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영화제(BIFF)는 신인 배우는 물론 신인 감독들이 데뷔하기 좋은 무대다. BIFF에서 자신의 첫 영화를 소개하고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에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는다면, 향후 영화감독으로서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칠 현장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뉴 커런츠상은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전통이 깊은 BIFF 뉴 커런츠상은 경쟁 부문으로, 후보로 선정된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들 가운데 총 2편을 선정해 각각 3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뉴 커런츠상은 아시아의 재능있는 신인 감독 발굴 및 격려의 의미를 갖는다.
올해는 유니프랑스 회장 세르주 투비아나가 심사위원장으로 발탁됐다. 구성원도 고르게 배정됐는데 프랑스 남성감독 알랭 기로디, 인도네시아 여성감독 카밀라 안디니, 일본 남배우 카세 료,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가 심사위원단을 꾸렸다.
5인의 뉴 커런츠 심사위원단은 지난 6일 오후 부산 우동 KNN타워 KNN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의 시상 기준을 밝혔다.

먼저 심사위원장 세르주 투비아나는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 다른 심사위원들과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가 같이 첫 영화를 보겠지만 보고 나서 감정, 생각, 느낌 등 공통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르주 투비아나는 “저는 호기심 때문에 심사위원직을 하기로 했다. 제가 유럽인이라 아시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굉장히 알고 싶어서 와봤다”고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 5명은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한 자취를 남겨왔다. 감독님, 프로듀서, 배우가 계시지만 각자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올해는 10편 중 2편을 각각 좋다고 생각할 텐데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은 우리가 평소 갖고 있던 관점이나 생각을 흔들고 변화시키는 영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르주 투비아나는 그러면서 “영화가 주는 진실과 감정 등 기존의 생각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볼 거다. 제가 느낀 모든 감정을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영화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자신의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알랭 기로디 감독은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의 전반적인 것에 대해 말씀을 드리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과연 영화를 경쟁에 붙이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알랭 기로디는 “뉴 커런츠상은 젊은 감독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지만, (뽑히지 않은) 감독들에게는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 작업이 옳은지 고심했다”며 “저는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늘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야망이 넘치는 걸 좋아해서 그런 영화를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로디 감독은 “제가 혼자 골랐다면 안 봤을 영화도 있는데, 향후 수상작으로 선정될 작품을 보면 내가 그동안 알지 못 했던 작품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카세 료는 “영화제라는 장이 경쟁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교류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는데 평소라면 제가 안 봤을 영화를 많이 보게 될 거 같다”며 “이번에 작품들을 접하면서 그것들을 서포트 할 기회가 된 거 같다”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신선한 영화를 발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진 제작사 집 대표는 “부국제에서 저를 심사위원으로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 올해 2편은 한국영화이고 8편은 외국에서 왔더라. 국적과 선입견을 떠나서 영화를 보려고 한다”라고 자신만의 기준을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제가 ‘브로커’라는 영화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만들 때, 영화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온 영화들을 볼 때 선입견 없이 보려고 한다”며 “뉴 커런츠 섹션은 감독님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으로 아는데 첫 만남은 언제나 설레지 않나. 재능 있는 감독님들의 작품을 심사위원이 아닌 관객으로서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특히 세르주 투비아나 심사위원장은 ‘다양성’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저는 순수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고 한다. 10편의 선정작을 관람하는 건, 그 영화의 창문을 여는 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10편의 영화가 각각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언어, 사회, 문화, 역사 등 모든 게 잊힌다”고 관객의 입장에서 보고 평가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알랭 기로디 감독은 “감독들은 항상 새로움을 기대한다.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그들만의 시선과 비전을 보고 싶은 거다. 저는 유럽사람으로서 아시아인의 색다름을 기대하고 있다. 저는 박찬욱 감독의 훌륭한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영화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 놀랍다. 이야기의 서사적 측면이 미스터리하고 수수께끼 같다. 이번에도 저는 그런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유진 대표는 “저도 영화를 여러 편 만들어왔지만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 가장 의지되고 중요한 것은 훌륭한 감독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재능있는 감독이 좋다. 그들과 함께 할 때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뉴 커런츠 부문을 통해 재능있는 감독들을 만날 수 있을 거 같다”고 기대하며 웃었다.
올해 후보작은 ‘괴인’(감독 이정홍), ‘지옥만세’(감독 임오정)등 10편이다. 최종 선정작 2편은 폐막식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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