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와 연기자 조정석까지 당했다. 익명 보도의 탈을 쓴 이니셜 놀이의 희생양, 어디까지 이어져야 그만 할 수 있을까.
6일 비의 소속사 레인컴퍼니와 조정석의 소속사 잼엔터테인먼트가 나란히 공식 SNS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근 각사 아티스트를 둘러싼 '불륜설'은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터무니없는 악성 루머이며, 이를 무분별하게 재확산하는 이들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다.
논란의 시작은 앞서 한 잡지사의 가십이었다. 유부남 톱스타 2인이 미모의 어린 프로골퍼들과 불륜을 즐기고 있다는 것. 이에 따르면 연기, 노래, 춤에 모두 능한 톱스타 A 씨는 프로골퍼 B양과 불륜을 넘어 동거 수준으로 열애를 이어가고 있으며 아내 C 씨도 이를 알고 B양을 찾아가기까지 했다. 또 다른 톱 배우 D 씨도 역시 프로골퍼 E양과 불륜을 즐기고 있다고.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등장인물만 한 손을 훌쩍 넘긴 이 복잡한 가십거리에 많은 이들이 매혹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모바일 메신저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된 가십 안에 등장인물들이 누구인지 네티즌들이 달려들어 '네티즌 수사'를 가장한 '이니셜 놀이'를 이어갔다.

심지어 연기, 노래, 춤 모두 잘하는 유부남 톱스타도 얼마 없는 터. 가수 겸 배우 비와 뮤지컬 스타이기도 한 연기자 조정석이 루머의 주인공으로 지목됐다. 더욱이 비의 아내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 배우 김태희, 조정석의 아내는 불세출의 보컬리스트인 가수 거미다. 이들을 둘러싼 악성 루머와 추문이 빠르게 온라인과 모바일을 휘저었다.
그러나 비와 김태희는 슬하에 두 딸, 거미와 조정석 또한 딸 1명을 둔 부모인 터. 가족까지 건드리는 불륜설 루머는 아티스트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이에 대응 가치를 못 느끼던 비와 조정석의 소속사 모두 입장문을 내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기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이니셜 놀이의 희생양은 비단 비와 조정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최근만 하더라도 배우 이상보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오보에 이니셜로 거론됐다가 추후 정체가 특정돼 곤혹을 치렀다. 결과적으로 이상보는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검찰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가 마무리 되기까지 '마약 혐의'라는 수식어가 그를 쫓아다녀 안 그래도 우울증 약을 먹어야만 하는 그를 괴롭게 했다. 심지어 이상보의 정체가 특정되기 전에는 배우 박해진, 이무생 등이 최초 이니셜 보도에서 데뷔 연도가 같다는 이유 만으로 보도의 주인공으로 잘못 지목돼 아니라는 해명글을 내야만 했다.

말도 안 되는 혐의나 루머에 이니셜 당사자로 지목될 경우 빠르게 입장을 내는 게 간편하지 않냐는 의견은 적어도 한국 연예계에선 안일한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한 명의 연예인이 루머를 해명하더라도 'ㅇㅇ 혐의', 'ㅇㅇ설' 같은 부정적인 키워드가 따라오는 것 자체가 치명적이다. 정확한 결과 보다 이미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 그로 인해 캐스팅 논의를 하다가도 거절 통보를 받기도 한다. 최대한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관행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며 억울해 했다.
또 다른 방송 홍보 관계자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익명 보도 당사자나 '지라시'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게 제일 최악이다. 루머가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힘들고,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손발이 묶이는 느낌이다. 아니라고 말해도 다 믿어주지도 않는다. 어쨌든 최대한 루머나 이니셜에 거론되지 않는 게 상책인데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결국 말도 안 되는 소문의 피해자로만 남는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피의 사실을 공표할 수 없고, 취재원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익명 보도가 허용되는 상황. 그러나 이처럼 선의로 시작된 보도의 익명성이 일부 네티즌에겐 '이니셜 놀이'로 전락한 모양새다. '네티즌 수사대'라는 허울 좋은 핑계 아래 온갖 스타들이 안주거리로 전락했다.
그러나 출처도 불분명한, 이니셜 상대를 둘러싼 추측성 '지라시'보다 분명한 것은 이 순간도 씹고 뜯어지는 연예인의 이름 석자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는 것. 그들 모두 어딘가에서 실제 가정과 생명을 가진 인격체다. 결국 부정확한 정보와 불필요한 관심 모두 '가짜 뉴스'의 좋은 먹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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