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보며 문득 든 생각, ‘이거 베트남전 같구나!’
원령가는 남베트남 정부, 정란회는 미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조약기구(SEATO)의 참전국, 최희재(김명수 분)·최도일(위하준 분)은 베트콩, 혹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NLF), 오인주(김고은 분) 자매는 북베트남. 그리고 푸른 난초의 저주는 네이팜탄이나 고엽제의 악몽을 연상시켰다.
그러고 보면 오인주가 본격 가세하는 진화영 자살, 혹은 피살사건은 미국과 북베트남의 전면전을 부추긴 통킹만 사건쯤 되지 않을까.
오인주·오인경(남지현 분)·오인혜(박지후 분) 자매는 세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가며 제 앞가림에 바쁘다. 2차대전 발발직후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겨우 프랑스 식민지배를 끝냈더니 일본군이 몰려오고, 종전과 더불어 일본이 물러나니 다시 프랑스가 몰려와 또다시 9년 전쟁을 치른 베트남민주공화국처럼 다사다난했다.
우리나라 38선 그어졌듯 제네바협정을 통해 북위 17도선으로 남북으로 분단된 처지에 한국전쟁 발발전 우리가 그랬듯 교류는 이어졌을 것이고 오인혜는 친구 박효린(전채은 분)을 따라 원령가를 드나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정란회의 배신자' 최희재는 암암리에 원령가를 비롯한 정란회를 혁파하기 위한 거사를 준비중이었고 아들 최도일은 원령가에 위장투신해 스모킹 건을 마련하고 있었다. 마치 게릴라 군사조직인 베트콩(Viet Cong)처럼.
그러던 와중에 오인주의 멘토였던 진화영이 죽는다. 자살로 종결됐지만 그 죽음을 오인주는 이해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차에 진화영이 오인주에게 남긴 20억 원이 빌미가 되어 원령가 해결사 고수임(박보경 분)에게 폭행도 당한다.
1964년 8월 베트남 근해 통킹만에서 북베트남 어뢰정 3척과 미국 구축함 USS매독스함 사이에 교전이 있었다. 이 교전으로 북베트남군은 어뢰정 3척 손상, 사망자 4명·부상자 6명이 발생했고 미 해군은 인명손실없이 배와 헬기 1대씩의 경미한 손상만 입었다. 미국정부는 당시 2차에 걸쳐 북베트남의 공격이 있었다며 북베트남의 군사시설을 보복 폭격, 전면전에 돌입한다.
하지만 1972년 미국 언론은 ‘국방성비밀문서’를 인용, 이른바 ‘통킹만사건’은 NSA의 중간간부들이 감청내용을 왜곡했으며 이 허위보고에 기초해 정책결정자들이 폭격결정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9화까지 진행된 드라마상 진화영의 죽음은 원상아(엄지원 분)의 장난질로 드러났다. 아울러 오인경이 믿었던 방송국 선배 조완규(조승연 분)마저 정란회 멤버임이 밝혀짐에 따라 오씨자매와 최씨부자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한편 미국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 사용한 네이팜탄은 알루미늄을 섞어 꺼지지 않는 불로 악명을 떨쳤고 고엽제는 유전자변이를 일으켜 2세, 3세를 이어가도록 심각한 유전병을 남겼다. 드라마상 죽음에로의 초대장이 된 ‘베트남의 유령’이란 푸른 난초의 저주처럼.
어쨌거나 이제 전선은 명확해졌고 전쟁은 시작됐다. 박재상(엄기준 분)은 오인주에 이어 오인경의 살해 명령을 내렸고 오인경은 확실한 스모킹건 원상우(이민우 분)를 구출, 확보했다.
돈과 권력과 폭력의 무차별적 물량공세에 더해 원상아의 또다른 장난질로 오인혜마저 닫힌 방에 감금된 상황. 절대 열세의 전황을 뒤집을 카드는 무엇이 될까?
결국은 여론전이 될 모양새다. 미국의 반전여론이 존슨을 낙마시키고 닉슨 독트린을 끌어내 철군을 결정지었다. 정란회도 여론에 밀려 원령가에서 손을 떼고 남베트남이 패망하듯 박재상· 원상아의 원령가도 몰락할 테지만 과연 정란회마저 뿌리가 뽑혀질 지는 아직 의문부호가 남는다.
대미를 앞두고 있는 ‘작은 아씨들’, 클라이막스를 향한 질주가 숨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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