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과 성별이 같아서 그런지 몰라도 저희가 밥을 자주 먹었는데,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지닌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장유정 감독은 20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새 영화 ‘정직한 후보2’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가 만났지만 그런 부분(여성 영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진 않았다. 큰 뜻을 품고 목표치를 향했다기보다 하루하루 주어진 숙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런 게 자연스럽게 담긴 거 같다”며 속편을 내놓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어 장유정 감독은 “1편을 할 때도 (남녀)성별이라기보다 특화된 정치인들에 대해 해학적, 풍자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라고 작품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정직한 후보’의 속편인 새 영화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 제공배급 NEW, 공동제공 Library Pictures International, 제작 수필름 홍필름)는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은 전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과 그의 비서 박희철(김무열 분)이 ‘진실의 주둥이’를 쌍으로 얻게 되며 더 큰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드는 웃음 대폭발 코미디. 흥행에 성공한 덕분에 2년 만에 속편이 나와 관객들 앞에 서게 됐다.
장 감독은 “흑화된 행정가 주상숙이 좌중우돌하지만 본인의 과오를 반성하고 되돌리려고 노력한다. 주상숙이 갖고 있던 직위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포맷은 똑같이 가져가려고 했다”고 1편과의 공통분모를 설명했다.
반면 장 감독은 1편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 1명이었는데 지금은 주상숙과 박희철 2명이다. 둘 다 거짓말을 못 하다 보니 둘 다 액터이자, 리액터로 설정했다”며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게 있을 거 같았다. 보통 어떤 일에 대해 화가 나더라도 참는 게 있듯, 그런 부분에 대해 라미란과 김무열의 코믹 연기가 살았다”고 짚었다.

주상숙 역의 라미란은 “처음에 ‘정직한 후보1’을 할 때 잘 되면 속편을 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는 일단 1편이 잘돼야 2편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특히 당시 코로나 시작 속에 개봉했는데 그래도 잘해낸 거 같았다”며 “그래서 2편도 제가 해야지 싶었다. 저만큼 잘할 사람은 없을 거 같았다.(웃음) 만약에 제가 주상숙 역을 안 한다면 제목을 바꾸거나, 주인공 이름을 바꿔야지 않을까 싶었다.(웃음) 어찌됐든 제가 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었다”고 속편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라미란은 “잘하고 싶고,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배우의 욕망에 의미를 두고 일을 한다기보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작품을 하는 게 좋았다. 의미는 보시는 분들이 찾아주시는 거다. 제가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처음 받아봤지만, (‘코믹영화로 첫 수상’)그런 의미는 만들어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작품에 임할 때 ‘이게 코믹이라서 안 될 거 같다’는 등 어떤 이유 때문에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생각은 안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라미란은 “내가 하는 작업, 내가 맡은 인물에 충실해서 표현하는 것이지 어떤 의미를 생각하거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라미란은 41회 청룡영화상에서 ‘정직한 후보’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에 “상에도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다. 더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 것은 상을 받고 싶다는 의미보다, 제가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많이 하는 기회를 갖자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려면 관객들이 저를 예쁘게 봐주셔야 하고, 제가 호감 있게 다가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라미란과 함께 속편에 합류한 김무열은 “저희 멤버들, 새로운 멤버들과 하면서 편안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니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 거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무열은 “제가 ‘정직한 후보1’을 했던 이유가 라미란 선배님과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고 재회해서 기쁘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김무열은 “저와 윤경호 형이 애드리브를 정말 많이 시도했는데 그렇게 많이 반영된 거 같지 않다.(웃음) 고민하며 함께 많이 시도했는데 많은 것들이 완성본에 들어간 거 같지 않다”고 토로해 웃음을 남겼다. 이에 주상숙의 남편 봉만식 역을 소화한 윤경호는 “1편보다 즐거웠지만 코미디가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 라미란 선배님과 훌륭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장유정 감독은 이들의 애드리브에 대해 “1편 때보다 배우들이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 캐릭터성에 맞을 수는 있는데 영화의 세계관과는 안 맞을 수 있었다”면서도 “근데 2편에서는 배우들의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에 (마음대로 표현할) 분위기를 열어줬다. 10개의 애드리브를 던졌다면 넣을 수 있는 게 3개 정도다. 하지만 배우들이 살아있는 대사를 넣었다는 게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라미란, 그와 함께 웃음 시너지를 낸 김무열과 윤경호의 연기 합이 한층 더 탄탄해졌다. 코미디 장르지만 정치와 사회 현실을 풍자한 내용도 고루 갖췄다.
한편 2편에는 서현우, 박진주, 윤두준이 출연해 신선함을 가미했다. 먼저 강원도청 건설교통과 국장 조태주 역의 서현우는 “오리지널 1편이 있는데 제가 속편에 합류한다는 것에 부담은 있었다. 그럴 때일수록 과장하지 않고 오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인물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고민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촬영장에 가니 원년 멤버들의 앙상블이 좋았다. 너무 질투가 날 만큼 좋아서 저도 빠른 시간 내 그 안에 흡수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속편에 합류한 소감을 전했다. 서현우는 “감독님과 많은 논의를 했고 호흡을 나누는 선후배님들과 과학적인 일을 꾸리듯 연구를 많이 했다. 그 작업 자체가 제게는 영광이었고 즐거웠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봉만식의 친동생 봉만순으로 합류한 박진주 역시 “선배님들과 한 스크린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잘살아온 거 같다”면서 “특히나 코미디 연기를 할 때 힘을 빼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웃음을 갖춘 코미디 영화로 대중성을 확인한 ‘정직한 후보’의 속편은 오는 28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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