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강은 축구 선수 출신으로 운동을 그만둔 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연기에 발을 내디뎠다. 보조 출연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아이돌 그룹 키노를 거쳐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올해로 10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KBS1에서도, KBS2에서도 시청률 20%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념비적인 기록을 써내려가면서 10년째에 도달한 이시강.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시강이 1년 만에 안방 시청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지난해 KBS2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극본 이정대, 연출 신창석)에서 차서준으로 활약한 그는 약 1년 만에 KBS1 일일드라마 ‘으라차차 내 인생’(극본 구지원, 연출 성준해)으로 컴백, 강성욱 역으로 열연했다.
‘비밀의 남자’가 최고 시청률 21.3%(105회, 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힘을 보탠 이시강은 ‘으라차차 내 인생’ 역시 최고 시청률 20.2%(119회)를 나타내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특히 ‘비밀의 남자’는 KBS2 일일드라마가 KBS1 일일드라마를 꺾은 첫 사례였고, ‘으라차차 내 인생’은 KBS1 일일드라마가 ‘누가 뭐래도’(최고 시청률 18.4%)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시청률 20%를 넘은 사례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으라차차 내 인생’은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희(남상지)와 상처 많은 재벌 2세 차열(양병열)과 사이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시강은 극 중 인하패션 재벌 2세 외동아들이었던 강성욱 역을 맡았다. 차열의 등장에서 외동아들에서 첫째 아들이 되고, 아버지의 관심이 둘로 나뉘면서 동생과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인 이시강은 ‘비밀의 남자’ 이후 뮤지컬 ‘웨딩 플레이어’, 연극 ‘환상동화’ 공연을 연이어 성공리에 마치며 다시 안방 시청자들과 만났다. 출연작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온 이시강은 ‘으라차차 내 인생’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으라차차 내 인생’ 종영 후 OSEN과 만난 이시강은 “‘비밀의 남자’ 이후 또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시청률를 기록했다. 많은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출연할 때 마다 잘 될 수는 없는건데, 이번에도 좋은 시청률이 나와서 감사하다. 많은 사랑에 부응할 수 있게 연기적으로 더 고민하고, 더 좋은 연기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 “KBS1 일일극 시청률 20% 돌파는 1년 6개월 만..금일봉 받았다”
이시강은 제작발표회 당시 성준해 PD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이시강이 ‘비밀의 남자’로 KBS1 일일드라마를 꺾었을 당시 KBS1에서 ‘누가 뭐래도’를 연출하고 있던 사람이 바로 성준해 PD였던 것. 이시강은 “내가 아는 분들 중에 감독님과 작품을 한 분이 많은데, 그 분들에게 이야기 들어보면서 꼭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했고, 시청률 30%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으라차차 내 인생’의 최고 시청률은 20.2%. 목표했던 30%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KBS1 일일드라마가 시청률 20%를 넘긴 건 1년 6개월 만이었기에 이 또한 축하할 일이었다. 이시강은 “원래 주말드라마 다음으로 KBS1 일일드라마가 (시청률) 효자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시청률이 저조하다. 그게 ‘비밀의 남자’ 이후 떄문이다. ‘비밀의 남자’가 KBS2 일일드라마로서 KBS1 일일드라마 시청률을 앞지른 첫 작품이다. 그 이후 KBS2 일일 드라마 시청률이 KBS1보다 더 나온다고 한다. ‘으라차차 내 인생’은 ‘누가 뭐래도’ 이후 1년 6개월 만에 KBS1 일일드라마로 20%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발표회 당시 30%를 말했었는데, 20% 넘은 것 자체로도 축제 분위기였다. KBS 사장님이 오셔서 금일봉도 주셨고, 그걸로 다같이 식사도 했다”고 덧붙였다.
‘으라차차 내 인생’까지 성공시키면서 이시강은 2년 사이에 KBS2에서도, KBS1에서도 시청률 20%를 넘긴 배우가 됐다. 이에 대해 이시강은 “(‘으라차차 내 인생’은) 대본을 보며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기승전결이 너무 빠르고, 질질 끄는 느낌이 없었다. 작가님께서 후반부에 어떻게 하시려고 이렇게 빠르게 전개를 이어가시나 싶었다. 그리고 커플들, 가족들의 색이 다채로웠다. 그 결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KBS2 일일극과 KBS1 일일극은 5분의 차이”
‘으라차차 내 인생’을 통해 약 1년 만에 돌아온 이시강. 하지만 그가 맡은 역할은 전작 ‘비밀의 남자’ 차서준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이시강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차별화를 두려고 크게 생각하면서 연기하지는 않았고 어차피 관계성이 주는 데 있어서 연기력은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차서준이 처한 관계와 강성욱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그래서 일부러 차별점을 두진 않고 관계성과 상황 인지에 대해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욕심도 많고, 자신감과 완벽주의가 강한 캐릭터로 생각하고 연구하고 분석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뭐든지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열심히 하는 만큼 자신감이 있고, 욕심도 많고 질투도 많은 것 같았다. 그런 부분들이 나와 닮아있어서 연기하는데 크게 어렵진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시강은 “20부 정도부터 (작가님께서 원래 생각하신 것과 다르게) 강성욱의 방향을 트신 것 같다. 그렇다고 혼란스럽진 않았다. 호흡을 맞추는 차민지도 ‘강성욱 왜 이렇게 멋있게 나오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관계성, 상황 인지에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전작과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 이시강. 그의 생각은 통했고, 시청자들에게도 닿았다. 최고 시청률 20.2%가 이를 증명한다. 이시강은 “‘비밀의 남자’ 때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할 때여서 SNS를 통해서 인기를 실감했었다. ‘으라차차 내 인생’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밖에 돌아다닐 수 있기에 체감을 더 했다. 어머님들이 정말 잘 해주시고, 시장이나 식당을 가면 많이 알아봐주셔서 놀랐다”고 말했다.
