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차가울 것 같은 가면 뒤에 귀엽기까지 한 허당기의 반전 매력이 있다. '빅마우스'로 존재감을 과시한 배우 옥자연이다.
옥자연은 지난 17일 종영한 MBC 드라마 '빅마우스'에서 현주희 역으로 열연했다. '빅마우스'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 박창호(이종석 분)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현주희는 극 중 최종 빌런 격의 악역 최도하(김주헌 분)의 아내였던 터. 옥자연은 현주희로 열연을 펼치며 호평받았다. 이에 20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옥자연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빅마우스'가 16회(마지막 회)로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3.7%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터. 작품의 흥행에 대해 옥자연은 "잘 될 것 같았다"라고 단언했다. 타이틀 롤인 박창호 역의 이종석은 물론 그의 아내인 여자 주인공 고미호 역의 임윤아까지 모두 믿고 있었다고. 그는 극 중 빌런으로 함께 호흡한 최도하 역의 김주헌이나, 공지훈 역의 양경원에 대해서도 "정말 감탄하면서 봤다"라며 눈을 빛냈다.
그런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옥자연이 각광받은 이유는 뭘까. 옥자연은 스스로에 대해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처음엔 그 말 뜻을 잘 몰랐다. 그런데 여러 작품을 하면서 '다 다르게 보인다'는 말이 기뻤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가진 얼굴이 중성적인 얼굴이라고 생각하는데 시대에 따라 받아들여져서 다행인 바도 있는 것 같다. 나름 신선한 마스크 같다. 연기는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자평했다.

옥자연은 '빅마우스'의 현주희에 대해 "겁 많은 면에 끌렸다"라고 밝혔다. "카리스마보다 특권층으로 모든 걸 갖고 태어났는데 외롭고, 가진 게 너무 많아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던 면이 있다"는 것. 그는 "이 친구가 다 버리고 뭔가를 폭로하거나 신념을 선택할 수 없지 않겠나. 어려운 문제인데 그걸 향해서 계속 나아가는 과정이 아주 멋지지 않아서 또 좋았다. 겁도 내고, 마음 먹었다가도 다시 접고, 그런 면들이 인간적으로 다가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옥자연의 현주희는 '빅마우스' 시청자들에게 인간적인 면모로 공감대를 자극했다. 선과 악의 균형을 넘나드는 모습이 현실적이라는 평도 있었다. 이와 관련 옥자연은 "현주희는 태어나니까 재벌 3세, 악의 온상 위에 아늑한 곳에 태어나 버린 건데 계속 외면하려던 걸 최도하가 너무 악독한 선택을 해서 '이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먹은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최도하가 도와준 셈인데 그렇다고 용기 있거나 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실 저는 현주희의 선택이 더 빠를 줄 알았다. 그러지 않아서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답답해할 거라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같이 응원을 해주시더라. 그래서 현주희가 드디어 부정을 폭로하기로 했을 때 기뻐하시더라. 그게 워낙 박창호 측을 응원해야 하니까 그 쪽에 이롭게 흘러가서 기쁜 것도 있지만 현주희가 드디어 마음을 먹었다는 것에 기뻐해주는 사람도 있더라. 그 지점은 저도 감동 받았다. 정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 그 모습이 어느 정도 공감을 받았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주희의 변화를 연기하는 과정에 상대 배우인 김주헌의 도움도 컸단다. 옥자연은 "대본 만으로 최도하를 한 씬 안에서 용서하기가 너무 힘들더라. 말이 안됐다. 그런데 김주헌 오빠랑 친하니까 계속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해야 설득이 될 수 있는지 물어줬고, 자기 역사에 대한 변명 말고 현주희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 해서 대사가 더 생겼다. 그걸 연기하는 김주헌 오빠를 봤을 때 제 손이 저절로 다가갔다. 사랑했던 사람이 얘기하니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걸 발견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주희의 마약 사건은 옥자연에게 도전이기도 했다. 마약 사건 이후 현주희의 외모까지 극단적으로 변화한 터. 옥자연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라고 했는데 감독님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더라. 찍으면서도 자신이 없었는데 막상 TV로 보니 달랐다"라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더불어 그는 최도하가 최후를 맞는 '빅마우스'의 결말에 대해 "현주희로서 최도하의 죽음은 통쾌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엄청나게 사랑했던 사람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변명 한번 못 들어서 그렇다. '날 사랑하기는 했니?'라고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질문도 못했고, 사과도 못 들었다. 그렇다고 박창호가 선한 인물도 아니지 않나. 2대 빅마우스인 데다가 '좋은 빅마우스'는 말이 안 된다. 현주희로서는 비극적인 결말"이라고 평했다.
'빅마우스'의 정체에 대해서 옥자연은 "대본이 나올 때까지 몰랐다. 처음에 8부까지 대본을 받고 시작했는데도 한참을 몰랐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다른 배우들도 다들 몰랐다고 하더라"라며 "정체를 알고 '똑똑한 선택이다'라고 생각했다. 가장 의심 안 가는 인물로 설정한 게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한 장면을 위해 프리다이빙까지 직접 배운 옥자연이지만 정작 그는 "원래 배우는 걸 좋아한다. '마인' 할 때 승마 배운 것도 좋았다. 다음엔 피아니스트 역할을 해보고 싶다"라고 웃으면서도, "몸 쓰는 건 못한다. 진짜 못하는데 감이 없다. 조금씩 하면서 버티는 식이다"라고 밝혔다.
배우로 활동하며 알아보는 시선들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류승수 선배님이 '아무도 날 못 알아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이어 "익숙해지고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내가 누군가의 부러움의 대상이고 싶지 않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무엇보다 옥자연은 이처럼 내성적인 성향에도 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연기가 좋으니까"라고 단언했다. 그는 "처음에 연기를 할 때 '왜 다 배우가 되지 않지?'라고 생각했다. 마치 소고기 좋아하는 사람이 안 좋아하는 사람 이해를 못 하는 것처럼. 그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다. 지금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당연히 있는데 내 일읠 모든 부분을 사랑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연기가 좋은 게 너무 강하다"라고 강조했다.
'빅마우스'를 마치고 이미 tvN 토일드라마 '슈룹'을 촬영 중인 옥자연은 이번에도 배우 김혜수, 김해숙 등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춘다 옥자연은 "현장 너무 좋다. 다들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라고 눈을 빛내며 기대를 당부했다. 조우진처럼 악역과 선역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얼굴, 배우 이영애의 도전이었던 '구경이'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옥자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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