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스틸 헝그리', 여전히 배고프죠". 배우 서하준이 '비밀의 집'을 마치며 사생활 유출 피해를 딛고 꾸준히 작품에 매진하는 삶의 원동력을 밝혔다.
서하준은 지난 10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비밀의 집'(극본 원영옥, 연출 이민수·김진형)에서 주인공 우지환 역으로 열연했다. '비밀의 집'은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쫓는 흙 수저 변호사가 세상과 맞서 싸우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비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치밀한 복수극이다. 124회(마지막 회)까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극적인 전개로 마니아 층의 사랑을 받았다. 이에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서하준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을 마치며 서하준은 "아쉬움이 제일 크다. 항상 일일드라마 뿐만 아니라 연극을 하더라도 끝나면 너무 아쉽다. 한 순간에 남이 되는 건 아니지만 맨날 동고동락 하던 사람들을 갑자기 못 보게 되니까 짧다면 공연 같은 경우 3개월 일일극은 8개월을 하면서 루틴들이 한 순간에 뒤빠뀌는 거다. 그 아쉬움이 제일 크다. 배우들과의 아쉬움, 스태프들과의 아쉬움이 제일 크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에는 제가 받은 게 너무 많았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메라 팀 스태프들이 저를 보고싶다고 해줬다. 스태프들이 다시 찾아주는 게 너무 고마워서 다시 만났는데 저를 위해 깜짝 케이크까지 만들어줬다. 케이크에 얼굴까지 넣고 문구도 넣어서. 이번에 매체 데뷔하고 처음으로 큰 자긍심이 됐다.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아직까지도 여운이 계속 남아 있어서 한편으로는 마음 아프기도 하다. 이제 못 본다는 게"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고 시청률 8.4%(117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선방한 드라마에 대해 서하준은 "많이 도와주셨다. 이승연, 선생님 장항선 선생님이 옆에 계셨으니 됐다. 저도 선생님들한테 많이 기댔다. 매 작품마다 도움되는 배우가 돼야지 마음을 먹는 데도 불구하고 꼭 보면 제가 많이 기대더라. 언제부턴가 기대있고 그렇게 되더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악역 함숙진 역으로 대치한 이승연에 대해 "토론의 생각이 되게 잘 맞았다. 서로를 위한다는 마음이 내면에 깔려 있으니까 '이 씬에는 선배님 쪽으로 몰고 싶다'고 하고 '이 씬에서는 네가 살아야 해'라고 배려했다. 그게 합인데 이런 걸 그리워 했다. 선배님이랑 서로의 감정을 분출하는 씬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의 합이 정말 잘 맞았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서하준은 "여러번의 녹취 기록을 소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어려웠다. 일일극에 사건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어머니를 잃어버린 게 제 가족의 사건이라면 거기에서 뿌리를 내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도 컸다"라며 "중간에 선배님들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게 32~34회 즈음부터 '흑화'를 해야 했다. 그때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 이승연, 장항선 선배님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해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2013년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로 카메라에 데뷔한 서하준. 그는 2019년 '맛 좀 보실래요'부터 '불새 2020' 그리고 '비밀의 집'까지 연달아 세 작품을 일일연속극에 임하며 장편 강행군을 달리고 있다. "제일 힘들었던 건 데뷔작 '오로라 공주'였다"라고 밝힌 그는 "말 그대로 '스틸 헝그리(still hungry)'다. 여전히 배고프고 계속해서 해보고 싶다. 일일극을 그만하고 싶은 건 아닌데 다른 시스템을 해보고 싶긴 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약간의 딜레마가 온 적이 있었다. 캐릭터가 너무 잘 만들어져서 정직하고 올바른 청년이라 대사를 할 때 주머니에 손도 못 넣겠고, 책상에 걸터앉아 얘기도 못하겠고, 편하게 얘기하며 손 모양, 눈도 깜빡이는 것도 못하겠더라. 지환의 모든 대사가 무거웠다. 감정이 깨질까봐 뭘 못하겠더라. 그렇다고 버릴 대사도 없었다. 배우로서 경직된 것 같아서 보여주는 게 없는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들어서 딜레마가 살짝 온 적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다른 현장을 체험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맛 좀 보실래요'에 앞서 사생활 동영상이 유출되며 뜻하지 않은 공백기를 가졌던 터. 이에 그는 "극복할 수 있던 원동력은 아무래도 가족이다. 그리고 팬들과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 그런 분들 때문에라도 제가 무너지면 그 분들을 책임지지 못하는 거다 보니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빨리 보답할 시간이 알차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이라는 서하준은 "어머니랑 여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다. 결혼 생각도 많이 없다. 이제는 결혼 생각 없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아직은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 아직은. 제가 책임질 수 있을 때가 됐을 때 그때 하자는 주의"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전까지 사생활 동영상이 유출되는 피해를 주로 여성 연예인들이 겪었던 것과 관련해 "사람의 고통에는 남여가 따로 없는 것 같다. 힘들고 아픈 건 사람이 다 똑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끝으로 서하준은 '비밀의 집'을 마치며 "모성애를 한번 더 짙게 생각해준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는 "다른 감정은 전에도 고민한 공통분모들이 있었는데 한번은 남태형(정헌 분)과 함숙진과 제가 함께 나오는 씬에서 제가 좀 다르게 해석을 한 게 있었다. 남태형이 저한테 술주정을 부리고 함숙진이 그걸 막고 침대에 눕고 재우고 저는 그걸 분노의 표정으로 바라보는 씬이 있었는데 리허설 때 저는 그게 분노가 안 들고 부럽더라. 잘못된 모성이긴 하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자신의 편이 돼주는 엄마가 있다는 게. 그때 지환이 엄마를 잃고 찾는 시간이었다. 다른 부분에서 모성애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한편으로 이해가 안 가진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정답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할 계기가 된 작품이고. 그런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여운이 짙게 남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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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블레스 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