또한 KBS2 일일극에 이어 KBS1 일일극까지 모두 섭렵하게 된 이시강은 “5분의 차이를 느꼈다. KBS1이 KBS2에 비해 방송 시간이 짧다. KBS2가 5분 더 긴 분량을 찍기 위해 촬영이 타이트했다면, KBS1은 그래도 숨은 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차민지와 재결합? 열린 결말이라 더 좋아”
이시강은 극 중 백승주 역을 맡은 차민지와 호흡을 맞췄다. 차민지는 눈에 띄는 비주얼은 물론이고 능력까지 갖춘 인하 패션 디자인 마케팅 총괄 팀장으로 계약직 보조 디자이너 동희의 롤모델이지만 동희의 친오빠와 과거 인연으로 얽혀 있어 긴장감의 중심에 서 있었다.
차민지와 호흡에 대해 이시강은 “원래 알던 사이다. 알던 사이였기에 작품에서 같이 한다고 해서 되게 반가웠다. 작품을 하는데 있어서 배우들끼리의 케미가 시청자들에게 보이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에서 알고 있었던 사이였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강성욱과 백승주의 재결합 여부가 열린 결말로 끝난 점에 대해서는 “진부하지만 서로를 응원해주면서 마무리 된 열린 결말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시청자 분들은 재결합을 많이 반대하시더라. 강성욱이 많이 아깝다고 보시는 것 같아 국민 사위가 된 것 같다”고 웃었다.
이시강은 ‘으라차차 내 인생’을 통해 1년 전 ‘비밀의 남자’ 때와는 다른 경험도 했다. ‘비밀의 남자’ 때는 주연 배우들 중 막내였지만, ‘으라차차 내 인생’에서는 가장 연장자였던 것. 이시강은 “그래서 양병열, 남상지, 차민지를 잘 추스르면서 해왔다. 긴장한 거 풀어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한번은 연기를 마치고 카메라가 이동하는데 양병열이 아쉬워했다. 세트 촬영이라 빨리 빨리 진행이 되는데, 양병열이 아쉬워하는 걸 보고 다시 한번 촬영하면 어떠냐고 먼저 말씀드리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 “‘거침없이 하이킥’ 박해미와 재회, 감회 새로웠다.”
축구 선수로 활동하다 연예계에 발을 들이면서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는 이시강은 ‘으라차차 내 인생’을 통해 박해미와 모자 관계로 호흡을 맞췄다. 특히 박해미를 약 15년 전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보조 출연과 주연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축구 그만 두고 처음으로 했던, 보조 출연작이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는데, 그때 박해미 선생님이 계셨다. 15년이 지난 후 선생님과 엄마와 아들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정말 성실하게 잘 커왔다는 게 느껴졌다. 스스로에게 진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대견하고 잘 성장한 것 같다. 박해미 선생님도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셔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보조 출연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을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2012년 방송된 채널A 드라마 ‘K-팝 최강 서바이벌’인 이시강은 올해로 연기 인생 10년을 맞이했다. 그는 “지금보다 나을 것 같다. 여태까지 온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더 힘들어도 괜찮다. 앞으로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지금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묵묵하게 내게 주어지는 걸 열심히 하고 좋은 연기를 한다면 ‘저 배우 참 괜찮네’라고 봐주실 분들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시강을 앞으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또 있다. 그는 여전히 대본을 통으로 외우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다. 때문에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다른 배우들의 상황까지 알기 때문에 케미스트리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는 “대본을 통째로 외운 건 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대본을 외우면 디렉팅을 듣기에 수월한 부분이 있다. 힘들 수도 있지만 재미있다. 대본을 다 외운 상태에서 현장에서 바뀌는 상황들이 있으면 맞춰간다”며 “아직도 통째로 외운다. 우리 드라마에서는 아역배우와 나만 대본을 안 본다고 하더라. 내가 리딩이 좀 약하다.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옛날에는 힘이 들어가서 글을 잘 못 읽었다. 예전엔 부담이 됐는데, 리딩을 편하게 생각하고 함께 캐릭터와 상황을 만들어가는거라 생각하기에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10년 전에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연기하고 있는 이시강.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닌,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가득한 그가 앞으로 그려갈 10년이 더 기대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