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리멤버’의 이성민과 남주혁이 흥행에 성공한 ‘검사외전’의 황정민과 강동원의 브로맨스를 잇는다. 전작은 두 남자가 손잡고 누명을 벗으려는 스토리를 유쾌하게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노인의 복수를 돕는 청년과의 케미스트리를 묵직하게 전한다.
12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리멤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각색 및 연출을 맡은 이일형 감독과 이성민, 남주혁 등 배우들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리멤버’(감독 이일형,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영화사 월광)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 분)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남주혁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검사외전’(2016)으로 9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이일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상업작. ‘보안관’(감독 김형주·2017), ‘돈’(감독 박누리·2019) 등의 영화와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극본 권성휘, 연출 윤종빈)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해 온 영화사 월광이 제작했다.
이날 이일형 감독은 “영화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장치를 쓰는 데 집중했다. 특히 속도감, 액션, 복수에 대한 이야기에 고민을 많이 하면서 연출했다”며 “영화 속 메시지는 현재에 남아있는 친일 잔재 청산을 넘어 과연 옳고 그름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이일형 감독은 그러면서도 ‘친일파 청산’을 주요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지금 당장, 지금 이 시대에 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맥락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오면서 한 번쯤 생각해본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교과서를 보며 생각해 온 이야기라 한번쯤 영화로 해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접근했다”라며 “(친일의 잔재를)반드시 처단해야 한다는 맥락보다 과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필주라는 캐릭터와 장르적인 외형을 통해 자연스럽게 따라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출을 했다. 복수극 안에서 친일에 대한 분쟁, 현재에 남아있는 친일의 잔재를 넘어 옳고 그름을 어떻게 봐야하는 것인가를 고민하며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멤버’는 캐나다-독일 합작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감독 아톰 에고이안·2020)를 원작으로 삼고, 한국의 역사와 사회문화를 담아 리메이크했다.
이에 이 감독은 “원작은 유대인이 자기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 독일군 장교를 쫓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가 좋았던 부분은 현 시대에서 얘기한 거다. 보통은 과거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영화는 현재를 사는 할아버지가 과거를 쫓으면서 복수를 꿈꾸고 아픔을 해소하는 이야기였다”고 비교했다.


이어 이일형 감독은 원작과의 차별점에 대해 “원작은 로드무비라서 방향이 하나인데 우리는 인규 캐릭터를 통해 시선을 추가했다. 여기에 영화의 장르적인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을 더했다.
‘리멤버’가 버디무비 및 로드무비의 공식을 따르는 만큼 이성민과 남주혁의 호흡이 극 전체를 꽉 채운다. 필주 역의 이성민은 “촬영한 지 시간이 오래 지나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났는데 오늘 보니 떠올랐다. 남주혁과 찰떡같은 호흡으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맡은 역할은 고생을 많이 하는 인물이라 괜찮은데 오늘 영화를 보니 남주혁도 고생을 많이 했더라”고 칭찬했다. 이에 20대 청년 인규 역의 남주혁은 “촬영할 때는 긴장했는데 선배님이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즐거웠다. 저 스스로도 촬영장에 가는 날이 행복했다”고 이성민의 칭찬에 화답했다.
강렬한 빨간색의 슈퍼카 포르쉐가 ‘리멤버’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 이에 이일형 감독은 “주인공이 80대 할아버지이고 모든 동작과 상황이 느리지만 마지막으로 그가 결심한 복수의 감정은 빠르다고 생각했다”며 “빨간색 슈퍼카에 태워 복수의 감정을 관객들이 빠르게 따라가며, 주인공의 심리를 다급하게 쫓아갈 수 있을 거 같았다. 또한 생애 마지막으로 한번쯤 이런 슈퍼카를 타보고 싶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리멤버’의 러닝타임은 128분. 15세 이상 관람가. 10월 26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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