 맛을 높였고, 3인조를 구성해 찰떡 호흡을 보여준 참가자들과는 ‘Uptown Funk’로 즉석 호흡을 맞추며 웃음을 선사했다. 삼고무를 보여준 출연자와 인터뷰에서는 수준급 삼고무 실력을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냈다.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MC 데뷔를 축하하듯 맑은 날씨가 미사경정공원을 감쌌다. 비 예보가 있었던 건 거짓말이듯 맑게 갠 하늘 아래 3000여 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자리를 잡지 못해 서서 무대를 지켜보며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시민도 많았다.

특별한 손님들도 김신영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양희은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데뷔 52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른 양희은은 ‘참 좋다’를 부른 뒤 김신영과 ‘행복의 나라로’를 열창했다. 양희은은 엄마가 막내딸을 응원하듯 “욕심내지 말고 편안하게 하라”고 조언했고, 시민들에게 “커나갈 어린 싹이라고 보듬어 달라”고 당부했다.

어머니 같은 양희은에 이어, 소속사 대표이자 개그우먼 선배인 송은이가 특별 참가자로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올랐다. 올해 데뷔 30년차 개그우먼 송은이도 많은 무대에 서봤지만 ‘전국노래자랑’은 처음이었고, 그는 ‘정말로’를 부르며 ‘딩동댕’을 받았다. 송은이는 김신영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선희, 윤복희 모창을 아낌없이 풀어 놓으며 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배우 이계인도 ‘보릿고개’를 부르며 특별 참가자로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땡’이었다. 탈락한 이계인은 김신영과 ‘주몽’ 모팔모 성대모사로 대화를 나누며 막간 상황극으로 시민들에게 웃음을 줬다.

이어 나비가 마지막 특별 참가자로 무대를 장식했고, 가수 박서진, 박현빈, 브레이브걸스, 에일리의 특별 무대 등 다채로운 축하 공연이 펼쳐지며 약 2시간의 ‘전국노래자랑’ 하남시 편이 마무리됐다.

“일요일의 막내딸”이라고 소개하며 시민들과 만남을 마치고 시청자들과 첫 만남을 앞두고 있는 김신영. 단 2회 만에 36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을 이끈 송해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천천히 김신영의 색으로 물들일 ‘전국노래자랑’이 기대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