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이 오랜만에 나온 예능 프로그램마저 뒤집어놨다. 진솔한 대화와 유쾌한 입담까지. 예능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간지’ 소지섭이다.
소지섭은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64화에 나와 가방이 안 흘러내리는 태평양 어깨를 자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수영을 했던 선수 출신. 소지섭은 “고3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면 대학이 확정됐다. 3등을 해서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3개월 자유시간이 남았다. 당시 유명한 연기학원을 다니던 친구가 있었는데 청바지 모델 오디션을 같이 봤다. 원빈, 송승헌과 최종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형적인 미남형이 아니었던 터라 그가 배우가 되는 걸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소지섭은 “제가 데뷔했을 때 인기 많았던 형님들은 장동건, 한재석, 송승헌이다. 다 쌍꺼풀 짙고 잘생긴 얼굴들 아니냐. 저는 쌍꺼풀 없고 눈이 작으니까 배우 하지 말라는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2004년 운명과 같은 작품 ‘발리에서 생긴 일’과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만난 소지섭. 신드롬 급 인기를 얻었지만 바로 입대해야 했고 전역 후에는 ‘영화는 영화다’로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다. 특히 2018년에는 ‘내 뒤에 테리우스’로 데뷔 23년 만에 연기대상을 거머쥐었고 멜로와 액션, 사극과 장르물을 가리지 않고 소화하는 배우가 됐다.

소지섭은 “군대 있을 땐 다른 배우들처럼 똑같이 했다. 성인이 된 후부터 가정을 책임져야 했으니. 갔다 와서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좋은 평을 받고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러고 연기에 대해 조금씨 자신감을 갖고 했다. 데뷔 초엔 많이 힘들었다. 내성적이라 적성에 맞는 것도 아니었다. 첫 번째 목적은 가장으로서 돈을 버는 거였다. 어떻게 먹고 살지? 내가 가장이 돼서 이끌어 가야 하니 스스로 더욱 채찍질 했다. 지금도 남아 있다. 예전보다는 가벼워지긴 했지만 책임감은 저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 소지섭”이라는 소개에 “조금 민망한데 발만 얹고 있는 정도다. 처음엔 사무실에 투자하다가 개인적으로도 하고 있다. 30편이 넘는다. ‘미드소마’, ‘마담프로스트의 정원’, ‘갈증’, ‘여름날 우리’, ‘5일의 마중’ 등에 투자했다. 비용도 많이 든다. 수익적으로는 거의 마이너스다. 수입은 또 다른 영화의 투자에 쓰인다. 그저 좋은 영화를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한다. 덕분에 좋은 영화 봤다는 얘기가 제일 좋다”며 미소 지었다.
예능 특화 배우인 소지섭에게 흑역사에 대한 토크는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2008년 힙합 앨범 처음 낸다고 했을 때 다들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팬들을 만나는 공간에서 계속 무언가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다른 분의 노래로 인사하려니 좀 그랬다. 내 노래였으면 좋겠다 싶었고 힙합을 좋아하니 그렇게 됐다. 앨범을 9번이나 냈으니까 제 발등 많이 찍었다. 투어 다니면서 한 시간은 토크하고 한 시간을 공연한다. 처음에는 팬들이 힘들어하다가 나중에는 좋아하는 척을 해주시는 것 같다. 10집 앨범은 계속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고민해 보겠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화제를 모았던 소간지 패션도 마찬가지. 소지섭은 “소간지라는 별명이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너무 좋고 사랑한다. 그 별명 때문에 초반에는 옷차림을 신경 썼다. 그래서 더 이상한 스타일이 많이 나왔다. 이상한 패션 사진 많이 있다. 마술사 패션 땐 비둘기 얘기가 제일 많았다. 손에 카드 합성도 많이 해주더라. 참고로 제 옷장에 있는 옷이다. 이날 메이크업도 안 했다. 그런 게 멋있다고 생각할 때라서. 잘못됐다”고 자책해 웃음을 안겼다.

압권은 홍진경과 소개팅 일화였다. 소지섭은 “정선희의 주선으로 홍진경과 소개팅을 했다던데”라는 말에 “언제가는 이 얘기를 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때 쇼 프로그램 MC를 정선희랑 같이 했을 때다.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이상형 대화를 나눴다. 누굴 만난다는 얘기도 없이 나갔는데 홍진경이 있더라.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전화번호 교환도 안 했다.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선을 그어 듣는 이들을 배꼽 빠지게 했다.
알고 보니 소지섭의 이상형은 올리비아 핫세였는데 정선희는 뽀빠이 여자 친구 올리브를 생각해서 홍진경을 소개해 준 거라고.즉석에서 통화하게 된 홍진경은 소지섭에게 “왜 선희 언니 전화 안 받냐. 선희 언니는 아무 잘못이 없다. 제가 조른 거다.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저 나온다는 얘기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일방적으로 제가 대화를 많이 했다. 많이 과묵하더라”고 말했고 소지섭 역시 당시를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역시 소지섭은 소간지 그 자체였다. 그는 “좋아하는 숫자는 51이다. 세상에 100% 완벽한 건 없다. 49%와 51%은 2% 차이지만 승패를 좌지우지한다. 항상 51%를 추구하려고 한다. 직업 만족도는 50.1%다. 더 채워나가고 싶다. 요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까”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데뷔 28년 차니까 새로운 거 없이 했던 연기를 계속 한 건 아닐까 고민이 되더라. 무엇보다 천천히 내려가고 싶다. 저로 인해서 같이 작품한 배우들이나 감독님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서 그렇다. 제 기운을 나눠드리고 다들 잘되는 걸 봤을 때 행복하다. 좋은 사람이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 좋은 기운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조금 더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 제가 잘해야죠”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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