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페이소스가 없는 코미디는 쉽게 휘발된다.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1막을 마치면서 주인공 천지훈(남궁민 분)에게 애절한 과거사를 안기며 극의 페이소스를 장치했다.
천지훈은 최기태(윤나무 분)의 JQ비자금 수사를 이어가다 그 종착지에 아버지 김윤섭(남명렬 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 같은 검사가 되기 위해 검찰에 투신한 혼외자 천지훈은 총리 인준을 앞두고 있는 아버지를 소환조사하고 그 입에서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비자금의 수혜자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임을 듣게 된다.
조사를 마친 아버지 김윤섭은 검찰청에서 투신하고 현장에 남겨진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 천지훈이 받자 목소리는 김윤섭의 자결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이 자살 강요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 천지훈은 외압에도 불구하고 혼자 고군분투하지만 사건의 진상엔 다가갈 수 조차 없다. 심각한 무력감에 젖어있을 때 다가온 로펌 백의 변호사 이주영(이청아 분). 그녀는 과거에 발목 잡힌 채 외로움과 무력감에 힘들어하는 천지훈을 위로해 준다.
마침내 천지훈은 그녀에게 청혼을 하고 이주영은 로펌 백을 나와 시장통에 사무실을 낸다. 오픈도 전에 찾아온 첫 의뢰인은 사무장(박진우 분). 수임료를 걱정하는 그에게 이주영은 수임료가 아주 싸다고 밝힌 후 사무실에 ‘수임료 1,000원’이란 팻말을 붙인다.

사업자 등록증을 취득한 후 남은 물건을 정라하려 로펌 백을 찾은 이주영은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와 부딪혀 서류가 바뀌게 되고 사업자 등록증인줄 알고 뒤늦게 확인한 서류는 기밀분류 도장이 찍힌 김윤섭의 자료인 것을 확인한다.
바뀐 서류를 확인한 누군가는 사업자 등록증의 주소로 사람을 보내고 그는 천지훈을 만나러 가는 이주영의 뒤를 쫓다 전철에서 그녀를 찌르고 서류를 탈취해 간다.
더없이 소중한 두 사람을 창졸간에 잃은 천지훈은 주영의 사무실을 찾았다가 주영의 첫 의뢰인인 사무장을 만난다. “정말 수임료가 1,000원 입니까?” 묻는 사무장에게 “네 맞습니다”고 말하며 돌아서는 천지훈. 그가 천원짜리 변호사가 된 이유였다.
2막인 9회부터 천지훈은 2회에 걸친 진지함을 털어내고 다시 코믹캐릭터로 돌아올 예정이다. 천지훈을 본격적으로 이해하게된 백마리(김지은 분)도 보다 적극적으로 호흡을 맞춰갈 모양이다.
그렇다고 백마리와의 관계가 변호사와 시보 이상으로 발전하긴 힘들 것 같다. 이주영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바뀐 서류의 임자와 이주영이 부딪힌 장소가 로펌 백이기 때문이다.

만약 로펌 백이 김윤섭과 이주영의 죽음을 사주한 흑막과 연관이 있다면 천지훈으로선 죽어도 용서 못할 적이 되는 것이고 백마리는 천지훈과 존경하고 사랑하는 할아버지 백무현(이덕화 분)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로펌 백이 흑막과 연관있다는 가정하에, 백무현이 백마리의 시보생활을 천지훈 사무실로 지정한 것도 단순히 천지훈이 로펌 백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주시와 감시 때문일 수도 있고 일말의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다.
이야기의 흐름이 어찌 흘러가든 천지훈이 다시 코믹캐릭터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반갑다. 이주영이 가르쳐주고 싶었던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을 스스로 깨친 대견함과 더불어 진지한 천지훈보다는 유쾌한 천지훈을 보고싶다는 시청자로서의 욕심이 한몫함을 부인할 수 없다.
“어두워진 세상, 흩날리는 한 점 남아있는 믿음 모아, 주저 하지 않아. 배려의 시선들 잃어버린 세상. 숨어있는 한 푼 정의감을 긁어모아 일단 부딪혀. 짧고 긴 건 대봐야지. 소중한 건 지켜야지...”란 김경호의 주제가처럼 한 푼 정의감 긁어모아 일단 부딪히고 보는 천원짜리 변호사의 행보는 팍팍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영웅담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천지훈이 중고차 딜러로, 타짜로 잠입수사까지 한다니 ‘천원짜리 변호사’ 기대가 크다.
/zaitung@osen.co.kr