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으면 가치 없다"…하정우, 최연소 '1억 배우'의 17년史[27회 BIFF 현장](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10.13 23: 41

 “제가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다. 지금껏 작업을 해올 수 있었던 것도 모든 감독님들의 공 덕분이다.”
배우 하정우(45)가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KNN타워 KNN시어터에서 열린 액터스하우스에서 “뚜렷해진 부분은 제가 살아있는 한 참신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조금 더 깊고 발전된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간절한 마음”이라고 배우로 살아오면서 느낀 소회에 대해 이같이 힘주어 말했다.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의 장편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처음 주연을 맡아 신인 남우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 하정우’가 진행됐다.  배우 하정우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2.10.13 / foto0307@osen.co.kr

이후 2008년 ‘추격자’와 ‘비스티 보이즈’가 관심을 모으면서 존재감을 알렸고 ‘멋진 하루’(2008), ‘국가대표’(2009), ‘황해’(2010),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베를린’(2013), ‘더 테러 라이브’(2013), ‘암살’(2015), ‘아가씨’(2016), ‘터널’(2016), ‘신과 함께-죄와 벌’(2017) ‘백두산’(2019) 등 매년 흥행작을 터뜨리며 최연소 1억 배우로 떠올랐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 하정우’가 진행됐다.  배우 하정우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2.10.13 / foto0307@osen.co.kr
그는 작품을 만나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에 대해 “감독님을 만나서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는 감이 온다. 시나리오를 보면 방향성이 정확하게 나와 있다. 제가 어떻게 완급조절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어서 관객들이 즐기실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작품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날 하정우는 부산 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사진 촬영으로 열기를 지핀 그는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간담회에서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가 말할 때마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와 ‘터널’에 임한 덕분에 ‘PMC: 더 벙커’(2018)의 촬영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 하정우’가 진행됐다.  배우 하정우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2.10.13 / foto0307@osen.co.kr
“‘터널’을 찍을 때 터널 안에 카메라를 여러 군데 숨겨놓았고 제가 하나의 미션을 해결해나가듯 찍었다. 김성훈 감독님에게 ‘저를 내버려두고 카메라를 설치해달라’고 했다. 그때 한 시퀀스를 10~15분 동안 찍었다. 제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점을 향해 혼자 가는 거다. 중간에 문제가 생겨도 끊지 않고 계속 갔다. 그렇게 15분씩 찍어서 1~2분짜리, 혹은 30초 짜리로 만드는 감독님의 능력이 놀라운 거다. ‘터널’과 ‘PMC’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김병우 감독과 ‘더 테러 라이브’를 찍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도 10~15분을 연극처럼 찍어나갔다. 아무래도 세 작품에서 제가 촬영했던 방식에 연관성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근데 세 작품 모두 제가 너무 많이 나와서 ‘혹시나 관객들이 나를 계속 봐서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다. 감독님들이 다양한 셋업을 가져가셨던 게 도움이 됐다.”
하정우는 그러면서 “시나리오가 100%까지 완벽할 수 없지만 70점만 되도 훌륭한 거다. 나머지 30점은 현장에서 채워나가는데 끝까지 안 채워질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연기할 때는 괴롭다. ‘이걸 보실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분명 이 부분은 말이 안 된다고 느끼실 텐데…’라는 의심을 갖고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 재미있는 영화의 스토리다. 그게 상업영화의 최고 미덕이다. 재미가 없으면 가치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정우는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의 총 누적 관객수가 1억 명을 넘겨 최연소 1억 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송강호(56), 황정민(53), 유해진(53), 마동석(52)도 ‘1억 배우’로 등극했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 하정우’가 진행됐다.  배우 하정우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2.10.13 / foto0307@osen.co.kr
이날 그는 대학 동문인 윤종빈(44) 감독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윤종빈 감독은 저의 표현법을 귀신처럼 잘 안다. 현장에서 제가 덜 표현하면 ‘그게 아니지 않느냐’고 정확히 짚어서 제가 끝까지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만든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이끌어내서 불편하다.(웃음)”며 “물론 작품 외적으로 사적인 시간도 함께 많이 보냈지만 그 어떤 작품들과 비교해도 윤종빈 감독과의 작업은 항상 긴장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윤종빈 감독과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군도: 민란의 시대’(2014), ‘수리남’(2022) 등 다섯 작품을 함께 했다.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하정우는 “영화를 좋아하면 결국엔 영화를 만드는 거 같다”며 “아직은 코로나로 인해 극장이 침체돼 있다고 하는데 어떤 작품이 환기를 시켜준다면 극장 관람 문화가 다시 뜨거워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3년 만에 정상화된 부산영화제에서 저를 초대해 주셔서 이 자리에 오게 됐다. ‘불목’, 불타는 목요일 저녁에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하정우는 최근 김성훈 감독의 영화 ‘피랍’의 촬영을 마쳤으며, 올 하반기에는 새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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